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발의안, 금융위에 상당한 재량권 부여…‘상생금융 기여금’ 재정부담 완화에 쓸 수 있어
민주당 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조항을 신설해 금융회사의 초과이익을 정부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엄밀히 세금이 아니라 정부가 공적으로 사용할 ‘상생금융 기여금’을 징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에 부여한 재량이 상당하다.
상생금융 기여금 징수 대상은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회사다. 징수 기준이 순이익이 아닌 순이자수익이다. 당해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간의 평균 대비 20%를 초과할 때 그 초과분의 4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다. 즉 이자로 증권사나 카드사 등도 순이익과 별도로 순이자수익이 급증한 해에는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야 할 수 있다.
법안은 금리변동 등의 특수한 상황이 원인일 때로 제안했지만 ‘등’을 감안하면 금리변동이 아닌 이유로도 원칙적으로는 기여금을 부과할 수 있다. 동시에 시행령을 통해 감면이나 징수하지 않을 요건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금융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에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압박해 돈을 풀도록 해 관치 논란이 있었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는 합법적으로 기여금을 징수하는 법치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징수된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부담 완화에 쓰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역시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정하는 사업에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신보)과 서민금융진흥원 등에도 출연할 수 있도록 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들 기관의 보증과 지원 실적이 늘어날수록 정부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재정을 출연해야 한다.
실제 신보는 지난해까지 10배 정도였던 총보증 운용배수를 올해 12.5배로 늘렸다. 금리가 올라 연체와 부실이 늘면 신보 등의 재정부담은 더 커지고 이는 결국 정부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최근 정부는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기금에 출연한 정부 자산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1소위원회는 총 13명의 위원 중 민주당이 7명으로 과반이어서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은 공적 성격이 짙은 업종이고 이자 영업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무리가 아닐 수 있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기여금 항목을 금융업권법이 아닌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신설한 것도 금융업의 특성을 감안한 전략적 배치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을 제외하면 특정 업종에 대한 소비자보호를 법제화한 사례가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