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PK 민심 의식 신중모드 속 용산 긴장 고조…‘2기 대통령실’ 이끌 김대기 재신임 여부 관전 포인트
막판 맹추격을 통해 대역전극을 노린다던 부산 엑스포 유치 ‘민관 합동 원 코리아’ 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났다. 1차 투표에서 리야드가 66.7%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며 개최권을 손에 넣었다.
국민의힘은 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해 “미완의 성공”이라는 평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부산시민과 국민 염원이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4년 4월 펼쳐질 제22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거대 양당이 주요 승부처인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을 고려하고 있는 행보로 풀이된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가장 긴장감이 고조되는 곳은 용산이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기간이 시작되는 12월 개각이 예고된 까닭이다. 엑스포 유치전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2기에 해당하는 개각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상황이다. 11월 28일 윤 대통령은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개각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 등 일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을 비롯한 국무위원 및 김은혜 홍보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들을 둘러싼 총선 등판론과 맞물린 개각이다. 개각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부부처에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국가보훈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등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제외한 나머지 수석들이 전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정부 2기 출범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2기 대통령실 판도를 설계하는 중추인물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이 리야드에게 예상 밖 대패를 기록하면서 개각의 축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국면 전환용 카드’로 여겨지며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엑스포 유치 관련 참모 조언이 실상과 다르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최태원 SK 회장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인연도 재조명받고 있다. 김 비서실장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를 맡은 이력이 있다. 김 비서실장 이력이 최 회장을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으로 내세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김 비서실장이 그릴 ‘윤석열 정부 2기’ 밑그림과 관련해 기존 기조대로 윤 대통령이 호응할 수 있을지가 정치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유치전 과정서 범정부적 판단 미스에 대한 책임론을 윤 대통령이 다시 돌아볼 수 있을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부상 중이다. 김 비서실장 재신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엑스포 유치전 참패가 향후 대통령실 개각 혹은 총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따지면 영향이 미쳐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신율 교수는 “정부가 ‘2차 투표를 간다’고 상황을 낙관하며 주장을 했지 않느냐”면서 “2차 투표를 못 간 건 고사하고 표 차이가 상당했다. 이 정도 차이가 났다면 그건 범정부적인 판단 미스”라고 했다. 신 교수는 “아슬아슬하게 2차 투표를 못 갔어도 문제인 상황인데, 원사이드하게 투표 결과가 나와 버렸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책임을 지는 것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2차 투표를 갈 것이라고 낙관했던 근거가 뭔지 이런 것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될 것이라 본다. 국민들이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에 실망을 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국민이 현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신 교수는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엑스포 유치전에서 판단 미스를 했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