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특수통 박성재보다 비윤 관리형 길태기 앞서…이노공 차관 깜짝 발탁 가능성도
후임으로는 길태기 전 고검장과 박성재 전 고검장 등이 거론된다. 둘 다 서울고검장을 역임했던 이들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박성재 전 고검장을, 주변 참모들은 길태기 전 고검장을 각각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이노공 법무부 차관을 장관으로 임명해 법무부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는 안과 야당의 반발 등을 고려해 당분간 공석으로 둔 채 차관 대행체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퇴 임박?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것은 길태기 전 고검장(65·사법연수원 15기·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이다. 길 변호사는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대검찰청 형사과장,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광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 특수 수사보다는 조직 관리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 타입이다. 대검 차장 시절이었던 2013년에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사퇴 후 약 2개월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동요하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김진태 검찰총장 임명 후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후 검찰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성재 전 고검장(60·사법연수원 17기·법무법인 해송 대표변호사)은 굵직한 수사를 경험했던 특수통에 가깝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검찰청 감찰2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요직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포스코그룹 비리 사건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사정당국을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에 후배인 문무일 당시 부산고검장이 내정되자 사직했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로 대구지검 형사부에 배치됐을 당시 옆 부서에서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근무할 당시 대구고검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근무 인연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둘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선배인 박성재 전 고검장을 진짜 선배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그런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길태기·박성재 장단점 분석해 보니
길태기·박성재 전 고검장 모두 장단점이 명확하다. 길 전 고검장의 경우, 조직 관리에 능숙하기에 법무부 장관의 업무에 더 적합하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광장 대표변호사를 하면서 생긴 고소득 및 각종 사건 의뢰 기업들과의 관계가 단점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고소득을 올린 사실이 청문회 등에서 드러날 경우 여론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박성재 전 고검장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점과 변호사로 개업하고 나서도 논란이 될 만한 사건들은 수임하지 않아 청문회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수사 경험이 많고 기획 파트 경험이 없어 법무부 장관보다는 검찰총장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지나치게 원칙주의적인 박성재 전 고검장의 장점이 ‘정무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이 법조인 출신인 만큼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고가 가장 간략하게 올라가는 게 법조 파트 관련 후보자들 제안”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번 인사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아직 누구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초반에는 박 전 고검장이, 중반에는 김홍일 전 고검장이 등장했다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지금은 길 전 고검장이 조금 앞서 있다”고 귀띔했다.
#깜짝 등장한 이노공 카드
여성 인재 중용을 보여주기 위해 이노공 법무부 차관(54·사법연수원 26기)을 장관으로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 ‘여성 최초’ 기록을 다수 가지고 있는 게 이노공 차관이다. 법무부가 역사상 처음 맞이한 여성 차관이자, 여성 최초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도 지냈다. 2018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4차장으로 일했는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줄곧 검사장 승진 후보로 거론됐지만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고 서울고검으로 좌천성 전보되자 검찰을 떠났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차관으로 공직에 돌아왔다.
한동훈 장관이나 이원석 검찰총장보다 1년 선배이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기에 문제가 없다는 평이다. 또, 차관으로 있으면서 정책 이슈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만큼 법무부 내부 동요도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성 검사는 “강금실, 추미애 등 정치권에서 임명한 여성 장관에 올랐던 적은 있지만 여성 검사가 요직을 밟고 올라가 장관까지 된 것은 나름 내부에서 봤을 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