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출시 미뤄가며 피드백 반영한 신작 ‘TL’ 공개…크래프톤, 저작권 논란 ‘다크앤다커 모바일’ 선보여
NC가 지스타 일반 소비자 대상 B2C관을 여는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NC는 200부스 규모의 초대형 전시관을 열고, 오는 12월 7일 출시 예정인 TL 등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지스타에서 ‘팬 퍼스트’를 주제로 부스를 열고,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내년 말 출시 목표인 게임 ‘인조이’를 선보인다. 크래프톤은 지난해에도 지스타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기존 핵심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아닌 신작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렸다는 차별점을 내세웠다.
#NC "TL, 과도한 과금 유도 없다"
NC와 크래프톤을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무엇보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출시한 게임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와 실적 악화, 주가 하락 등 악재가 산적하다. NC의 TL은 '리니지'와 차별성이 부족하고, 완성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TL은 지난 5월 진행한 일반 게이머 대상 베타테스트에서도 신통치 못한 평가를 받았다. 리니지를 비롯한 흔한 중세 배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5월 TL 테스트가 진행된 일주일 동안 NC 주가는 15%나 떨어졌다.
NC는 테스트 이후 TL을 한층 발전시켰다는 입장이다. NC는 TL 출시일을 10월에서 12월로 미루며 마지막 담금질에 나섰고, 자동전투와 이동 시스템 등도 삭제하며 게임성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한다. 리니지 등에서 문제가 됐던 과도한 과금 유도도 없다고 밝혔다. NC 입장에서는 이번 지스타가 TL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킬 기회다.
#'다크앤다커' 넥슨과 저작권 소송
크래프톤의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다. 사실 다크앤다커 PC버전 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는 지난해 9월 개발 단계에서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다크앤다커가 ‘제2의 배틀그라운드’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하지만 아이언메이스가 넥슨과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면서 여론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넥슨은 사내에서 ‘프로젝트 P3’를 제작하던 팀이 퇴사 후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하고, P3를 기반으로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회사 지원을 받아 P3를 만들었으나 성공 가능성이 보이자 개발팀이 다른 생각을 품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언메이스 주요 직원들은 넥슨에서 P3를 만들던 인물들이다. 심지어 넥슨에서 자료 유출을 이유로 징계 해고를 당한 인물도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해고 사안은 민주노총 소속이자 게임업계 1호 노조인 넥슨 노조까지 동조할 정도로 업계 상례를 벗어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에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 위반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전은 미국 등 해외 게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등은 다크앤다커 판매를 중지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현재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 게이머들은 소송 승패와 관계없이 다크앤다커 제작진이 도의를 어겼다는 반응을 보인다.
#크래프톤 “‘다크앤다커 모바일’ 독자적 개발”
그런데 크래프톤은 지난 8월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따냈고,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비슷한 게임을 개발 중이었으며 게임 이름만 따왔을 뿐, 모두 자체 제작해 저작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한다.
이와 관련,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월 7일 컨퍼런스콜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었고, 상표권을 계약해서 ‘다크앤다커 모바일’로 부르는 상황”이라며 “사법적 판단에 대해 지켜보고, 그에 따라 운영 방안을 합리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한 지스타 참여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저래도 되는 건가’ 싶은 반응이 대다수”라며 “게이머 여론이 너무나 나빠 지스타에서 반 크래프톤 시위가 벌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모바일 출시를 강행하는 이유로 관련 소송이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배틀그라운드도 중국 매출이 대다수이고 전사적으로 국내 매출 비중은 낮으니 국내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출시만 한다면 판매량은 잘 나올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NC·크래프톤, 게이머 마음 붙잡을까
NC와 크래프톤은 최근 연이은 신작의 실패로 실적과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NC는 2020년 매출 2조 4161억 원, 영업이익 8247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영업이익은 꾸준히 하락했고, 증권가에서는 NC의 올해 영업이익을 16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크래프톤도 상장 당시인 2021년 매출 1조 8853억 원, 영업이익 6505억 원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또 크래프톤의 인지도 있는 게임이 배틀그라운드 하나뿐이라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양사의 어두운 전망은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NC의 주가는 2021년 한때 100만 원이 넘었지만 현재는 20만 원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도 2021년 상장 직후 58만 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20만 원 전후 수준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NC는 늘어난 인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수의 신작이 출시되지 않았고, 1인당 매출 및 이익이 급속도로 줄었다”며 “TL은 NC의 기존 모바일 게임에 있던 요소들을 차용한 것이 오히려 테스트에서의 부정적인 유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NC와 크래프톤 모두 지스타에서 여론 반전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여론 반전에 성공하면 TL이나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이는 수익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차가운 시선을 감안하면 여론 반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게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NC와 크래프톤 모두 ‘유저 적대적’ 태도와 리니지, 배틀그라운드라는 한 IP 의존으로 비판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게이머를 위한 축제인 지스타에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