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낮은 이용률과 높은 수수료 우려 목소리…마케팅 비용도 전액 부담, 이용자 늘지 않으면 부메랑
#애플페이의 미래는?
시장조사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아이폰 사용자 2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이용자는 26.4%였다. 앞서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조사했을 때 ‘현대카드로 애플페이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4.0%였다. 실제 애플페이 출시 후 현대카드로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비중이 사전 조사보다 7.6%포인트(p) 낮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또 애플페이 출시 전 ‘애플페이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23.1%였지만 현재는 35.5%로 10.4%p 늘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후 실제 주변에서 사용 경험을 체감하면서 호응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리어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실제 출시 후 부정적인 경험이 더 많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애플페이가 NFC(10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결제만 가능한 구조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한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애플페이 사용자 중 53%가 ‘오프라인 결제 가능한 곳이 적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불편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24.8%로 나타났다. 삼성페이 사용자 45.6%가 ‘불편이 없다’고 답한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애플페이의 잠재 고객은 이미 현대카드를 발급받았고, 신규 유입은 미미할 것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 70%, 애플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 사용자 30% 중 4분의 1인 7~8% 정도가 실제 애플페이 사용자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또 컨슈머인사이트 응답자 26.7%가 올해 안에 현대카드로 애플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애플페이 사용 경험자보다 고작 0.3%p 높은 수치다.
현대카드는 지난 3~4월 애플페이 출시를 계기로 신규 카드 발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애플페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4월 현대카드 신규 회원수는 36만 9000명으로 국내 카드업계 1위였다. 경쟁사인 KB국민카드(26만 7000명), 신한카드(25만 5000명), 삼성카드(24만 3000명)를 크게 앞지른 것이었다. 이는 현대카드가 독점 제공하는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타 카드 사용자가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애플페이 사용자가 더 늘어나지 않으면 현대카드도 추가적인 가입자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현대카드는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현대카드는 애플에 수수료로 애플페이 매 결제의 0.15%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용카드사의 결제 수수료는 △연매출 3억 원 이하 0.5% △3억~5억 원 이하 1.1% △5억~10억 원 이하 1.25% △10억~30억 원 이하 1.5%로 제한돼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0.15%가 작아 보이지만 (카드사의 수수료인) 0.5% 기준 0.15%를 가져간다면 애플이 현대카드의 결제 수수료 30%를 가져가는 셈”이라며 “이스라엘 등 타 국가의 애플페이 수수료가 0.05%에 불과하다는 점에 미뤄보면 세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했다.
안 그래도 카드사의 결제 수수료는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7개 카드사는 지난해 신용판매 부문에서 362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신용판매 수익은 카드사의 온·오프라인 결제 수수료를 뜻한다. 카드사는 결제 수수료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대신 할부와 리볼빙·카드론 등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현대카드로서는 애플에 빠져나가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다. 현대카드와 애플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통신·금융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출시 전후로 이뤄진 광고비와 NFC 단말 설치 지원비 등을 대부분 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 출시 광고비 등을 전액 통신사에 떠넘겼다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는데 이번 애플페이 출시 당시에도 현대카드 측이 전액 부담으로 광고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애플페이 독점 기간 내 현대카드 발급이 크게 늘어야만 이를 보전할 수 있는데 애플페이 신규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 모든 비용이 치명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카드의 애플을 향한 구애가 ‘불협화음’을 만들었다는 말도 나돈다. 익명을 요구한 애플 관계자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이 애플페이 출시 당일 SNS(소셜미디어)에 가입자 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자 애플 본사 담당자들이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전 협의 없이 기밀을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본사 임원들이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가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존에 해오던 가맹점 마케팅과 애플페이 관련 마케팅 등을 꾸준히 지속해서 더 많은 분들이 애플페이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페이도 유료화 가능성
애플페이 출시는 카드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태세전환에 나섰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카드사들에게 오는 8월 이후 삼성페이 관련 기존 수수료 계약을 자동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국내 카드사들과 수수료 무료의 단체 계약을 맺었지만 이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삼성전자가 카드사들에게 애플페이와 유사한 결제 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한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의 0.15%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제시한다면 이를 거부할 만한 논리가 없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도 국내 단말 간편결제 시장 지배자인 삼성페이를 포기할 수 없어 고심이 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수수료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카드사들과 협의해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