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수 늘려 수익 올리기? 파두 사태 등 ‘문지기 역할’ 비판받아…“증권사 책임·법적 규제 강화해야”

'일요신문i'가 지난 15일 기준 올해 상장한 기업 67곳의 공시를 확인한 결과, 3분기 누적 실적이 공개된 기업 14개 업체 중 절반인 7곳이 매출 역성장을 보였다. 매출이 오른 7곳 중에서도 3곳은 영업이익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범위를 반기 기준으로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시를 통해 반기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48개 업체 중 18개 업체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32개 업체가 역성장했다.
실적이 부진해도 기업들의 상장은 이어졌다. 지난 10월 10일 상장한 아이엠티는 올해 반기 영업손실이 작년 반기 대비 1487% 급증했음에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해 상장에 성공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파두 역시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올해 상장 기업 수는 IPO 활황기였던 2021년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정대로라면 올해는 80개 기업 이상이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상장 기업 수(70곳)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일정에 따라서는 IPO 시장이 훈풍이었던 2021년 상장 기업 수(88곳)에 견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데 증권사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의 상장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IPO 시장은 IPO 대어로 평가받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취소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올해는 상장 기업 수를 늘려 ‘박리다매’ 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전략으로 수정한 듯 보인다.

이외에도 증권사들은 IPO 청약시 투자자들에게 받는 수수료나 증거금 이자로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수료는 청약당 2000원씩 받고, 증거금 예치 이자율은 0.1%다. 상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수료나 증거금은 기업당 1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러 꼼수를 이용해 누적 금액을 늘려가고 있다(관련기사 증권사 이자 불리기 꼼수 쓰나…‘공모주 청약일’의 비밀).
증권사는 IPO 시장에서 일차적인 문지기(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증권 인수인이다. 증권사는 상장하려는 기업의 공모주를 인수해 청약을 진행하고 기업 실사를 통해 투자 정보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게이트키퍼로서 투자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파두 사태를 들여다보면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기업 실사를 통해 파두가 올해 약 12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현재 파두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약 180억 원으로 주관사가 추정한 매출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은 파두의 IPO 과정에서 위법 소지 여부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파두와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실적 추정치가 적정했는지, 고의로 실적을 부풀린 것은 아닌지 살필 계획이다. 또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두 증권사를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인수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인수인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형사상 불공정거래책임, 행정상 과징금책임, 자율규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인수인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대표주관회사가 인수단을 구성해 위험과 책임을 나누며 발행회사와 대등한 계약 관계에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인수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인이 기업 실사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리스크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신 기업의 성장가치정보, 지속가능성 정보(기업지배구조 등)를 기업가치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공모가격 공시제도는 인수인의 기업가치평가를 획일화할 수 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