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성소수자 관련 저서로 플로리다주 금서 정책 반발 의미
핑크가 이렇게 콘서트장에서 책을 나눠준 이유는 뭘까. 사실 여기에는 비영리단체인 ‘펜 아메리카’와 협력한 핑크의 소신이 담겨 있었다. 이날 배부된 책들은 아만다 고먼의 ‘우리가 오를 언덕’, 레시마 사우자니의 ‘걸스 후 코드’ 등 인종 문제나 성 정체성을 주제로 한 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플로리다주가 최근 금지 서적, 즉 ‘금서’로 지정한 책들이었다.
주정부 차원에서 금서가 지정된 이유는 몇 달 전부터 플로리다주가 자유로운 표현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하면서였다. 즉, 학교나 직장에서 인종차별 등 차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가르치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이었다.
이에 핑크는 이러한 검열에 맞서고 금서 뒤에 숨겨진 목소리와 싸우기 위해 이같은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핑크는 “어릴 때부터 책은 나에게 특별한 기쁨을 주었다. 내가 학교에서 금서를 정한 것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당국이 인종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책, 성소수자 혹은 유색인종 작가의 책을 꼬집어서 금지한다는 건 역겨운 행동이다”라고 비난하는 한편 “우리는 이 나라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많은 진전을 이루었고, 그 누구도 이 진전이 다시 후퇴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펜 아메리카’를 지지하고,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이유다. 금서는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실제 2022~2023년 1년 동안 미국 전역의 학교에서는 3362권의 개별 도서 금지 조치가 시행됐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치다. 금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플로리다주로, 이번에 금지된 책 가운데는 청교도들에 의해 재판을 받은 여성 전도사인 앤 허친슨의 생을 다룬 아동용 책, 노예제도의 비참함을 다룬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의 ‘비러브드’, 토드 파의 그림 동화책 ‘패밀리 북’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정 도서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유명인들로는 핑크 외에도 아리아나 그란데를 비롯한 미국의 팝가수 175명이 있다. 이들은 플로리다주의 조치를 비판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면서 뜻을 같이 했다. 출처 ‘NPR’.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