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기구 권한 이전 연기…수백억 순손실 기업가치 뚝 ‘냉가슴’…카카오 “투자자와 상시소통”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있어"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출범 후 수차례 투자를 유치했다. 우선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TPG가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어 △칼라일(2200억 원) △LG그룹(1000억 원) △GS그룹(950억 원) △구글(565억 원) 등이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다. TPG가 설립한 회사 카키홀딩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4.31%를 보유한 2대주주고, 칼라일이 설립한 회사 킬로미터홀딩스는 지분 6.18%를 가진 3대주주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사회 산하 별도 의사결정기구를 두고 있다. 해당 의사결정기구 위원은 카카오 측 인사와 투자자 측 인사로 구성돼 있다. 현재 카카오 측 위원이 전체 위원 절반을 넘는다.
카카오는 당초 투자자들에게 카카오모빌리티 의사결정기구 위원의 과반수 선임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해당 의사결정기구는 일부 경영진 교체 등의 권리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카카오는 최근 투자자들과 해당 권리 행사 시점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이 언제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약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권리 ‘취소’가 아닌 ‘연기’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추후에도 직·간접적인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수익성이 좋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277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고, 올해 1~3분기에도 12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사 관계자는 “그간의 관계도 있고 해서 당장 투자금 회수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외면받는 분위기다. 카카오모빌리티 주식은 2021년 장외거래시장에서 주당 1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지만 현재 시세는 1만 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단, 2021년 10월 1주당 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시행해 주당 가격이 4분의 1 수준으로 조정된 바 있다.
TPG는 투자 당시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까지도 IPO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최근 카카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IPO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IPO 계획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TPG는 보유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일부 매각을 논의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IPO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논란 때문인지 결국 지분 인수를 보류하기로 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플랫폼, 비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한 여러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략적 제휴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익성도 여론도 '빨간불'
카카오모빌리티의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업계와 가맹금 인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신규 출시할 가맹 서비스의 택시의 실질 가맹 수수료율을 ‘3%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가맹 수수료는 최대 5% 수준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금을 최소화한 새로운 서비스 상품 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또 택시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 새로운 택시 매칭시스템 구축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가맹 수수료율을 낮추면 카카오모빌리티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논란이 사업의 수익성 및 신사업의 수익화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평가가치가 2조 9006억 원이지만 적정가치는 1조 1636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대외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구체적 계획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단계”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거나 의사결정기구를 활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비단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더라도 일부 투자자는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윤신원 카카오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와 이서경 카카오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는 TPG 측 인사들이다.
그러나 카카오 입장에서는 수익성만 추구하기도 어렵다. 카카오는 연일 정치권의 비판을 받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지난 11월 27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영향력에 맞는 개인위치정보 보호 등 사업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연내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만큼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행동 방침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투자자들과) 상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