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 등 배출한 산투스 역사상 첫 강등에 팬 난동…‘리즈 시절’ 단어 탄생시킨 리즈도 어려움 겪어
수원 강등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브라질에서 놀라운 강등 소식이 전해졌다. 펠레, 호비뉴, 네이마르 등을 배출한 명문 산투스가 2부리그로 강등된 것이다. 1912년 구단 창단 이래 111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2019년 리그 2위에 오른 산투스는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왔다. 8위, 10위, 12위로 내리막을 걷다 이번 시즌 1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축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브라질이어서 팬들은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장, 라커룸 내 물건들을 부수는가 하면 거리로 나와 자동차들을 파손하는 등 난동이 이어졌다. 군대까지 동원돼 통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의 프로 데뷔 당시 팀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함부르크는 현재 독일 2부리그인 분데스리가2에 소속돼 있다. '북독의 명가'로 불리던 이들도 강등한 것이다.
함부르크는 한때 독일을 넘어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던 강자였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유럽 최고로 여겨지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리그 내 1, 2위를 도맡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유러피언컵과 기타 유럽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손흥민이 활약하던 시기까지도 '분데스리가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유일한 팀'이라는 타이틀은 함부르크 팬들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이적 이후 함부르크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리그 최종전에서 가까스로 강등권을 벗어나는가 하면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 간신히 1부리그에 살아남는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 같은 '생존본능'도 5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7-2018시즌 함부르크는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
함부르크는 장기간 강호로 불리던 '체급'이 다른 팀이기에 이들의 승격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기존 2부리그 팀들에 비해 탄탄한 스쿼드를 구성해 매 시즌 유력한 승격 후보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부르크는 6시즌째 분데스리가2에서 싸우고 있다. 지난 5시즌간 매번 4위 이내 순위를 기록했으나 승격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잉글랜드 무대의 리즈 유나이티드는 몰락한 명문 구단의 대명사 격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화려한 과거'를 뜻하는 의미의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리즈의 '리즈 시절'은 화려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직전 리그 우승(1991-1992)을 달성했으며 성장을 거듭하던 잉글랜드 리그의 강팀으로 군림했다. 절정은 2000-2001시즌 리그에서 4위에 오름과 동시에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 무대를 밟았다. 당시 선수단은 폴 로빈슨, 리오 퍼디난드, 로비 킨, 해리 키웰, 앨런 스미스 등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이들은 모두 훗날 국가대표 또는 빅클럽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과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 이들의 리즈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출 등을 통해 과도한 투자로 선수를 영입했던 리즈는 재정 위기를 감당하지 못했다. 2003-2004시즌 최종 19위로 강등 이후 2000년대 중반에는 3부리그 강등까지 경험했다.
장기간 하부리그에서 '기초 체력'을 다진 리즈는 챔피언스리그 4강 이후 20년 만인 2020-2021시즌에야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복귀 첫 시즌 리그 9위로 선전했으나 이내 어려움을 겪으며 3년 만에 2부리그로 돌아갔다. 현재 2부리그 3위를 달리며 순항 중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