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남아…노조·야당 한전KDN·마사회 지분 통매각 절차 문제 지적, 국정조사 검토
#최종 낙찰자 ‘유진그룹’
2022년 8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핵심 자산인 YTN 지분 매각 검토를 담은 혁신 계획을 제출했다. 같은 해 1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한전KDN과 마사회가 제출한 YTN 지분 매각 계획을 확정했다. 한전KDN과 마사회는 YTN 지분을 각각 21.43%, 9.52% 보유 중이다.
매각 주관사 선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 2월 한전KDN은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 5월 삼일회계법인은 주관사 선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마사회까지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전KDN의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던 삼성증권이 갑자기 자격을 반납하고, NH투자증권의 경우 마사회 매각 주관사 입찰에 참가했다가 당일 철회하는 등 잡음이 무성했다.
3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삼성증권이 (한전KDN 매각 주관사) 경쟁 입찰에서 어렵게 1위를 해놓고 바로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NH투자증권도) 입찰 공모 마지막 날 심사 서류까지 제출해 놓고 몇 시간 뒤 갑자기 응모를 철회했는데, 왜 이런 헛수고를 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가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식적이지 않은 ‘수상한 징후’가 분명하다”고 성명을 냈다.
9월 5일 한전KDN과 마사회는 YTN 지분 30.95%를 ‘공동 매각’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 지분 매각을 공고했다. 두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시 YTN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이 밖에 주요 주주는 한국인삼공사(19.95%), 미래에셋생명보험(14.58%), 우리은행(7.40%) 등이 있다.
10월 20일 YTN 지분 매각 입찰이 마감됐다. 한세실업, 유진그룹, 글로벌피스재단(GPF)이 인수전에 참가했다. 이 중 의류 수출 전문기업이자 시가총액 8100억 원 규모의 한세실업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동안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에서 YTN 인수 후보로 한세실업을 낙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0월 10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YTN 지분 매각 관련해 “최근에 한세실업이 등장하는데, 여기가 용산 대통령실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좀 있다”고 질의했다. 그러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정말 터무니없는 말씀”이라며 “한세실업은 제가 알기론 지금 그 뜻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10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난 6월 대통령 베트남 순방 당시 만찬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바로 옆에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앉아 있다며 야당 측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차남이다. 김동녕 회장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YTN은 유진그룹 품에 안겼다. 10월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진행된 개찰에서 3199억 원을 써낸 유진그룹이 한전KDN과 마사회 보유 지분(30.95%)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YTN 자산가치를 최소 6196억 원에서 최대 1조 844억 원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재계 순위 78위로 건자재, 유통, 금융, 물류, IT, 레저,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서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규모는 약 5조 3440억 원, 총 매출은 약 4조 650억 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경기 부천시 지역의 유선방송사업 드림씨티방송을 운영한 적도 있다.
유진그룹은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받아야 YTN의 새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10월 23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YTN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 투명,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법에 따라 유진그룹은 지분 취득 계약 체결 30일 이내에 방통위에 변경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방통위는 60일 안에 그 결과를 유진그룹 측에 통보하게 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YTN의 최종 지분 매각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지분 ‘공동 매각’ 과정 논란
야당은 한전KDN과 마사회가 지분을 합쳐서 ‘공동 매각’한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2월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의 매각 주관사로 선정될 때 제출한 ‘매각 자문 제안서’에 따르면 한전KDN의 YTN 보유 지분(21.4%)을 ‘단독 매각’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제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단독 매각이)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거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잠재 매수자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하고 매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마사회와 지분을 공동 매각하는 것에 대해선 잠재매수자 후보군이 제한되고, 다수의 이해관계자와의 매각으로 거래 난이도 상승 및 의사결정 지연시킨다는 단점을 들었다. 장점으로는 최대주주 지위 확보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 극대화를 꼽았다.
이와 관련, 10월 19일 김장현 한전KDN 사장은 국회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삼일회계법인이 공동 매각하는 것이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삼일회계법인 마사회와 (매각 주관사로) 계약한 건 나중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국감에서 김성환 의원은 삼일회계법인이 한국마사회 주관사를 추가로 맡은 과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전KDN 매각 주관사 선정 제안 요청서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우려되는 타거래 자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한전KDN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됐는데, 삼일회계법인이 마사회 매각 주관사에 신청하기 전에 한전KDN 서면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장현 사장은 “매각 주관사가 이해충돌을 일으킬 경우 민사 일반원칙에 의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통보했다”고만 답했다.
10월 20일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 사전 동의 없이 마사회와 공동 계약을 맺은 건 자본시장법 위반이고, 자사에 손해인 계약을 묵인 및 방임한 한전KDN엔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 등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YTN 매각 전 과정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10월 24일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YTN 매각을 둘러싼 전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 나가겠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면 국회 국정조사도 검토하겠다”며 “유진그룹 회장은 과거 특수부 검사에게 내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10년간 운영해 온 나눔로또 복권사업의 수탁사업자 선정에도 탈락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