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한 달 뒤 혈당·체중 개선, 당뇨 위험 뚝…만성질환 위험 낮아지며 긍정 에너지 ‘업’
이렇게 단기간 금주를 한다고 해서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할까. 놀랍게도 이렇게 잠깐이라도 술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건강상의 이점은 적지 않다. 술을 마시지 않는 30일 동안 몸 안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단기적 금주의 건강효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메일온라인’에 따르면, 매년 ‘단기간 금주’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는 미국인 수는 현재 약 4000만 명에 달한다. ‘드라이 재뉴어리’를 포함해 ‘소버 옥토버’처럼 한 달간 술을 끊고 건강을 챙기는 이런 캠페인이 열풍이 된 지 이미 오래라는 의미다. ‘드라이 재뉴어리’의 경우, 미국 성인 열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건강을 위해 1월 한 달간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런 열풍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고작 한 달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에 전문가들은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한 시간 이내에 바로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고 며칠이 지나면 몸 안에서 알코올 성분이 완전히 빠져 나가면서 점차 기분이 좋아지고 소화 기능과 면역력도 향상된다.
마지막 술잔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이후 한 달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살펴본다.
#1분~10분 후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1분에서 10분 정도가 지나면 몸에 흡수된 알코올로 인해 뇌의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다시 말해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면서 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이 느려지고 감정도 둔화되는데, 이는 뇌 활동과 에너지 레벨을 담당하는 또 다른 뇌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해 뇌세포들 간의 신호 전달이 느려져 결국 반응 시간이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술에 취하면 균형 감각을 잃고 몸을 의지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술을 마시면 방광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알코올 성분이 이뇨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뇨제는 뇌가 신장에 보내는 ‘수분을 유지하라’는 신호를 차단하는 물질로, 수분(유체)이 방광을 통해 더 빨리 배출되도록 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다.
중독 전문가들은 알코올 사용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보통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불안감이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중독 상담사인 루크 워스폴드는 “이런 사람들은 몸 안에 알코올이 없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또는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1시간 후
술을 마시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이미 혈압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한다. 이때는 알코올이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동한 상태며, 간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소가 중화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떨어진다.
이렇게 혈압이 낮아지면 뇌세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뇌의 서로 다른 영역 간의 신호 전달이 향상돼 각 기관에 영양분이 잘 전달되면서 가빴던 숨이 안정되고 몸의 균형 감각을 되찾으며 정신도 맑아진다.
그날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양에 따라 1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술이 깨기 시작한다.
#4~8시간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마신 후 4시간에서 8시간 정도 지나면 졸린 상태가 된다. 이때가 되면 알코올이 진정작용을 하는 뇌 화학물질을 방출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은 잠을 자지는 못한다. 동시에 각성 호르몬이 분비돼서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몇 시간마다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실제 ‘수면 재단’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술 두 잔, 여성의 경우 술 한 잔을 마시면 수면의 질이 24% 저하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는 알코올이 렘수면이라고 불리는 양질의 수면 시간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렘수면은 기억 형성과 에너지 재충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충족되지 못하면 깨어났을 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이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유는 체온 때문이다. 혈관이 확장되면 피부 표면과 가까운 곳에 있는 혈관에 따뜻한 혈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땀을 흘리면서 잠에서 깨게 된다. 워스폴드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땀을 흘리면서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침대 시트까지 젖어있을 수도 있고, 이불이나 매트리스가 약간 젖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2시간 후
술을 마시고 12시간이 지나면 알코올이 혈액 속에서 거의 다 빠져 나간 상태로 탈수 증상이 심해진다. 이때는 음주 측정기를 불어도 더 이상 알코올 성분이 측정되지 않는다. 혈관 역시 정상 수준으로 다시 수축된 상태다. 또한 영양학자인 레이첼 리처드슨은 “간도 비타민과 미네랄의 소화 및 대사를 포함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알코올 의존 증세를 보이거나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금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도파민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로 인해 약간의 우울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몸이 떨리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등 더 심한 금단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워스폴드는 “간이 몸을 해독하고 모든 알코올을 제거함에 따라 금단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어쩌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는 (알코올의 이뇨 작용으로 인해) 이때쯤 되면 탈수 증상을 심하게 느끼면서 피로감, 무력감, 갈증,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현기증, 발한 등 숙취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다음 날
다음 날이 되면 알코올은 대부분 혈액에서 전부 빠져나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소화기관에는 일정 부분 잔류하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속은 좋지 않은 상태며, 이로 인해 변비나 복통 등과 같은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이 소화기관에 있는 박테리아와 여타 미생물들로 이뤄진 마이크로바이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군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식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알코올은 나쁜 박테리아에게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반면, 좋은 박테리아는 파괴하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장내 나쁜 박테리아가 증가하면서 복통, 변비, 위산 과다 분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0일 이내
술을 마시지 않은 지 이틀째 되는 날에는 알코올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 나간 상태가 된다. 혈류와 신장도 정상 기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2~3일이 더 지나면 배변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변비, 설사, 복통 등의 증상도 완화된다. 리처드슨은 “위산 분비가 감소하거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게 되고, 몸이 재정비되기 시작한다. 알코올로 인해 과도하게 분비됐던 위산이 진정되고, 위가 정상 기능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같은 뇌 전달물질은 음주 후 7일에서 10일 정도 지나면 정상 수준으로 분비되고, 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치게 된다.
#14일 후
이 시점이 되면 피부 세포에 수분이 더 많이 공급되면서 피부가 눈에 띄게 개선된다. 또한 여드름이 사라지고 피부가 매끈하고 촉촉해지면서 모공이 작아진다. 리처드슨은 “알코올은 신체의 수분 유지 능력을 저해한다. 때문에 알코올이 몸에서 빠져 나가면 몸은 스스로 수분을 보충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한 달 후
당뇨 위험이 급격히 낮아진다. 술을 마시지 않고 한 달이 지나면 뇌와 다른 장기들 대부분이 치유된 상태가 된다. 워스폴드는 “이전에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즈음에는 대부분의 경우 간은 독소를 처리하는 스트레스에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혈당, 콜레스테롤 및 체중이 개선되면서 당뇨, 간경화, 비만 등 만성질환의 위험도 낮아진다.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만성질환의 위험이 낮아지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삶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리처드슨은 “전반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흥미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 의존도 자가진단
다음은 의료 전문가들이 널리 사용하는 알코올 의존도 진단 검사 가운데 하나인 AUDIT(알코올 사용장애 선별 검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개발된 다음 10문항 테스트를 통해 과연 나도 알코올 사용장애를 겪고 있는지 판단해보자.
1.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가.
- 0점: 전혀 안 마신다
- 1점: 한 달에 1회 미만
- 2점: 한 달에 2~4회
- 3점: 일주일에 2~3회
- 4점: 일주일에 4회 이상
2. 평소 술을 마시는 날에는 몇 잔을 마시는가.
- 0점: 0~2잔
- 1점: 3~4잔
- 2점: 5~6잔
- 3점: 7~9잔
- 4점: 10잔 이상
3. 지난 1년간 한번 술을 마실 때,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 이상을 마신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4. 지난 1년간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5. 지난 1년간 평소 같으면 할 수 있었던 일을 술 때문에 못했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6. 지난 1년간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해장술이 필요했던 적은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7. 지난 1년간 술을 마신 후 죄책감이 들거나 후회를 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8. 지난 1년간 술 때문에 전날 밤의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9. 술 때문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다친 적이 있었는가.
- 0점: 없다
- 2점: 있지만, 지난 1년간은 없었다
- 4점: 지난 1년간 있었다
10. 친척이나 친구, 의사 혹은 기타 건강 전문가들이 음주 습관을 걱정하거나 술을 끊을 것을 권유한 적이 있는가.
- 0점: 없다
- 2점: 있지만, 지난 1년간은 없었다
- 4점: 지난 1년간 있었다
[결과]
0~7점: 합리적인 음주 범위 내에 있으며, 알코올 관련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
8점 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음주습관이다.
8~15점: 중간 수준의 위험. 현재 수준으로 술을 마시면 직장, 사회관계 등 건강과 생활 전반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술을 줄이도록 노력한다.
16~19점: 알코올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 알코올 사용장애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술을 줄이는 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전문의 또는 상담가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20점 이상: 알코올 의존 가능성. 음주로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알코올에 의존적일 수 있다. 점진적으로 술을 끊거나 최소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알코올 의존 수준과 금주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