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인 누락·자격 미충족 회원 포함, 법원 보완 명령…여경협 “추가 자료 제출, 문제없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여경협과 여경협 서울지회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지난 8월 석명준비명령을 협회 측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석명준비명령은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이나 불명확한 내용이 있을 때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고 설명하라는 법원의 명령이다.
여경협은 서울지회 관계자와 남서울지회 설립 무효 관련 소송을 1년 넘게 이어왔다. 남서울지회는 수년 만에 2022년 5월 창립기념식을 가지며 설립됐지만 ‘지회 갈라치기’ ‘줄세우기’ 논란이 번지며 여경협과 서울지회 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 서울지회는 남서울지회가 위법으로 만들어져 설립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여경협은 회원 수가 많은 서울지역의 지회를 추가로 신설한 것뿐이라며 남서울지회 설립 당시 입회를 신청한 146명의 회원은 지회설립 및 운영규정 위반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서울지회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여경협의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지회는 소송을 통해 여경협에 지회 설립 이유와 회원 자격을 거론하며 남서울지회 최초 설립 당시 회원 명부를 제출해줄 것을 줄곧 요청했다. 여경협이 회원분포현황 등으로 제출해 회원 명부를 대신하자 법원이 서울지회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이번 석명준비명령이다. 여경협은 취재진에 9월 법원의 석명준비명령 마감시한에 맞춰 해당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서울지회 관계자는 “여경협이 제출한 회원분포현황과 동의인명부 등은 모두 전산으로 작업한 것으로 서울지회와 법원이 요청한 전체 회원의 서명이 날인된 회원 명부가 아니다”며 “신설 지회 설립 시 서명 날인된 회원 명부를 토대로 승인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최초 명부나 명단이 변경됐거나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만약 최초 명부가 없거나 추후에 변경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허위 명부 작성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남서울지회 설립 절차가 모두 위법사항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경협은 발기인 명부와 동의인명부, 대의원 취임승낙서 등을 제출했는데 전체 회원을 나타내는 동의인명부에는 회원 서명이나 날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제출된 회원분포현황도 마찬가지였다.
전직 서울지회 관계자는 “(여경협이) 법원에 제출한 명부는 정상적인 명부가 아니며 과거 지회 설립 등의 명부 양식이나 서명 등과도 판이하다. 더구나 한 회원의 성명이 자필과 서류상 다르게 기재된 자료도 있었고, 여경협 정관에 명시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일부 포함되는 등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의혹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기했다.
여경협을 관리·감독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신규 설립 지회 등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검증이나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중기부는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여경협에서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방식이지 협회 내부 지회 등을 일일이 직접 관리·감독하기 어렵다. 특히 여경협은 지회와 소송 중에 있어 법원의 판결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다만 지회의 탄원서 등을 파악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경협 관계자는 “서울지회가 요구하는 대로 모든 자료를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법원이 요청한 자료는 모두 제출한 것으로 안다. 남서울지회 설립은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했으며 수년간 설립을 둘러싸고 시끄러웠던 만큼 더 철저히 관리했다”면서 “서울지회도 남서울지회도 모두 우리 식구들이다. 여경협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가 계속돼 안타깝다. 현재 소송 중인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곧 결론이 나서 협회가 정상화가 될 것이니 재판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답변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