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강화해 계열사 주요 사안 관여 전망…금감원 조사로 CA협의체 이끌 임원 공백 우려
#CA협의체 4인 총괄 체제로 개편
카카오는 지난 몇 년간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를 강조해왔다. 카카오는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기업집단설명서’를 통해서도 “투자와 인수, 계열사 간 통폐합 및 흡수합병(M&A) 전략은 개별 공동체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자율경영은 김범수 센터장의 철학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기업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단기간 내 수많은 M&A를 진행하면서 체계적인 관리 체제가 마련되지 않아 자율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다”며 “현재도 카카오 계열사마다 기업문화나 복리후생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최근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에서 그룹 차원의 경영으로 조직 문화를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CA협의체를 4인 총괄 체제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CA협의체의 4인 총괄 대표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경영지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업),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 배재현 대표(투자) 등 4명이다. 이 중 김정호 이사장과 정신아 대표는 CA협의체에 신규로 합류한 인물이다. 이외에도 김범수 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송지호 크러스트유니버스 대표 등이 CA협의체 멤버로 있다.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는 카카오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카카오의 컨트롤타워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이미 2017년 CA협의체의 전신격인 공동체성장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공동체얼라인먼트(CAC)가 2021년 출범하면서 공동체성장센터를 계승했고, CAC는 올해 초 CA협의체로 조직을 개편했다. 그러나 CAC는 대외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에 주력했고, 계열사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CAC의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카카오는 향후 CA협의체의 권한을 강화해 계열사 주요 사안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 10월 30일 경영회의를 열어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전에는 M&A, 투자, 회사 분할 등 각종 중요한 현안을 계열사가 직접 처리했다. 카카오는 또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센터장은 이날 회의에서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이 같은 결정은 각 계열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은 2021년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후 이를 대규모로 매각해 비판을 받았다.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역시 올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 원 이상의 차익을 챙겨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최근에는 카카오 재무 담당 임원이 법인카드로 1억 원 이상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논란이 됐다. 이 밖에 일부 카카오 계열사가 지난 몇 년간 자율적으로 물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소액주주의 비판을 받은 것도 경영 방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CA협의체 핵심 멤버인 배재현 대표 구속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 일부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는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CA협의체 핵심 멤버인 배재현 대표는 지난 10월 19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로 인해 구속됐다.
금감원은 김범수 센터장, 홍은택 대표 등은 검찰 송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도 여의치는 않다. 금감원이 추가 조사를 통해 김 센터장과 홍 대표를 송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도 “(SM엔터 주가 조작 관련해) 피의자 18인 중 개인 3인과 법인 2개사 등 5인에 대해서만 우선 송치했다”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해 추가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과 금감원 조사가 집중되며 경영진의 리소스가 분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범수 센터장과 홍은택 대표마저 검찰에 송치되면 당장 CA협의체를 이끌 수장이 사라지게 된다.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 장기 근속자도 많지 않고, 임원 인재풀도 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원년 멤버인 송지호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본다. 송 대표는 미국 패스모바일 대표, 싱가포르 크러스트유니버스 대표 등 주로 카카오 해외 계열사의 경영을 맡아왔다. 송 대표가 현 상황의 비상경영을 이끌기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CA협의체는 카카오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조직으로, 주제별 논의의 적임자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구조”라며 “조직을 개편하며 지속적으로 정비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SM엔터 주가 조작 논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 영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해왔다. 증권가에서는 올해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 적기라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도 IPO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9월 리포트를 통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카카오 엔터 사업 IPO를 위한 첫 번째 스텝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최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24일 ‘제8회 금융의 날’ 행사 후 기자들에게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기업적·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와 국민들이 기대하는 감정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9.11%를 갖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M엔터테인먼트는 창립 이후 분기 첫 500억 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포기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서는 ‘우량 자산’을 매각하는 셈이고,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시장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IPO와 관련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IPO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