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구조 정치 사건 주로 맡아, ‘함정취재’ 고발인만 처벌받을 수도…국민 다수 특검 요구 ‘변수’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배당했다. 12월 6일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윤 대통령 부부를 대검에 고발한 지 10여 일 만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복잡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배당되는 곳이다. 이정섭 검사 위장전입 및 범죄기록 무단 조회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진행 중인데, ‘그만큼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영상까지 있어 파악은 어렵지 않지만, 법리적으로 고민할 것이 많다는 평이 나온다.
사건은 지난 11월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가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면서 영상을 공개한 것.
해당 영상은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고, 선물은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다고 한다. 해당 영상에서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최 목사의 선물에 “이런 거 가져오지 말라”고 얘기를 하면서도 밀쳐내지 않는다. 책상 위에 디올(DIOR) 로고가 박힌 쇼핑백이 올라와 있었는데, 최 목사는 이후 서울의소리와 인터뷰에서 같은 해 6월 김 여사가 자신과 면담하던 중 통화를 하면서 ‘금융위원 임명’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선물 사진을 보냈을 때에만 면담이 성사되는 등 김 여사가 ‘선물’을 사실상 희망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있고, 법리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우선,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진품 디올 가방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이 부분은 아예 서울의소리가 구매 과정까지 영상으로 찍었다. 300만 원이라는 태그까지 영상에 담겨 있다. 때문에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면 가품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품 디올 가방을 받은 것이 맞다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김영란법)이다. 청탁금지법은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 원을 초과한 금품 수수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300만 원이라는 구매 금액이 영상에 남겨져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은 가능하다.
다음 확인해야 할 문제는 받은 디올백의 현재 보관 상태다. 여권 측 인사들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받은 선물처럼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떤 반응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선물을 받은 직후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 중이라는 것이 선물 입고 기록 등으로 입증되면 김건희 여사는 문제될 것은 없다. 반대로 입고 기록이 없거나 최근에 입고가 됐고,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 허점 속 처벌하지 않을 가능성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등장한다. 청탁금지법의 한계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 수수 금지만 규정할 뿐, 배우자 처벌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공여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진품이고,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어 기소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이를 건넨 최 목사와 이를 구매한 서울의소리 측만 처벌받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함정취재가 언론계에서 금기시 되는 부분이라는 점은 고발인(서울의신문) 측에 불리하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금품을 건넨 공여자가 애초에 이를 폭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한 상황이라며 수수자를 처벌해 달라고 하는 특이한 사건”이라며 “법적으로 처벌하기 가장 명확한 것은 공여자의 범죄행위지만, 애초에 목적 자체가 공익적이면서도 악의적인 측면이 있어 사실관계는 빠르게 확인하되 그 후에는 수사팀과 윗선이 법리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곱지않은 여론은 검찰에게도 부담이다. 이미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김 여사 특검법 표결 통과’를 주장하는 국민 여론이 과반이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12월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33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여부 견해’를 조사한 결과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났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20%, ‘모름·응답 거절’은 10%였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선 보수정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에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 필요를 선택한 사람들이 반대보다 많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기세를 타고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안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필요할 경우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대상을 넓힐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과 관련해 “경우에 따라 굉장히 수사의 폭이 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주가조작 의혹 관련한 것만 거론되지만, 필요에 따라 디올백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검이 거론되면 본능적으로 강제 수사에 착수해 자료를 확보하는 게 검찰이기에, 이번 사건 역시 검찰이 수사 자체는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변호사는 “특검에 사건을 빼앗기게 되면 수사기관의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오염된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 게 검찰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물증 확보는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대통령실의 분위기인데 윤 대통령이 워낙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에 예민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상황에서 검찰이 어떻게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한 서면이나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해 나갈 것인지는 지켜볼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