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행감서 이성호 의원 “배임죄 해당할 소지…계약 내용도 도에 불리해” 질책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일자리재단은 본사 이전을 위해 2022년 5월 동두천시로부터 상패동 미군 반환 공여지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재단은 한 해 전인 2021년 11월 토지오염 정밀 조사를 통해 해당 부지가 페놀, 불소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매매 계약 이전부터 토양 오염 사실을 알았지만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그 땅을 샀다. 매입가는 63억 원이었다. 그리고 토지 정화 설계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정화 비용은 98억 원대로 추산된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오염을 알고도 땅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11월 13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성호 의원과 김도훈 의원은 계약 전에 오염 사실을 인지하고도 계약한 이유에 대해 따져 물었다.
홍춘희 재단 경영기획실장은 “계약하지 않으려 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오염 사실을 알고 계약하는 건 배임이라는 점, 그럼에도 사야 한다면 우리 자산으로 살 수 없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도에 내비쳤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김도훈 의원이 “매매계약서를 최종 결재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홍 실장은 “당시 제가 결재했다”고 했다. 홍 실장은 “당시 재단 대표 직무대행은 경기도 유광렬 경제실장이었다”며 경기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성호 의원은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 재단이 토양 오염 사실을 모르고 산 줄 알았는데 알고 샀다. 이건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당연히 관련자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진 사람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 실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성호 의원이 재차 “본인 땅이면 매수가가 60억 원이고 정화 비용이 100억 원이면 그 땅 샀겠나?”라고 묻자. 홍 실장은 “안 사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성호 의원은 오염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계약서 특약사항에 토양 오염도 조사 및 정화는 동두천이 실시하고 그 비용은 양 기관이 합의해 부담한다고 돼 있다. 토지 매매 계약은 법상 하자 담보 책임이고 담보 책임은 무과실 책임으로 매도인이 지는 책임이다. 동두천에서 책임져야 하는데 왜 재단에 불리하게 작성돼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홍 실장은 “계약 당시에 이 땅을 사지 않겠다는 의사를 도에 전달했었다. 그렇지만 도에서 북부 균형 발전을 위해 이전하면 더 큰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라며 경기도에 책임을 돌렸다.
이성호 의원이 “더 큰 효과라는 게 현재 전혀 검증할 수 없는 내용이 아니냐”라고 되묻자 홍춘희 실장은 “그 부분이 저도 제일 답답한 부분”이라고 대꾸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의 마지막 발언은 도의회를 더 자극했다. 재단 홍 실장은 “토지 계약 관련해 저희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법률 자문을 받아가며 피해가 안 가도록 진행했다. 한 번 더 정리해서 보고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그러자 이성호 의원은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해서 자문을 살펴봤다. 자문 어디에도 계약을 체결해도 된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도에 너무 불리하게 돼 있어서 불리한 계약 내용을 수정하라고 돼 있다. 왜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나?”라고 꾸짖었다. 이 의원은 “면피하려고 법률자문을 받으면 안 된다. 이건 분명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 윤덕룡 신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는 재단의 동두천 이전 계획에 대해 “지난 민선 7기에 정책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산하기관에서 결정권을 가지지 못했던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부천에 서부 본부가 남고 주 사무소만 동두천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제적 의미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상징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이라면서 “생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적으로 득이 된다. 하지만 (동두천 이전으로) 생활 인구가 증가할 이유가 없다.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