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논란 김정호 총괄, 골프·수의계약 등 사내 이슈 공개…반박글 등장 등 여진 속 카카오 “공식입장 없어”
#내부망에 '김 총괄 해명 반박글' 등장
지난 11월 28일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회의 도중 직원들에게 욕설을 한 사실이 보도됐다. 김정호 총괄이 11월 22일 오후 카카오 판교 아지트 14층의 한 장소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고성으로 욕설을 하며, 업무보고를 하던 직원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김 총괄은 11월 28일 오후 4시 30분경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명했다. 김 총괄은 “700억~800억 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가만히 있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해 화를 냈다”며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적었다.
김정호 총괄은 11월 29일 오전 페이스북에 골프회원권과 관련한 게시글도 추가로 업로드했다. 김 총괄은 김범수 창업자로부터 법인 골프회원권을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듣고 조사에 착수해보니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 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이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됐다”며 “정말 전쟁 같은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여진은 진행형이다. 지난 11월 30일 회사 내부망에 반박글이 올라왔다. 제주 ESG센터의 주무를 맡았던 카카오 자산개발실 직원들은 해당 건이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대표이사 결재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안이라며 근거 문서까지 첨부해 반박했다. 카카오 내부 인력을 쓰지 않고 외주를 준 사실과 관련해서는 ‘카카오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수의로 용역을 줄 경우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정호 총괄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인해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기도 했다.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직원들도 처음엔 김 총괄이 경영진 비리를 밝혀줘서 좋다고 얘기하다가 해당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 총괄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나머지 글의 사실관계도 다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골프회원권 이슈와 관련해서도 앞서의 관계자는 “제일 논란이 된 골프회원권 역시 그 전부터 팔고 있었다. 김정호 총괄이 오면서 속도가 빨라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한 직원 또한 “골프회원권은 전전대표 때부터 이슈로 제기됐던 건이고 이미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정호 총괄은 11월 29일에 올린 골프회원권과 관련된 페이스북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IT업계 한 관계자는 “욕설 파문이 터지기 직전에 한 차례 소문이 돌긴 했다. 여주나 이천 등에 있는 좋은 골프장에는 카카오 직원들이 안 가더라도 매주 부킹을 해 놓는다, 누구 임원이 어떤 CC를 다닌다더라 등등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며 “김정호 총괄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8일에는 카카오가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와 서울 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김정호 총괄이 페이스북에 ‘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등에 관해 언급해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 홍보실은 “IDC와 관련해서는 총 3곳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개입찰을 거쳐 시공사를 선정했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카카오는 해당 건과 관련해 현재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내부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안에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 일들이 자꾸 밖으로 들추어지니까 말 하나하나가 예민해진다. 대단히 이례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홍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자 않자 결국 홍은택 총괄 대표까지 나서 수습에 나섰다. 홍은택 대표는 지난 11월 30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공지에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센터 등의 건설 과정 그리고 브랜든(김정호 총괄)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며 “골프장 회원권은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기를 당부드리고, 그동안 감사나 조사 결과를 예단해서 얘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결국은 헤게모니 싸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발한 카카오는 10여 년이 지나 수많은 계열사들이 얽히고설킨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카카오 내부에서 논란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최근에는 카카오 재무담당 임원의 법인카드 유용이나 카카오모빌리티 회계조작 논란 등이 이슈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되고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검찰에 송치됐다.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구원투수로 영입된 것도 이 무렵이다. 김정호 총괄은 김범수 창업자의 30년 지기이자 삼성SDS 시절 선배로 알려진 인물이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동시에 카카오 창업 당시 밀어준 투자자이기도 하다. 김 총괄은 주요 공동체 CEO들이 참석하는 경영쇄신위원회는 물론, 독립된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위에도 모두 참여한 유일한 카카오 내부 인사일 정도로 김범수 창업자의 높은 신임을 받고 있다. 김 총괄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김범수 창업자가 김 총괄을 직접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IT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헤게모니 싸움이다. 외부에서 혁신을 위해 영입한 인사와 내부에서 혁신을 거부하려는 구성원들이 부딪히며 잡음이 일어나는 모양새”라며 “김정호 총괄도 사과까지 했는데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누가 바로 쪼르륵 외부에 제보를 해서 기사까지 나와버렸다. 나름대로 무보수로 사명감을 갖고 해보려는데 명예나 자존심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리니까 홧김에 선을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내부의 논란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이슈와 관련해서는 홍보실에서 따로 공식적으로 드릴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