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 후 밀어붙여…이복현 원장 특사경 직접 수사 확대 의지 한몫
#금감원과 서울남부지검의 갈등
하이브는 2월 28일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타법인의 SM엔터 주식 대량 매수로 인한 공개매수 방해가 있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엔터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2월 16일, 한 기타법인이 SM엔터 총 발행주식 수의 2.9%를 매수한 사실에 대해 금감원 조사를 요청한 것. 하이브는 특정세력이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조2부에 배당했다. 이에 카카오는 검찰 수사를 대비해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한 바 있는 검사장 출신 A 변호사, 금융범죄 수사 이력이 있는 차장검사 출신 B 변호사 등에게 사건을 맡기는 동시에 대형로펌까지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서울남부지검 금조2부가 지휘하는 구조였기 때문인데, 자연스레 금감원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 검찰에 넘기더라도 검찰에서 일부만 혐의를 인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서울남부지검 간 ‘의견 차이’가 법조계에서 공공연하게 돌기도 했다. 금감원이 카카오 주가조작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하고 싶어 했지만, 검찰이 다른 사건들의 우선순위를 거론하며 덜 협조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로 올해 여름만 해도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테라·루나 코인 사건 등에 집중하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에 정통한 법조인은 “카카오 사건 등 서울남부지검 지휘부와 금감원 지휘부 간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라며 “어떤 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었는데 금감원이 가장 밀어붙였던 사건은 카카오”라고 귀띔했다.
#검찰 인사 후 달라진 수사 흐름
그리고 지난 9월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난 뒤 카카오 관련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은 10월 19일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배 대표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4일 뒤인 23일에는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 출석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은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는데, 모든 것이 이례적이었다.
금감원에 대기업 오너가 소환된 것도, 피의자를 위한 포토라인이 설치된 것도 처음이었다. 금감원 측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포토라인을 처음 설치했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감원 특사경 직접 수사 확대에 방점을 두고 ‘경제 검찰’의 위상을 높이려 한 것이 드러났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금감원 특사경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조사를 위해 수사 및 소환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모두 검찰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범수 의장 정도의 ‘큰 인물’을 소환한 것은 금감원 출범 이래 처음이다.
#구속 가능성 낮지만 기소는 유력
특사경은 김 의장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으로부터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영장이 청구됐던 이들의 혐의 중 상당 부분이 김 의장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에 따르면 배 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올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공방이 진행됐을 당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여 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데 관여한 의혹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경영진들이 당시 기타법인을 통해 주식을 매집해 매수 주체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등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법원 역시 이런 부분을 받아들여 배재현 총괄대표의 영장을 발부했다. SM엔터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5% 보고)를 하지 않은 부분도 역시 ‘고의성’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김 의장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감원은 거꾸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0월 24일 오전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 이후 “(카카오) 법인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해당 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을 기소해 벌금형 이상이 나오게 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전형적인 검찰 특수 수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검찰이 김 의장까지 영장을 치기에는 ‘소환 조사’가 별도로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카카오 사건만 보면 금감원 특사경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에 이어, 새로운 금조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 추가 소환이 없을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기소하는 정도로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