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수천억 달하지만 골프장 성장 정체·내장객 감소 변수…태영그룹 “아직 결정된 것 없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장녀 윤재연 블루원 대표는 지난 10월 임기만료로 블루원레저 대표에서 물러났다. 윤 대표는 2020년 10월 임기의 블루원레저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2022년 3월에는 블루원레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윤 대표는 지난 10월 3년의 블루원레저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됐고, 이에 따라 대표이사에서도 퇴임한 것이다. 블루원레저는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18홀 골프장 루나힐스안성컨트리클럽(CC)을 위탁 운영하는 법인이다.
루나힐스안성CC 소유주는 ‘멜론에셋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1호’다. 태영그룹 계열사 블루원은 멜론에셋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1호 지분 30.86%를 가진 주요 주주다. 태영그룹이 루나힐스안성CC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블루원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관련 활동은 수익권자 전원 동의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는바 공동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블루원을 통해 골프장, 리조트, 워터파크 등 레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윤재연 대표는 2014년 블루원 대표에 취임한 후 세 차례 연임했다. 재계에서는 윤 대표가 태영그룹의 레저 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블루원레저 대표도 연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윤 대표가 블루원레저 대표를 연임하지 않으면서 태영그룹이 루나힐스안성CC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멜론에셋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1호는 이미 지난 8월 루나힐스안성CC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주간사로는 삼정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바른을 선정했다. 다만 아직까지 루나힐스안성CC 매각 작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태영그룹이 골프장을 추가로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태영그룹은 루나힐스안성CC 외에도 디아너스CC, 블루원용인CC, 블루원상주CC, 루나엑스CC 등 4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디아너스CC, 블루원용인CC, 블루원상주CC는 블루원이 보유 중이고, 루나엑스CC는 태영건설이 소유하고 있다.
태영그룹의 골프장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는 태영건설의 재무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가운데 차입금 만기일이 하나둘 도래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태영건설의 대출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태영그룹은 최근 태영인더스트리를 KKR에 2400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 등 재무 개선에 힘쓰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월 15일에는 태영건설이 부도를 신청했다는 ‘지라시’도 나돌았다. 이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태영건설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권준성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 4800억 원으로, 이는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으로 매우 과중하다”며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했을 때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에 대해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티와이홀딩스(태영그룹 지주회사)의 유동성 지원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강 연구원은 이어 “서울방송(SBS)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비핵심 자회사 및 관계기업 지분을 매각해서 마련한 현금을 태영건설에 대여금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티와이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원용인CC의 토지, 건물, 비품 등의 장부가는 지난 9월 말 기준 총 1676억 원이다. 또 경상북도 경주시 블루원리조트 내에 있는 디아너스CC, 리조트, 워터파크 등의 총 장부가는 2753억 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실제 매각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태영그룹 관계자는 “(윤재연 대표가 연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는 내용이 없다”라며 “(골프장 매각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골프장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 성공적인 매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제시 스파힐스CC, 제주시 제주힐CC, 부여군 백제CC 등이 현재 매물로 나와 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거래된 골프장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일례로 대유위니아그룹은 몽베르CC를 3000억 원을 받고 동화그룹에 매각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당초 몽베르CC 매각가로 4000억 원을 희망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가를 낮춘 것이다.
골프장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당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앤데믹(풍토병화)으로 인해 골프장의 성장세가 정체됐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것도 골프장 입장에서는 악재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100개 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당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지난해 상반기 552만 1839명에서 올해 상반기 514만 9197명으로 6.75% 감소했다. 또 해당 골프장 입장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676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6370억 원으로 5.84%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09억 원에서 2347억 원으로 24.51% 감소했다.
블루원도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원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937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926억 원으로 1.21%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5억 원에서 140억 원으로 28.38% 줄었다. 태영그룹이 골프장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그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우며 현실적으로 국내 사업에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골프장과는 다른 분위기? 태영건설, 인제스피디움 10억 규모 유상증자 단행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12월 6일 인제스피디움에 1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여섯 차례에 걸쳐 총 110억 원을 인제스피디움에 출자했다. 인제스피디움은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자동차 복합 테마파크로 3.908km 길이의 서킷을 보유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현재 인제스피디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처럼 태영그룹은 인제스피디움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태영그룹의 골프장 매각설이 나오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수익성은 골프장이 인제스피디움을 앞서고 있다. 블루원은 과거 대비 실적이 하락했지만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인제스피디움은 지난해 매출 131억 원, 영업손실 11억 원을 거두는 등 수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재연 블루원 대표는 2016년 인제스피디움 대표에 취임했다. 당시 윤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인제스피디움 계열분리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표가 2022년 인제스피디움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계열분리설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인제스피디움 증자와 관련해 “운영지원 차원”이라고만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