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병립형 회귀 주장 비겁해…이낙연 신당 창당 적극 지지…국민의힘행? 모든 가능성 숙고”
―탈당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공당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민주당을 나온 것이 아니다.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되고 전락한 당과 결별한 것이다. 모든 당력을 이재명 방탄에 쏟아 붓고 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했음에도 약속을 여러 차례 뒤집었고, 체포동의안 표결 때 부결해달라고 호소까지 했다. 그런 것들의 목표는 이재명 방탄에만 집중돼 있다. 개딸이 민주당을 점령하면서 공론의 장을 꽉 틀어막았다. 당내 자정 기능도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당에 있을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기검열까지 하는 무기력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예전에는 소수의견이라도 말해왔지만, 이제는 고쳐서 쓸 수도 없는 정치 집단이 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전락하게 된 사건을 꼽아 달라.
“이재명 대표 체제 들어선 이후 계속 누적돼 왔다. 개딸의 요구에 따라 탄핵을 남발하고 있지 않느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 사유 뻔히 안 된다는 거 알면서도 개딸 요구대로 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건희 여사 등을 악마화하며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것도 개딸의 주문 사항이다. 모든 것이 이 대표 리더십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총알이 있다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 의원을 이르는 은어)을 처단하겠다는 것이 개딸들의 정서다. 권리당원 영향력 확대하고, 대의원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하는 것도 개딸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개딸 눈 밖에 나면 공천 안 준다는 것이다.”
―탈당 만류는 없었는지.
“별로 없었다. 특히 친명계 초재선 의원들이 ‘탈당 카드 오래 쓰지 말아라. 나갈 테면 나가라. 갈 곳 있냐’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아주 기세등등하다. 개딸들은 ‘국민의힘이나 가라’고 한다. 제 주장은 어느 계보에 속해있지 않다. 문재인계, 이낙연계 등 계파에 서 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비주류로 분류됐다. 계파, 계보정치 배격하는 사람이다.”
―이 대표 측으로부터 회유를 받은 적은 없었나.
“이 대표 측과 한두 번 만난 적 있다. 하지만 밥 한 끼 먹었다고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순 없다. 이 대표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건 공적 책무다.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당내 부조리를 지적해야 한다. 사적인 감정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에 검은 그림자를 씌우고, 방패 정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는 것이다. 이 대표를 만나서도 이렇게 말하면서 당 대표 그만두라고 수차례 얘기했다.”
―이재명 대표와 탈당을 상의했나.
“소통 안 했다. 이 대표와 의논할 입장은 아니다. 또 이 대표가 그런 이야기 들으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데. (탈당은) 매스컴을 통해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이다.”
―당내 비명 혁신계인 ‘원칙과 상식’과 함께하지 않았다.
“당 문제점 등에서 상당 부분 공감했다. 그런데 선언문에서 결이 달랐다. 원칙과 상식은 당내에서 민주주의 회복, 도덕성 회복, 혁신 등을 하겠다고 선언문에 담았다. 당을 버리고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을 뜯어고쳐서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개선 여지가 없는 당에서 개선하겠다는 건 무위고, 무용한 노력이다. 이재명 사당, 개딸당을 그대로 남겨두고 나와서 본래의 민주당을 재건하는 신당을 만들자는 것이 제 입장이다.”
―탈당을 두고 당내 비판도 거세다.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많은 수의 의원이 말은 안 해도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전락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개딸들한테 찍히면 공천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생각과 달리 굽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그러면 안 된다. 이 대표 체제에 기여하고 합세하는 것이 부끄럽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국회의원이) 이 대표 방탄 역할을 어떻게 하나. 천하가 다 아는 이 대표 범죄 혐의에 대해서 저조차도 강하게 의심한다. 이 대표 주위에 있던 20여 명이 구속되고, 5명이 의문사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하지 말고,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같은 지역구 시·구 의원들이 동반 탈당을 선언했다.
“저하고 오랫동안 뜻을 같이하고 의견을 모았다. 구의원 한 명 빼고 나머지 모두 합세해서 당과 결별했다. 제게 큰 힘이 된다. 무소속으로 나온 외로운 상황인데, 힘이 돼주고자 어려운 선택해 준 일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등의 주장이 나온다.
“비겁하다. 이 대표의 대선 때 공약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연동형에서는 제3당에서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 높다. 당대표가 비례대표에 자기 사람 심을 여지가 사라지는 셈이다. 약속이고 뭐고,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정치 행태다. 내년 총선 때 유권자에게 약속하면서 표 달라고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
―소선구제 폐지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거대 양당이 똑같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당시 중대선거구제 하자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 확대(다당제 정치개혁안)를 공약했다. 그런데 둘 다 헌신짝처럼 약속을 버리고, 현행 소선구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적대적 공생하면서 한국 정치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 여러 정당이 나오는 다당제를 해야 한다. 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도 비겁하다. 소선구제 폐지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한국 정치를 위해선 분열도 좋은 선택이다. 정치집단이 뜻이 같으면 뭉치고, 다르면 헤어지는 건 자연스럽다. 당이 무조건 뭉쳐야 승리하고, 선이라는 패러다임은 잘못됐다. 여러 정당이 나와서 정치 서비스 품질 경쟁을 해야 한다. 권력을 나눠 쓰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어느 정당을 믿을 수 있고, 누구의 꿈이 가치가 있는지, 누가 내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을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게으른 정당이나 나쁜 마음을 먹는 정당은 퇴출된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생각과 행동은 다른 것 같다. 생각은 그런데, 행동까지 옮기는 건 많은 결단이 필요하다. 이해관계를 끊어내는 부분도 필요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규정짓고 신당 창당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다.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의원들도 나와서 당 재건하는 운동을 하면 좋겠다. 이런 신당이 여러 정치세력과 연합해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제가 거기에 합류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구체적인 거취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현재 한국 정치에 온전한 당이 있느냐. 새로운 당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상황을 보고, 제 정치적 비전과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거기서 저를 반긴다면 그쪽을 택할 것이다. 저를 5선으로 만들어준 대전 유성을과 국가, 국민의 바람을 이뤄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도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도 온전한 당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함과 한계가 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꼼짝 못 한다. 다만 민주당처럼 완전히 변질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태극기 부대와 결별했지만, 민주당은 개딸에 얹혀 가고 있다. 국민의힘행 가능성을 닫지 않은 것은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고 숙고하겠다는 뜻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