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중심 ‘전담팀’ 구성…‘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찬물’ 회의론도
#에어부산 분리매각, 성공할 수 있을까
부산 지역 거점 항공사 존치를 위한 분리매각 논의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지분 인수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결합을 해도 허브를 부산으로 두는 지역 거점 항공사로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만약 대한항공과 KDB산업은행이 인천을 고수하면 부산시가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그간 억눌려왔던 설움이 폭발했다는 입장이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이 10월 23일 제출받은 ‘에어부산 급여 현황’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임직원 급여는 5년간 33.9%가량 감소했다. 약 5%가량 급여를 줄인 모회사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에어서울에 비해 산은의 긴축 압박이 가혹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일찍이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두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대한항공이 인천을 허브공항으로 삼겠다고 밝힌 점도 기폭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에어부산의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주사 측에서 먼저 분리매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이 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되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탄력이 붙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상공업계 한 관계자는 “11월 28일에 있을 투표에서 부산엑스포가 확정되면 가덕도 신공항과 묶어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 추진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분리 매각 추진 역시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분리매각과 관련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기준 에어부산의 지분을 41.89%가량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울경 지역 기업과 사회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16.15%로 동일, 서원홀딩스, 부산시, 아이에스동서, 부산은행 등이 지분을 들고 있다. 부산시 등이 아시아나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2000억의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아시아나가 지분을 팔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앞두고 매각주체인 산은이 찬물을 끼얹을 리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은 전문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산업인데 지금 거론되는 부산 지역 기업들은 항공업을 영위해본 적이 없어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인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항공업은 돈이 계속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는 실무TF를 구성해 향후 추진·대응 전략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지역 주주사들의 의견을 모은 후 산은에 공식 건의하는 절차로 진행할 것”이라며 “지역 기업에서는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산은 "분리매각 검토하고 있지 않아"
에어부산은 올해 3분기 매출 2305억 원, 영업이익 433억 원을 기록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아시아나항공의 다른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매출 758억 원, 영업이익 178억 원을 기록했다. 알짜 자회사라는 점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 추진은 아시아나항공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포기한 것들이 적잖다. 유럽연합(EU)의 결합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를 분리매각하기로 한 데다 슬롯도 적잖이 반납했다. 아시아나 합병의 목적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점 목적 달성과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리한 기업 결합 추진으로 인한 진통도 예상되고 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티웨이에 유럽 항로 운수권을 이관한다고 하는데 운수권은 정부가 배분 규칙에 따라 경쟁입찰로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정거래 위반 이슈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합승인 달성 시점도 불투명하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 매각이 순조롭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몸값은 약 5000억 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쌓인 부채와 노후 기재 교체 등을 위해서는 최소 1조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등의 현금성 자산은 모두 1000억 원 미만이다. EU의 결합승인이 끝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남아 있다. 두 곳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합병 지연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합병 이슈에 발이 묶여 공격적인 신노선 개척이나 사세 확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국가 간 항공회담 통해 노선을 확장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을 텐데 전혀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어떤 요구를 할지 모르니 해당 노선도 못 건드리고 있다”며 “에어부산까지 떨어져나가면 대한항공이 얻어낼 수 있는 파이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아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분리 매각이나 차선책과 관련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또한 “저희는 일단 아시아나와의 기업결합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고 지역에서 추진하시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