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참여 의지 크지만 대형-중소형사 ‘온도차’…보험료 영향 미칠 중개 수수료율 결정이 ‘변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핀테크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보험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보험업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다. 그간 보험은 상품 구조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SK플래닛 △페이코 △쿠콘 △핀다 △핀크 △해빗팩토리 △헥토데이터 등 11개 핀테크 업체다. 지난 11월 1일, 이들 핀테크 업체와 22개 생명보험사, 18개 손해보험사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플랫폼은 내년 1월 19일 출시된다. 보험사들은 핀테크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 해외여행자보험, 실손의료보험, 저축성보험(연금 제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예·적금 중개 서비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예·적금 중개 서비스는 소비자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예·적금 상품을 비교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아 상품 가입까지 할 수 있는 혁신금융서비스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5개 기업이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예·적금 중개 서비스를 출시한 곳은 네이버파이낸셜·신한은행·카카오페이 등 3곳에 그친다. 제휴처를 제대로 찾지 못해 서비스 출시 일정을 잡지 못한 곳도 있다. 시중은행으로서도 플랫폼을 통한 상품 비교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예·적금 중개 서비스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대부분 참여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들이 적극적이다. 보험은 기존에도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던 영역이다. 때문에 비교·추천 플랫폼을 저렴하고 효율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보험업권에 있다”며 “반면 예·적금은 보험에 비해 대대적인 비용을 들여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던 영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느낌은 아니다”라며 “중소 보험사들뿐 아니라 대형사들도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관심은 계속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 보험사들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다이렉트채널(CM)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이 5% 미만에 그친다. 판매채널이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은 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을 하나의 판매채널로 인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 "요율 산정은 업체 자율"
가격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일부 보험사들은 플랫폼 전용 보험요율(보험금 대비 보험료 비율) 적용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들은 통상적으로 CM, 설계사, TM(텔레마케팅) 등 3개 요율 체계를 갖고 있다. 보험사들은 CM보다는 비싸고 TM보다는 저렴한 새로운 요율 체계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보험 상품 가격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가보다 높아진다. 앞서의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를 위주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전용 보험요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보험사가 핀테크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중개수수료 때문이다. 보험사는 플랫폼을 제작한 핀테크 업체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아직 수수료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의 최대 4.9%를 핀테크 업체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사 전체 매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상품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원가가 다른 보험 상품에까지 전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핀테크 업체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무작정 인하하기는 어렵다. 핀테크업계는 최소 4.5%의 수수료를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는 서비스에 마지못해 참여는 하되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를 막는 게 목적인 것 같다”며 “자동차 보험의 경우 대형 보험사는 가만히 있어도 갱신 고객이 80%씩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플랫폼을 통하지 않은 가입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하면 더 저렴하다’는 내용을 고객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플랫폼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무 조건도 붙어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2월 19일까지 핀테크 업체와 보험사들에게 보험요율과 수수료 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들은 보험요율 책정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정 보험사가 플랫폼 보험료를 CM채널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하면 시장 점유율 상승이 가능하다. 또 향후 계약 조건 변경도 가능하다. 플랫폼 서비스 출시 이후 상황이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산정 방식은 업체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요율은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수수료 등의 문제는 업권 간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간섭하면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수료는 핀테크 업체와 보험사가 개별 협상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출시 기일에 맞춰 조속히 협상을 진행해달라고 안내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