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선대위원장 자격 충분, 마땅한 사람 없어…현 분위기 강서구 보선과 비슷, 내일 총선 시 100석 간당”
―같은 당 현역 지역구인 종로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종로가 원래 더불어민주당 지역구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20%포인트(p) 차이로 이긴 곳이다. 이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오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진 곳이다. 당시 민주당이 보궐선거 귀책사유로 인해 후보를 내지 않았다. (내년 총선에도) 여기를 꼭 지켜야 하는 곳이지만, 우리 당 출마자 중에 마땅한 대안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재형 의원이 종로에서 이길 후보가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하긴 어렵다. 우리 당에서 종로 출마 거론 되는 사람들 중에서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최 의원께도 출마에 대해 말씀드렸고, 본인도 수용하신 것 같다.”
―당 지도부는 종로 출마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당내 반발을 예상 못 했다. 당 지도부 전체가 그런 건 아니고, 지도부 일부가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다. 11월 27일 종로 출마 선언 이후에 당혹스러워하는 지도부에 일일이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다. 지금쯤 오해가 상당히 풀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월 7일 기자회견에서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2석을 따내는 효과”라고 했다. 종로 출마가 그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유상범 의원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현재 분위기는 4년 전 21대 총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랑 비슷하다. 지난해 최재형 의원이 종로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때랑 근본적으로 분위기가 다르다. 이대로 가면 (종로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지켜내기 위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상범 의원은 현 상황을 작년 종로 보궐선거 때와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랑 비슷한 현 상황에서 종로는 쉽게 지켜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서울 출마 선언 이후 약 2개월 동안 고민한 지역구들은 어디인가.
“여러 지역을 봤다. 대부분 지역에 현역 당협위원장이 있다. 어디를 선택하든 간에 반발이 불가피하다. 경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종로만 반발 심한 것이 아니다. 종로는 최 의원께서 인품 좋으셔서 쿨하게 선의의 경쟁하자고 받아주신 것이다. 다른 지역은 훨씬 더 격하고 심한 갈등 모습이 연출됐을 수도 있다. 그나마 차분하고, 페어플레이하자 분위기로 흘러가서 다행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무게감 있는 인물을 종로에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름 당과 상의를 했고, 저 말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서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전략공천 한다면 불복할 수도 있나.
“당에서 전략공천 안 할 거다. 컷오프 결격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결격 사유 없다. 경선 참여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한동훈 장관이 비례대표를 받아 전국 선거 유세해야 한다고 했다.
“한 장관이 선대위원장 자격 충분히 있다고 본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이 당의 전국 지지율이다. 한 장관 말고 전국 선거를 도와줄 마땅한 사람도 없다. 한 장관이 지역구에 메이면, 전국 선거 지원이 불가능하다. 지역구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국무총리 등 내각에 남을 수도 있지 않나.
“그건 무시해도 될 것 같다. 한 장관 행보가 총리로 갈 행보가 아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40년지기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때문에 서울 출마를 결심한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런 주장은) 취재도 안 하고 소설을 쓰는 거다. 서울 출마는 재선 때부터 고심했다. 그래서 재선 의원 시절 ‘동일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법안도 공동 발의했다. 일관된 소신이었다.”
―하 의원과 달리 주호영 장제원 의원에 이어 김기현 대표까지 험지 출마 요구를 일축하는 분위기다.
“결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공천까지 시간 많이 남아 있다. 한두 분 정도는 험지 출마를 결심하실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당에 헌신하겠다고 말씀하시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했다. 당을 포함해서 대통령실 출신 중에서도 당을 위해서 몸을 던지겠다고 나오지 않을까 싶다.”
―혁신위의 지도부·윤핵관·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안에 대해서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인적, 무형 자산이 다 지역구에 있다. 그걸 버리고 다른 지역구 가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결단해서 발표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다만 조건 되는 분들이 많지도 않기 때문에 권고안 범위를 넓히는 건 좋지 않다. 수도권 출마도 한두 분 정도만 여건이 되는 것 같다. 수도권 와서 경쟁하려면 인지도나 호감도가 필요하다. 다선 중진 의원이라고 서울 주민들이 아는 것도 아니다.”
―지도부가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위 요구가 더 이상 수용 안 돼서 무너지면 지도부도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와 혁신위는 운명공동체다. 지도부가 간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혁신위 권고안 계속 무시하면 당내 여론도 비상대책위원회로 갈 수밖에 없다. 반혁신 지도부라는 낙인이 지금도 어느 정도 찍혔고, 이게 더 강해지다 보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김기현 체제 대신 비대위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기현 대표 얼굴로 선거를 치르기엔 약하다. 당 내부에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그런 데다 김 대표가 혁신마저 거부한다면, 대표 입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기현 지도부가 살려면 (혁신안을) 다 수용해야 한다. (김 대표) 본인도 결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객관적인 지지율로 나온다. 이 전 대표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철회, 해병대 사망 사건 특검 도입, 이태원 참사 유족 면담 등 3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이걸 당에서 수용하면 탈당이나 신당 창당 명분이 없다. 일각에선 이준석 나가야 지지율 오른다고 하는데,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신당이 얼마나 잘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당엔 명백한 마이너스다. 당 지지율 갉아먹는다.”
―대통령실, 장·차관, 검사들까지 총선 차출론이 제기된다.
“혁신위가 대통령실 출신 사람들 지역구 반드시 경선해야 한다고 했는데, 거기에 동의한다. 그렇지 않고서 전략공천으로 내리 꽂으면, 당 선거에 굉장히 악재가 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혁신위 권고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수용하지 않고 내리 꽂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윤 대통령한테 중요한 건 총선에서 과반을 이기는 것이다.”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은 몇 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나.
“지금 상황에선 지난 총선보다 적은 105석. 지지율 곱하기 3하면 된다. 당 지지율, 대통령 지지율을 45%는 올려야 과반을 해볼 만하다. 이준석 신당이 나오면 지지율 조금 더 떨어진다. 100석 이하를 할 수도 있다.
―지지율 제고를 위한 과제를 꼽아 달라.
“우선 혁신위 요구다. 그 밖에는 대통령실과 당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이 그동안 용산 출장소냐. 용산 사투리만 쓴다. 꼭두각시다. 대통령이 잘못 가는데도 쓴소리 하나도 없다. 이런 것이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쓴소리를 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당의 수평적인 관계가 가장 중요한 혁신과제다.”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50억 클럽은 수사 지지부진해서 특검을 수용하면 좋겠다. 반면 김건희 특검은 아무런 근거 없이 펼치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민주당에서 구체적인 범죄 근거를 제시한 게 하나도 없다. 새로운 범죄 근거가 없다. 하던 이야기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수사를 했다. 그래도 안 나왔다. 대통령 부인이라고 해서 특검 주장하는 건 또다른 인권 침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