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소환 의미 없다’ 판단 검찰 영장 청구 예상된 흐름…검찰 확보 진술 재판서 드러나, 법조계 ‘발부’ 점쳐
#법조계 “이미 영장 청구는 확정됐던 사안”
검찰은 송 전 대표가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 등과 공모해 지역본부장과 현역 국회의원에게 총 665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보좌관이 사업가 김 아무개 씨로부터 받은 5000만 원과 캠프 내 자금을 합쳐 모두 6650만 원을 만들고, 2021년 4월 300만 원이 든 돈봉투 10개를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를 윤 의원에게 전했고, 같은 달 28~29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 원씩 든 봉투 20개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됐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또, 송 전 대표가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 63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정치자금 중 4000만 원은 여수국가산업단지 소각처리시설 증설 등 입법 로비에 대한 대가로 판단했다.
12월 8일 검찰에 출석했던 송 전 대표는 사전에 밝혔던 것처럼 혐의 진술을 거부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대부분의 검찰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오전에는 연구소 관련 불법정치자금 의혹을, 오후엔 돈봉투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소환 이후 주말을 제외하면 3일 만에 이뤄진 구속영장 청구다. 송 전 대표가 사전에 언론 인터뷰 등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만큼, 구속영장 청구는 이미 예상됐던 흐름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송 전 대표가 혐의를 부인하며 사건의 빠른 종결을 요청하는 등의 상황을 놓고 수사팀은 추가 소환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밖에서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비판하고, 수사 초반에는 ‘나를 수사하라’며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오는 등 수사에 정치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냐”며 “이 사건 관련해서 구속된 이들이 여럿 있는데 사건의 정점인 송 전 대표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미 법정에서 나온 ‘구속 사유’?
송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지만, 재판에 넘겨진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은 송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지목된 사업가 등 핵심 관계자로부터 “송 전 대표를 보고 돈을 건넸거나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이 등장했다.
사업가 김 아무개 씨는 12월 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열린 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의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6월 캠프 해단식 마지막 날에 송 전 대표와 같은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를 한 적 있냐’는 검찰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쑥스러움을 타고 있던 차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같이 식사하자면서 제 손을 끌고 테이블에 앉게 했다”며 “자리에 앉자 송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는데 캠프에 5000만 원을 전달한 것 이외에 다른 도움을 준 적이 없어서 송 전 대표의 인사는 자금 지원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송 전 대표와 20년 이상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였고, 2021년 3월 강래구 협회장으로부터 당 대표 선거캠프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요청받자, 현금 5000만 원을 박용수 당시 송 대표 보좌관을 통해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히며 돈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서는 “보좌관에게 전달해야 정확히 송 전 대표에게 보고되고, 정상적으로 잘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고 답했다.
앞선 9월 열린 재판에서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강래구 전 협회장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형사 책임을 최종적으로 져야 한다”고 진술했다. 강 전 협회장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 심리로 열린 본인 재판에서 “강래구 전 협회장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실질적으로 조직본부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다”며 “강 씨가 2021년 3월 지역본부장에게 금품을 준 것은 맞지만, 당 대표 선거의 형사적 책임은 최종적으로 총괄 라인인 송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윤관석 의원에게 6000만 원을 전달하는 등 실질적으로 자금을 수송한 사람은 모두 이 전 부총장이다”면서 “강 씨는 지역본부장 8명에게 50만 원짜리 봉투를 나눠준 게 전부”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이미 검찰에서 확보했던 진술 중 일부가 법원 재판 중 드러난 것인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영장 발부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영장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진술의 일관성이 흔들리는데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들이 있다면 영장이 발부될 이유가 되지 않겠냐”며 “현직 민주당 대표도 아니고 전직이며, 민주당도 지키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어 재판부가 부담 없이 사건만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역 의원들에게 건네진 것으로 검찰이 추정 중인 봉투는 20여 개. 송 전 대표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조만간 이들 의원들도 소환해 조사를 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다. 특히 2024년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월 초까지 속도를 붙여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선거가 100일 앞으로 들어오면 절대로 정치적인 수사는 하면 안 된다는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며 “그 전까지는 최대한 속도를 내서 진행하되 그때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수사를 거꾸로 속도 조절해 진행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