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만 명 수용 ‘꿈의 무대’서 단독공연 예고…잔디 보호 위해 축구화 신고 시축 등 축구에도 진심
가수 임영웅이 그동안 팬들로부터 ‘주제 파악을 해달라’고 줄기찬 요청을 받은 끝에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성을 결정했다. 팬들의 규모를 생각해 좀 더 넓은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고민 끝에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임영웅은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통틀어 국내서 가장 막강한 팬덤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움직일 때마다 기록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임영웅이 드디어 ‘꿈의 무대’로 향한다. 2024년 5월 25일과 26일 이틀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솔로 가수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단독 공연은 그 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어려운 기회이자 특별한 도전이다. 원한다고 누구나 설 수 있는 무대도 아니다.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경기장 측도 가수들에게 선뜻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경기 일정이나 잔디 훼손 등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관문을 임영웅이 뚫었다.
#서울공연 예매 오픈 당시 접속자 300만 명 몰려
임영웅은 현재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공연의 시작은 서울에서 열었다.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2주에 걸쳐 주말 6일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개최한 서울 공연은 약 8만 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국 투어는 11월 말 대구에 이어 12월 부산과 대전, 2024년 1월 광주로 이어진다.
서울 공연부터 화제의 연속이다. 이미 티켓 예매 오픈 당시 동시 접속자수가 300만 명 몰리면서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증명했고, 1월 2일 이뤄진 대전 공연 티켓 예매 역시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다. 한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임영웅의 티켓은 약 500만 원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불법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불법 거래 티켓 규제를 위한 법률 개정과 시행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관련법 제정 요청까지 이어질 정도로 임영웅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임영웅이 전국투어 무대를 남겨두고 전격 발표한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계획으로 또 한 번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11월 5일 서울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소화하면서 직접 팬들에게 그 사실을 공개한 임영웅의 발언으로 인해 그의 팬덤은 요동치고 있다. 팬들도 ‘꿈의 무대’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성을 누구보다 바라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임영웅의 팬들은 서울의 KSPO돔이나 부산의 벡스코 등 공연장이 팬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더 큰 무대에서 콘서트를 열어 달라고 줄곧 주문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온 말이 바로 ‘주제 파악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공연 때마다 티켓을 구하는 일이 너무 어려운 탓에 팬들 사이에서는 ‘임영웅은 호남평야에서 공연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내놓았다. 팬들을 한 번에 수용하려면 그 어떤 실내 공연장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에서다.
임영웅은 7일 팬카페에 쓴 글에서 “다들 예상하지 못한 것 같은데 무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여러분과 신나게 놀 수 있게 됐다”며 “여러분과 함께라면 정말 우주까지도 갈 것 같다. 늘 기적을 만들어주는 영웅시대 정말 존경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국내 대형 공연장 ‘올킬’ 임영웅 파워
임영웅은 2016년 데뷔한 이래 KSPO돔, 고척스카이돔을 거쳐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섭렵하는 막강한 행보를 걷게 됐다. 현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잠실주경기장이 사실상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회당 최대 6만 명까지 수용하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로 꼽힌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가수라고 해도 솔로 아티스트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빅뱅 등 전성기 인기를 누린 일부 케이팝 그룹이나 2013년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강타한 가수 싸이가 1회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케이팝 그룹의 연합 공연 등이 한정적으로 이뤄졌다. 임영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틀에 걸쳐 공연을 여는 사실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월드컵경기장은 K리그를 비롯해 국가대표 A매치가 이뤄지는 곳인 만큼 잔디 등의 문제로 가수들의 공연에 웬만하면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스타디움 공연은 아티스트의 역량이 갖춰져야만 가능한 도전이기도 하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갖춘 케이팝 그룹이 아닌 솔로 가수가 선뜻 도전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영웅은 이런 한계와 제약을 단번에 뛰어넘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문을 열어준 사실 역시 이목을 끈다. 공연을 연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영웅은 국내 ‘원톱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임영웅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성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지닌 남다른 축구사랑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오넬 메시의 열혈 팬이자, 실제로도 축구에 푹 빠져 지내는 임영웅은 2023년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 서울과 대구 FC 경기에 시축자로 나서 화제를 뿌렸다. 당시 임영웅은 시축을 맡고 잔디 훼손 등을 우려해 일반 운동화 대신 축구화를 신고 나섰다. 그 모습에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축구에 ‘진심’인 마음도 드러냈다.
이날 임영웅의 시축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는 팬들이 대거 몰렸다. 이날 관중은 4만 5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이자 최다 유료 관중 기록. 움직일 때마다 기록 탄생을 이끄는 임영웅의 파워가 증명된 순간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이처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임영웅은 2024년 5월 이틀에 걸친 단독 공연으로 그 만남을 이어간다.
임영웅은 공연 외에도 팬들과 어떻게든 가깝게,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여러 기회를 구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축구대회’를 예고해 관심이 집중된다. 임영웅은 팬카페를 통해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 운동회 삼아 축구를 해볼까 했는데 팬들이 워낙 많아 수용할 수 있는 일반인 축구장이 없었다”며 “얼마나 올지 예상이 안 되는 만큼 큰 축구장을 빌려줄 분을 급구한다”는 글을 쓰고 팬들과 함께할 ‘특별 이벤트’를 예고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