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익이 사익으로 연결되는 구조 속 내부거래 급증이 수익에 한몫…현대카드 “내부거래 아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수익 2조 289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조 97억 원에서 13.9%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2554억 원 대비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22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현대카드의 선전은 카드업계 불황 속에서 거둔 성과라 주목된다.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781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 3530억 원) 대비 11.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성과 요인 중 하나로 현대차그룹 차원의 내부거래가 꼽힌다. 현대카드는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2424억 원을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전년 1888억 원 대비 28.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영업수익·영업이익·당기순이익 증가폭의 2배가 넘는다.
대부분 내부거래는 현대차와 기아에서 나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383억 원, 590억 원씩 현대카드에 영업수익을 올려줬다. 전업 8개 카드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10%가 넘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했다.
현대카드의 내부거래를 두고 불공정거래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에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유지하는 행위 자체가 다른 카드사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 같은 거래 자체만으로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을 제한하고 있어 공정위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삼성카드는 그룹 비금융 계열사와 거래가 배당수익을 제외하고 미미하다.
현대카드의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한 내부거래 규모가 다른 카드사에 비해 큰 이유는 현대차·기아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의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현대카드로 결제를 하면 현대카드는 가맹점수수료를 수익으로 잡고 나머지 금액을 현대차·기아에 준다. 이 금액이 내부거래로 잡히는 것.
대부분 카드사는 오토캐시백 제도를 활용해 차량 일시불 구매 소비자에게 일정 비율의 현금을 되돌려준다. 지난 8일 기준 각 카드사 홈페이지에 공시된 오토캐시백 요율은 차량 가격의 0.6~1.3%다. 현대카드의 오토캐시백 요율은 0.8%로 높진 않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현대차·기아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종종 오토캐시백의 가치를 뛰어넘는 포인트(블루멤버스포인트)를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현재도 일시적으로 현대차·기아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차량 가격의 1.5~2% 가치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블루멤버스포인트는 제휴 차량 정비소, 주유소, 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결제가 가능하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현대차·기아 차량 일시불 구매 고객에 세이브-오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최대 50만 원을 미리 할인해 주고 현대카드 적립 포인트로 이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고객은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은 차량 취등록세가 책정되기 때문에 차량 취등록세도 아낄 수 있다. 고객은 세이브-오토 프로그램 시작 후 최장 36개월까지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 종료 후 남아 있는 미상환 금액은 고객이 현금으로 납입하면 된다. 사실상 50만 원을 무이자로 빌리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 증가도 현대카드의 내부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누적 별도기준 매출은 각각 24.7%, 3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내부거래가 높아지는 만큼 부부인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 측의 사익편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이자 정의선 회장의 매형이다. 즉 정명이 사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딸이자 정의선 회장의 누나다.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은 현대카드 지분 34.62%를 가지고 있는 현대커머셜 지분을 각각 12.5%, 25% 가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 내외가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현대차·기아 등에서 발생한 수익은 고객이 선택한 카드 결제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으로 내부거래가 아니다”라며 “고객들이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나온 숫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