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수신자 연예인 추정, 돈·힘 있는 수감자 많이 받아…“형량 긴 교도소 수감자엔 편지도 안와”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05년 도입된 인터넷 서신이 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오남용 사례가 많아 폐지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국회를 통해 ‘최근 교도소/구치소별 수용자 문서(편지 등) 수·발신 건수’ 자료를 입수했다. 법무부는 2020년 이전 자료는 보존기간인 3년이 경과돼 별도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아 제출하기 어렵다고 밝혀 2020년, 2021년, 2022년과 2023년 9월까지만 제출했다. 이 자료를 통해 교정기관에 얼마나 많은 인터넷 편지가 수신됐는지를 확인하고 관련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자료에 따르면 전자 서신의 총 숫자는 2020년부터 대체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07만 2581건, 2021년에 258만 9752건으로 대폭 늘었다. 2022년에 248만 6874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3년 9월까지 206만 9794건을 기록했다. 2023년 추이가 연말까지 계속된다고 봤을 때 2023년 인터넷 서신 건수는 약 275만 건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서신을 제외한 일반 편지 및 등기는 2020년 620만 4488건, 2021년 598만 1478건, 2022년 645만 4066건, 2023년 9월까지 519만 707건이었다. 한 교정시설 직원 A 씨는 “편지 및 등기도 양이 워낙 많아 인터넷 서신까지 전달이 힘들다”면서 “인터넷 서신은 따로 스테이플러로 찍어야 해서 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편지를 수발신한 1인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B 씨였다. B 씨는 전자 편지 수신만 1만 2195건에 달했다. 일반 편지나 등기도 2119건으로 총 수신 편지가 1만 4000건을 넘었다. 이 기간 B 씨가 발신한 기록은 3635건이었다. 전자 편지는 적지만 일반 편지나 등기를 B 씨만큼 받은 수용자도 있었다. 순천교도소에 수감된 C 씨는 인터넷 서신은 1800건이었지만, 일반 편지나 등기를 1만 459건을 받았다. C 씨 발신 건수는 2091통이었다.
1만 건 이상 편지를 받은 이는 연예인 등 유명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명이 작성하기에도 지나치게 많은 양이기 때문이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 D 씨는 “한번은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가 수감된 적이 있다. 그때 정말 엄청난 인터넷 서신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외부로 발신하는 건수는 대체로 비슷했다. 2020년 약 758만 건, 2021년 770만 건, 2022년 769만 건, 2023년 9월까지 556만 건이었다. 수감 경험이 있는 E 씨는 ‘수감 시설 내에서 밖으로 편지를 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E 씨는 “수감 시설 안에서는 가족이나 지인이 영치금을 넣어줘도 뭘 사 먹기도 빠듯하다. 편지나 등기를 보내려면 우표를 꽤 붙여야 하는데 이게 사실 필수재는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우표가 꽤 귀하기 때문에 수감 시설 안에서 내기를 하거나 고마울 때 선물로 우표를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인터넷 편지를 받은 곳은 서울구치소였다. 서울구치소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모든 연도에 가장 많은 인터넷 서신을 수신한 기관이었다. 서울구치소 뒤를 이어 서울 동부구치소, 인천구치소 순으로 많은 인터넷 서신을 수신했다. 이 순위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2020년 인터넷 서신 수신은 서울구치소 32만 7133건, 서울 동부구치소 23만 6152건, 수원구치소 21만 644건 순이었다. 이어 2021년 서울구치소 33만 9996건, 서울 동부구치소는 22만 5364건, 인천구치소 25만 1313건 순이었다. 2021년부터 인천구치소는 계속 3위 자리를 유지했다. 2022년 서울구치소 37만 1993건, 서울 동부구치소 25만 2836건, 인천구치소 24만 950건 순이었다. 2023년 9월까지를 종합해 보면 서울구치소 34만 2423건, 서울 동부구치소 23만 9064건, 인천구치소 20만 5491건 순이었다.
E 씨는 “편지도 밖에 연줄이 있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많이 받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위 법무부의 자식이라고 해서 ‘법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법무부에서 가끔 주는 일정 금액이나 교도소에서 일하면서 받는 게 전부인 사람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편지도 안 온다. 밖에서 이들을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어 E 씨는 “반면 밖에서 연줄이 많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밖에서 인맥 관리 차원에서도 가끔 편지 한 통씩을 보내준다. 이게 쌓이면 그 사람은 매일 한두 통씩은 받게 된다”면서 “다만 인맥 관리도 구치소까지다. 형기가 적을 경우 재판 받다 보면 구치소에서 형이 끝나지만, 교도소로 이감될 정도면 형이 상당히 긴 경우가 많다. 이 정도면 인맥 관리도 할 필요가 없어져 편지도 안 온다”고 덧붙였다. E 씨 말처럼 연도별 상위 수신 수감 기관 3곳 모두 구치소였다.
2020년부터 2023년 9월까지 가장 적은 인터넷 서신을 수신한 곳은 경북북부제2교도, 천안 개방교도소, 강원북부교도소, 정읍교도소, 거창구치소 등이었다. 2020년 천안 개방교도소가 7449건, 2021년에는 서산지소가 1만 5968건, 2022년 천안 개방교도소가 6443건, 2023년 거창구치소가 2881건으로 전자 서신을 가장 적게 수신한 수감기관이었다. 다만 이 수감기관은 대체로 인원도 200명이 채 되지 않는 수용 인원이 적은 편인 수감 시설이었다.
한편 수용자가 발신하려고 하는 문서가 극히 예외적으로 거부되는 경우도 있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무부는 2020년 37건, 2021년 17건, 2022년 7건, 2023년 9월까지 3건을 발신 금지했다. 발신 거부 대표적 사례로는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수용자가 구치소에 수용 중 다른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사건인들끼리 뜻을 모아 사건을 해결하자’는 취지의 선동적인 내용 등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관련 법령에 따라 발신을 불허했다고 전해진다. 적시되진 않았지만 n번방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이 공범들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뜻을 모으자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 해 무려 200만 건 이상이 오갔던 편지가 사라지면서 수감 기관 내 수용자 불만이 팽배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수감 시설 내 인력에 비해 과도하게 오갔던 인터넷 편지로 인해 업무가 힘들었던 교도관 등은 이번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