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액 1200억 자신하더니 3분기 매출 3억 ‘쇼크’…금융당국,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 내놓을지 주목
#파두, 적자여서 EPS 산출 자체 불가능
파두가 지난 7월 26일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올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1202억 원이다. 지난해(564억 원)의 2배가 넘는다. 2024년에는 3715억 원, 2025년에는 6195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6억 원이 채 안 되는 순이익이 내년과 2025년에는 948억 원, 1900억 원이나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해 희망공모가 계산에 필요한 주당순이익(EPS) 1817.3원을 구했다. 올해 순이익이 예상대로라고 할 때 EPS가 32.8원이다. 약 60배 차이이니 어마어마한 ‘낙관’인 셈이다.
8월 7일 상장한 파두는 반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파두가 처음으로 분기실적을 공개한 것은 11월 8일이다. 분기보고서 공개로 드러난 실제 매출액은 2분기 5900만 원, 3분기 3억 2000만 원에 그쳤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 원으로 연간 목표의 15%에 불과하다. 손익도 적자여서 EPS 산출 자체가 불가능했다. 청약이 이뤄진 7월 말쯤이면 회사 내부적으로 2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집계됐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풀려진 전망치에 기반한 공모가로 투자자들은 주식을 샀다.
#대주주 대규모 매도, 실적 차질 미리 알았나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 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가치 평가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감춰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한누리는 피해주주 수만 명에 손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파두 공모가는 3만 1000원이었지만 시초가는 2만 6300원이었다. 상장을 하자마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것이다. 그런데 상장 당일부터 11일까지 11.54%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 세쿼이아트리5호는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이 재무적투자자(FI)는 이후 개인 매수세로 주가가 오르자 9월에 다시 주식을 처분한다. 특히 11월 8일 3분기 실적 공개 직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자 대규모 매도에 나선다. 지분율은 11월 9일 4.06%로 급감했다. 이들은 평균 1만 128원에 매입해 평균 3만 1363원에 팔아 763억 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파두는 11월 13일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에서 “2분기 기존 고객들의 발주가 취소됐으나 이는 단기적인 재고조정이고 3분기부터는 구매가 재개되고 신규고객들이 제공했던 계획이 더해진다면 큰 문제 없이 실적이 달성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3분기가 본격화되어도 시장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FI들이 2분기 발주 취소와 3분기 실적 차질을 미리 알고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청약 직후 '적자' 고백
공모가 기준 2조 5000억 원 규모로 상장 예정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파두와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정했는데 지난 11월 14일 공개된 3분기 경영실적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해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 상반기 실적에 2를 곱한 연간추정실적,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2개월 실제 실적의 평균을 구해 공모가를 정했다. 그런데 기준을 상반기에서 3분기로 바꾸면 기업가치 추정치는 최소 30% 이상 낮아진다.
일반공모 청약은 11월 8~9일이었고 납입기일은 13일이었다. 9월 말 마감되는 3분기 실적은 내부적으로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 정도면 확정이 된다. 법적 의무는 아니더라도 모기업인 에코프로의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판단 전 잠정 실적이라도 밝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3분기 들어 전기차 판매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11월 초 이뤄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이 17.2 대 1에 그쳐 올해 IPO 기업 중 최저를 기록했다. 최종공모가도 희망공모가 범위 하단으로 정해졌다. 기관투자자의 97.4%가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았다. 이번 공모와 관련돼 부정적 투자심리가 많았던 정황들은 청약 전에도 이미 다수 존재했다.
#기업가치 평가방법 합리적이었나
자본시장법 125조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중요사항이 거짓으로 기재 또는 표시되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아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적용된다. 거짓이나 누락, 그리고 손해라는 3가지 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단순히 기업가치 평가 이후 실적 변동을 밝히지 않은 것보다는 기업가치 평가방법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
파두의 투자설명서에는 “사업계획은 2023년 하반기부터는 매출 신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고객인증 과정과 가격협상 등의 진행에 따라 고객 확장이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는 당사의 재무 성과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투자자께서는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투자설명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게재돼 있다. 실적 변동 자체만으로는 법을 어겼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기업가치 추정 방법론과 그 근거의 합리성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 파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술특례 상장도 아니고 이미 입증된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부풀리기 의혹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피해 유무의 문제도 있다. 파두 FI인 세쿼이아트리5호는 평균 1만 128원에 매입한 주식을 평균 3만 1363원에 팔았다. 공모가보다 훨씬 낮은 값에 사서 공모가 수준에서 판 셈이다. 회사 전망대로라면 주가가 더 오를 확률이 높겠지만 이들은 과감히 지분을 정리했다. 공모가가 부풀려져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할 만한 이유가 된다.
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BRV로터스라는 FI가 24.7%(공모후)를 가진 2대주주다. 이들의 주당매입가는 약 3000원이다. 공모가보다 한참 낮지만 상장 후 6개월간 자발적으로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했다. 이들 외에 다른 기존 주주들도 모두 자발적으로 6개월간 보유 주식을 팔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기업가치 산정 논란
비상장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PE)나 벤처투자펀드(VC)가 상장차익으로 투자를 회수하는 것은 저금리로 증시가 뜨겁던 시절 유행처럼 번지던 거래 형태였다. 기술주에 대한 성장 기대가 높아 PE나 VC가 이미 투자했다는 사실이 상장 흥행을 담보하는 듯 여겨졌다.
2022년 금리가 급등하며 주춤했던 이 기법은 올해 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로 반도체 관련주인 파두가, 2차전지주가 급등하면서 전구체 관련주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에 성공한 배경이다. 투자자들이 차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과정이다. 수익을 위해 실체 이상으로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매출액이 커질수록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 문제는 상장 전 투자자의 차익실현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21년 GS리테일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할 때 신주발행가는 1만 9480원이다. 증자 후 주식수(2억 5300만 주)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4조 9000억 원 넘게 평가한 셈이다. 즉 최소 5조 원 넘는 가치로 상장해야 할 부담이다.
최근 정부는 공매도 금지에 이어 대주주 기준 규제 완화 등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도 당장 엄벌이 어려운 만큼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기술특례상장의 공모가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나 시장 전문기관들의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