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도정법 위반 등 조합장 고발…이사회, 사업방해자 제재 ‘내홍’…조합장 “합법 절차 거쳐 문제없다”
#10여 년 표류 '쳇바퀴'
2008년 처음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북아현3구역은 강북권 노른자 입지로 꼽히며 '북아현뉴타운'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곳이다. 총 4830가구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북아현뉴타운에서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데다, 일반분양 물량도 많은 편이라 사업성이 특히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귀하게 여겨지는 탓인지 2011년 사업시행인가가 난 이후 끊임없이 내홍에 시달려 왔다. 조합과 주민의 잇단 소송전에 사업이 표류했고, 조합장과 간부들이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와 구속에 처하는 사건들도 반복됐다. 조합장이 임기 전 해임되는 사례마저 되풀이하며 좀처럼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2023년 7월 가까스로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하며 정비사업은 마침내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건축심의는 공사를 본격화하는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거쳐야 하는 주요 단계로 가장 까다로운 절차로 분류된다. 북아현3구역은 2022년 12월 보류 판정을 받았으나 천신만고 끝에 반년이 지나 난관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실은 마치 데자뷔처럼 전개되고 있다. 조합을 둘러싼 불법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서다. 10월 3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일부 조합원들의 고발을 접수하고 조합장 사무실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OS(홍보용역)에 대해 불필요한 비용이 중복으로 지급된 정황을 파악했다고 알려졌다.
#지자체도 '강경 모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대문구도 10월 25일 이곳 조합장 A 씨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등 총 8건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구청이 직접 정기 실태조사에 돌입해 위반사항을 확인한 뒤 이행한 조치다.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총회 미의결' 4건, '수의계약 사유가 없음에도 수의계약 체결' 4건 등이 핵심이다.
이는 서대문구가 2023년 2월에도 '수사의뢰'를 한 건이지만 경찰이 불송치를 결정해 '정식 고발'로 전환한 사건이다. 수사의뢰와 고발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수사의뢰는 사실관계 확인 후 처벌 여부를 가려달라는 민원 성격으로 행정기관 입장에선 고발보다 부담이 적다. 무혐의가 나와도 시민을 무고했다는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경찰 판단에 대해 유감"이라며 고발로 전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용역사업은 경쟁 입찰이 필수로서 예외조항도 없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이를 어긴 사실을 확인하고 '도정법 위반'을 명시한 채 정식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실태조사에서 발견된 사항들은 정식 고발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청으로서는 회계사 선임 등 실태조사에 드는 예산도 큰 편인데 적극 행정 차원에서도 고발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특히 "점검에서 확인한 사안을 무혐의로 끝내면 실태조사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원칙상 구체적인 불송치 사유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단, 수사를 다시 개시하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대문구가 고발한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에서 서대문경찰서로 이첩된 상태다.
#비판하면 '사업방해자' 낙인…혜택 박탈
이런 가운데 조합 내부 갈등도 폭발했다. 특히 11월 13일 이사회가 '사업진행 방해자의 조합원 혜택 최소화 방안'을 의결한 게 발단이 됐다. 여기서 사업진행 방해자는 크게 늘어난 정비사업비에 항의한 조합원들을 뜻한다. 2022년 2조 3641억 원이었던 북아현3구역의 총 정비사업비는 올해 3조 3623억 원으로 약 1조 원 급증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구역은 조합 가입이 필수다. 이에 따라 조합 운영에 관한 의견이 다르더라도 모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합의를 도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북아현3구역의 경우 조합의 운영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 셈이라 지자체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곳 조합은 이른바 사업방해자한테만 '추가 이주비 우대금리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또 '조합원 무상옵션' '총회 회의 참석비' '1+1 분양' 혜택 등을 전부 적용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이 밖에도 조합이 추진한 사업시행계획안건에 반대한 대의원 5명의 제명안이 상정돼 현재 소명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사업방해자로 지목된 조합원들은 서대문구에 SOS를 청한 상태다. 빠른 시일 안에 구청 주도로 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달라는 요구다. 오는 2024년 4월 현 조합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어차피 선관위는 조직해야 하는데, 이를 현 조합이 아닌 지자체가 중심이 돼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 총 215명의 조합원이 나섰다. 북아현3구역 조합원이 총 1994명이므로 전체의 10분의 1을 넘어선 숫자다. 서울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 7조 등에 따르면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선관위 선임 등을 구청장에게 의뢰할 수 있다.
서대문구는 해당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내용을 접수하고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아직은 무엇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규정대로 민원을 제기했는데, 지자체로서는 개입이 강행규정은 아니다"라면서 "여러 규정을 종합적으로 살핀 후 개입이 적절한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장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서대문구가 다시 고발을 한 데 대해서는 달리 입장이 없다"며 무혐의를 자신했다. 이어 "사업방해자 혜택 축소 및 대의원 제명 등은 저희로서도 조합 내부의 민원을 반영한 결과"라며 "도정법 등에서 사업방해자를 제재할 조항이 없어 이사회 의결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