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새끼마담 연예·스포츠·재계 인사 등 VIP 고객 많이 확보…관계자 “그 방에서 더 큰 것 터질 수도”
텐프로, 일프로, 텐카페 등 유흥업소를 지칭하는 용어는 참 많다. 여기서 텐프로는 다시 정텐, 짭텐 등으로 나뉘고 10%가 아닌 15%를 의미하는 ‘쩜오’도 있다. 또 ‘하이쩜오’도 있다. 요즘에는 하이가게, 로우가게 등의 용어도 사용되곤 한다.
그렇지만 실제 유흥업계에서는 이런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한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이런 용어가 많이 쓰이는데 유흥업소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출근을 제안 받은 업소에 대해 문의할 때 등급을 나누기 위해 이런 용어를 더 자주 쓰는 것 같다”면서 “사실 진짜 손님들도 이런 표현 잘 안 쓴다. 아는 새끼마담이나 영업상무가 있는 업소에 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선균 마약 사건의 시발점이 된 A 업소는 어떤 곳일까. 앞서의 유흥업계 관계자는 “원래 짭텐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가게가 있던 자리였는데 이름이 바뀌면서 일프로 가게가 됐다”면서 “사실 일프로 가게는 10여 년쯤 전에 소규모로 운영되는 몇몇 업소를 지칭하던 표현인데 지금은 새로 오픈한 가게들이 기존 가게에서 수준을 조금 높인 뒤 일프로라고 홍보하곤 한다. A 업소 역시 일프로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쩜오 수준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한다.
비즈니스 때문에 강남 유흥업소에 자주 출입하는 한 40대 사업가는 A 업소를 쩜오 가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두 명이 방문해 두 시간 동안 양주를 두 병 정도 마시면 200만~300만 원 정도 나오는 쩜오 업소로 알고 있다”면서 “요즘 새끼마담들이 이런 업소에 룸을 한두 개 빌려서 임대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가게의 모든 룸을 새끼마담들에게 임대를 줘서 각자 영업하는 가게도 많은데 구속된 실장이라는 새끼마담도 A 업소 룸을 임대해서 운영해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요즘 강남에선 이런 형태의 유흥업소가 급증하고 있다. 시스템은 텐프로인데 가격은 쩜오 수준으로 맞추고 홍보는 일프로라고 하는 형태인데 일요신문은 ‘엔데믹과 함께 돌아온 텐프로, 유흥업계 레전드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미 한 번 소개한 바 있다.
이런 경우 같은 업소라 하더라도 임대한 새끼마담에 따라 룸마다 다른 등급일 수 있다. 기본적인 형식은 텐프로 시스템이지만 고객층에 따라 어느 룸은 쩜오 수준이고, 어느 룸은 일프로 수준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200만~300만 원 정도면 놀 수 있는 쩜오 수준의 룸과 800만~1000만 원 정도가 필요한 일프로 룸이 혼재돼 있는 것.
앞서의 사업가는 “가격대는 가게 등급이 아닌 손님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우선 어떤 양주를 마시느냐에서 차이가 생기고 접대여성을 묶으면 비용이 급상승한다. 초 A 급 접대여성을 묶고 고급 양주를 마시며 2시간에 제한되지 않게 오래 놀면 충분히 그런 가격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텐프로를 표방하는 유흥업소에서는 접대여성 지명이 없다. 접대여성들이 룸들을 계속 돌아다니는 방식인데 마음에 드는 접대여성을 다른 룸에 가지 않게 하고 한 손님 옆에만 있게 하는 것을 두고 ‘묶는다’는 표현을 쓴다.
A 업소와 유사한 방식의 유흥업소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A 업소가 일프로냐 쩜오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룸을 임대해서 영업하는 새끼마담이 어떤 손님들을 확보해서 어떻게 장사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당신이 오늘 당장 A 업소를 찾아가서 술을 마시더라도 이선균 씨가 간 업소가 아닐 수 있다. 같은 가게라도 임대한 새끼마담에 따라 룸마다 전혀 다른 업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이나 재계 관계자는 VIP 고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전혀 달라 술값 책정 방식도 다르다. 따라서 VIP 고객을 많이 확보한 새끼마담일수록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면서 “구속된 새끼마담은 VIP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경우 그 룸에는 일반인 손님이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업소가 회원제라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회원권을 사서 회원이 되거나 하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원이란 결국 룸을 임대한 새끼마담의 고객 리스트다. 그 룸에 들어가려면 먼저 그 룸을 임대한 새끼마담에게 전화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마약 혐의로 구속된 실장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재계 인사 등 VIP 고객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JTBC 인터뷰에서 A 업소 관계자는 “은밀하게 오는 VIP들이 있고, 보통 아무나 오지는 않는다”면서 “그 방에서 이뤄지는 일은 모르지만 더 큰 게 터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구속된 실장의 고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소위 ‘회원’들로 경찰 수사가 계속 확대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현재 A 업소는 문을 닫았다. ‘더 팩트’는 해당 업소가 4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A 업소에서 일하던 이들이 운영중이던 다른 업소에 더부살이 식으로 들어가 임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유흥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앞서의 유사한 방식의 유흥업소 관계자는 “구속된 실장처럼 A 업소에서 룸을 임대해 일하던 이들이 다른 업소로 옮겨가 다시 룸을 빌려서 영업하는 것으로 요즘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자주 옮겨 다니며 룸을 빌려 영업한다”면서 “이번에 화제가 된 곳은 정확히 A 업소가 아닌 구속된 실장이 임대한 룸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곳은 실장이 구속된 만큼 영업이 중단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