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손준성 탄핵안 발의, 표결은 일단 무산…친명 일각서도 “이재명 구하기로 비쳐”, 당 내홍 조짐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11월 9일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검사들은 제 식구 감싸기로 제대로 징계 처분 안 받는 게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정섭 2차장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손준성 차장검사에 대해선 부실 수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탄핵안 발의 후 이원석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탄핵,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는 협박탄핵, 당대표에 대한 사법절차를 막으려는 방탄탄핵”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석 총장이 이처럼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검사 탄핵안은 민주당의 친명 강경파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 일각에서조차 ‘총선에서의 악영향’을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다가 정권을 내줬던 사례가 거론됐다고 한다.
하지만 11월 8일과 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사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이재명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백 번 양보해서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던 이정섭 검사는 빼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11월 10일 민주당 한 친명 초선 의원은 “문제가 있다면 공수처 등에 고발을 하면 될 텐데 굳이 탄핵을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눈엔 ‘이재명 구하기’로 비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원외의 강경 지지자들이 요구했던 것을 당이 수용한 그림이 됐다. 장기적으로 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점쳤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폭거라는 프레임을 앞세우며 강한 비판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와서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무기로 탄핵소추권을 남발해오고 있다”며 “민주당이 국정 마비를 기도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검사 탄핵안 기한은 11월 13일까지다. 당초 국민의힘은 11월 9일 본회의에 상정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도중 탄핵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가 무산됐고, 결국 검사 탄핵안 표결도 불가능해졌다.
민주당은 11월 10일 검사 탄핵안을 철회하는 한편, 이정섭 차장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자동폐기될 경우 이번 회기에 다시 발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먼저 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11월 30일, 12월 1일로 잡혀 있는 본회의 때 다시 탄핵안을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안 논의가 한동안 잠잠했던 친명과 비명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철회되긴 했지만 이번 탄핵안 발의 직후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져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