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아들 정몽일 회장의 기업…‘액상대마 투입’ 장남 현선 씨 지난해 경영 복귀
현대그룹은 2000년대 초반 와해됐지만 정몽일 회장은 물려받은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정몽일 회장은 2016년 현대미래로를 설립한 후 현대엠파트너스를 인수하고 기업 오너가 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 회장과 현대미래로그룹의 이후 행보도 순탄치 않았다.
정 회장의 장남 정현선 씨는 2019년 액상대마를 흡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정 씨는 당시 현대미래로그룹 계열사인 현대기술투자의 상무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사퇴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정현선 씨가 지난해 현대엠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 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후계자로 꼽히는 정현선 이사가 현대미래로그룹을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몽일 회장의 기구한 인생
고 정주영 회장은 생전 가족과 관련한 구설수가 적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 스스로도 장남 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과 8남 정몽일 회장이 혼외자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관훈토론회에서 “정몽필 전 사장은 우리 집사람이 낳지 않았고, 정몽일 회장을 바깥에서 낳은 것도 사실”이라며 “그 외에는 모두 지금 집사람 소생으로 더 이상 복잡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몽필 전 사장은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공식적으로 정몽일 회장은 현재 생존 중인 정주영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한 혼외자다. 그럼에도 정몽일 회장은 1997년 현대종합금융 회장에 취임하는 등 현대그룹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종합금융은 1999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강원은행과 함께 조흥은행에 흡수합병됐다.
현대그룹이 와해된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정몽일 회장은 현대기업금융 회장으로 활동했다. 다만 정 회장이 현대기업금융 오너는 아니었다. 현대기업금융의 2002년 말 당시 최대주주는 지분율 67.50%의 현대중공업이었다. 정몽일 회장이 보유한 현대기업금융 지분은 4.60%뿐이었다. 즉, 현대기업금융의 오너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였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었다. 그럼에도 정몽일 회장은 현대기업금융뿐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다른 계열사였던 현대기술투자와 현대선물(현 에스아이증권)의 경영도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5월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3개 회사에 대한 재편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재편 작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3개 회사의 매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본업인 조선업계가 당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었고, 이에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정몽일 회장은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현대기업금융을 인수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정몽일 회장이었다. 정몽일 회장은 2016년 현대미래로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현대기업금융과 현대기술투자를 인수했다. 정 회장은 현대미래로 설립 과정에서 범 현대가의 지원을 받았다. 현대미래로 주주구성은 △정몽일 회장 37.26% △KCC 19.77% △현대코퍼레이션 19.77% △(주)HDC 13.51% △현대A&I 9.69%로 이뤄져 있다. 현대기업금융은 현대미래로에 인수된 후 현대엠파트너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엠파트너스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현대중공업은 당시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사업부 분할이나 자산 매각에 집중했다”며 “현대기업금융 매각도 그 일환이었던 것으로 알지만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추측만 난무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정몽일 회장이 오너로서 독자적인 경영을 시작한 것도 2016년 현대엠파트너스 인수 이후부터다. 이 때문인지 정 회장의 대외적인 활동은 많지 않지만 회사 내에서는 의욕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우선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현대엠파트너스는 2017년 무역·유통판매 자회사 현대엠지티를 설립했고, IT 업체 현대엠시스템즈(옛 메티스커뮤니케이션)와 모터·컨트롤러 생산 업체 프레스토라이트아시아를 인수했다.
#장남 정현선 씨 경영 복귀
정몽일 회장은 현대엠파트너스 인수 후 경영 승계 작업에도 들어갔다. 정 회장의 장남 정현선 씨는 2018년 현대기술투자 상무로 취임했다. 그러나 정현선 씨가 2019년 액상대마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승계 작업에 변수가 발생했다. 정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현대기술투자 상무직에서도 물러났다. 또 정 회장의 장녀 정문이 씨가 과거 대마를 흡입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현대미래로그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정현선 씨는 지난해 경영에 복귀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 씨는 2022년 3월 현대엠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정현선 씨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복귀한 이상 실적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안 그래도 현대미래로그룹의 최근 실적은 하락세에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엠파트너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137억 원에서 2022년 6억 원으로 95.61% 급감했다.
현대엠파트너스 자회사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현대기술투자의 영업이익은 2021년 29억 원에서 지난해 10억 원으로 66.99% 줄었다. 현대엠시스템즈와 현대엠지티도 모두 지난해 적자를 거뒀다. 그나마 프레스토라이트아시아가 지난해 매출 169억 원, 순이익 8억 원을 기록해 현대미래로그룹 실적에 기여했다. 현대기술투자는 주로 국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투자업계 전망은 좋지 않다.
일요신문은 현대엠파트너스에 정현선 씨의 경영 복귀 이유나 역할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현대엠파트너스 관계자는 “그런 부분은 별도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