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어 올 상반기도 적자, 모회사 OCI 지원 기대 어려워…부광 “당장 자금 수혈 필요한 상황 아냐”
#부광약품의 조직 개편, 노림수는?
OCI그룹은 지난해 2월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부광약품을 1461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이미 2018년부터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해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우현 회장은 지난해 3월 직접 부광약품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을 맡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부광약품의 모든 경영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고, 협약에 따라 이전 부광약품 최대주주 측과 공동 경영 형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우현 회장은 부광약품 인수 당시 “부광약품 지분 투자를 통해 제약·바이오·연구개발 분야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돼 뜻 깊다”며 “앞으로 다양한 시너지 영역을 발굴해 부광약품을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회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광약품은 2020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부광약품은 당시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보비르는 2021년 9월 임상 2상에 실패했고, 부광약품도 사실상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부광약품은 △신제품개발본부 △경영전략본부 △생산본부 △영업총괄본부 △중앙연구소 등 5개 본부로 구성돼 있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부광약품은 올해 초 기존 마케팅 조직을 마케팅본부로 승격시켜 현재는 6개 본부 체제로 운영 중이다. 또 부광약품은 신제품개발본부 해외사업부 산하 해외사업팀을 해외사업1팀과 해외사업2팀으로 분리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마케팅과 해외 사업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광약품은 최근 들어 해외 투자와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부광약품의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덴마크 현지에 새로운 연구소를 개소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이스라엘의 신경퇴행성 질환치료제 개발 업체 ‘프로텍트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부광약품은 광고선전비를 지난해 상반기 3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8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부진한 실적과 불안한 재무
관심을 끄는 것은 투자를 뒷받침해줄 ‘기초체력’이다. 부광약품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79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807억 원으로 1.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광약품은 OCI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21년 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 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는 부광약품이 1960년 설립된 이래 첫 영업손실이다. 부광약품은 올해 상반기에도 5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웠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벌어지면서 프로텍트 테라퓨틱스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부광약품은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자회사 콘테라파마와 다이나세라퓨틱스를 꼽는다. 콘테라파마와 다이나세라퓨틱스는 올해 상반기 각각 60억 원, 3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하지만 부광약품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2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자체 실적도 하락세에 있다.
콘테라파마는 파킨슨병 이상운동증치료제 ‘JM-010’의 임상을, 다이나세라퓨틱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의 임상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JM-010과 SOL-804는 부광약품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신약으로 꼽힌다. 부광약품으로서는 임상 시험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와 다이나세라퓨틱스가 자체적으로 펀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광약품도 그간 두 회사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해왔다. 일례로 부광약품은 지난해 다이나세라퓨틱스에 유상증자 형식으로 35억 원을 지급했다. 콘테라파마의 경우 2020년 ‘메디치2020-1 사모투자합자회사’로부터 352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런데 부광약품이 ‘메디치2020-1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지분 18.87%를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광약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6월 말 857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683억 원으로 20.3% 감소했다. 부광약품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가운데 적자가 지속되면 재무가 더 악화될 수 있고, 이는 자회사 추가 지원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콘테라파마의 경우 자본은 지난해 6월 말 249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43억 원으로 42.38% 감소했는데, 부채는 8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84.61% 증가한 상태다.
이달미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부광약품의 가장 큰 리스크는 R&D 실패에 있고, JM-010의 2024년 임상 결과에 따라 부광약품의 기업가치가 변동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등 일반의약품 판매가 저조해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며 콘테라파마의 R&D 비용 집행 등으로 인해 2023년에도 연간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OCI그룹의 지원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OCI그룹은 부광약품을 인수할 당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광약품의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성과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부광약품 모회사인 OCI홀딩스가 자체적으로 사용 가능한 현금도 그리 많지는 않다. OCI홀딩스의 지난 6월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37억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OCI그룹의 주력인 화학 사업의 최근 실적이 신통치 못하다. OCI그룹 화학 계열사 OCI(주)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5246억 원에서 올해 2분기 5126억 원으로 2.29%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3억 원에서 286억 원으로 38.23% 감소했다. 다만 OCI(주)는 지난 5월 OCI홀딩스와 OCI(주)로 분할됐고, 해당 실적은 OCI그룹이 비교 편의를 위해 사업부에 맞춰 계산한 실적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OCI홀딩스에 대해 “신증설 물량 출회로 인한 폴리실리콘 가격 하향 조정은 실적을 일부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OCI그룹 관계자는 부광약품 지원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부광약품 관계자는 “6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갖고 있으므로 당장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OCI홀딩스, 부광약품 지분 매입 숙제
OCI그룹은 지난 5월 OCI(주)를 OCI홀딩스와 OCI(주)로 분할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현재 OCI(주), OCI SE, OCI파워, 부광약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OCI홀딩스가 현재 보유한 부광약품 지분은 10.90%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은 기존 법인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2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한다. 따라서 OCI홀딩스는 2025년 5월까지 부광약품 지분 19.10%를 매입하거나 부광약품을 매각해야만 한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부광약품 지분 19.10%는 약 815억 원이다. OCI홀딩스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 6월 말 기준 437억 원임을 감안하면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자금 문제 외에도 지분 19.10% 매각 희망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인수하기 전 최대주주였던 김동연 부광약품 창업주와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은 여전히 부광약품 지분 9.93%, 8.51%를 각각 갖고 있다. OCI그룹이 정창수 부회장 등과 부광약품 공동 경영을 하는 이유도 이들이 무시 못 할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지분 1% 미만 보유자)가 보유한 부광약품 지분은 62.66% 수준이다.
이와 관련, OCI홀딩스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취득 방안 실행 여부, 시기 및 방법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으며 OCI홀딩스의 차입 여력, 부광약품 주가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