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1년 평균 약 246억 원…김민재 171억 원·손흥민 163억 원가량 받아
#한국인 스포츠스타 최고 연봉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아시아선수로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 중 최대다. 류현진의 6년 3600만 달러는 물론 1년 전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의 5년 9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대형 계약의 배경은 이정후 자체의 가치에 운까지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이정후의 실력이다. 고교 졸업 직후 KBO리그 데뷔 시즌부터 3할 타율을 넘겨 신인왕에 올랐던 그는 6년 차 시즌, MVP까지 수상하며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올림픽, WBC 등 국제대회에서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일부 검증도 마쳤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스카우트를 파견하거나 단장까지 직접 나서 이정후의 경기를 현장서 지켜봤다. 첫 시즌부터 맹활약을 이어왔기에 7시즌 만에 포스팅 자격을 획득, 이제 막 전성기에 돌입하는 연령대라는 점도 이정후의 몸값을 높였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상황도 대형 계약을 탄생시킨 요인이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강호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공격력 보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이정후에 앞서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에서 패배한 것도 샌프란시스코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6년 1억 1300만 달러라는 계약의 세부사항은 다소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중 계약금 명목으로 500만 달러가 별도로 지급된다. 연봉은 해마다 다르게 책정돼 있다. 1년 차인 2024시즌에는 가장 적은 700만 달러를 받는다. 2년 차에는 1600만 달러, 3년 차와 4년 차에는 2200만 달러, 5년 차와 6년 차에는 2050만 달러다.
이정후의 대형 계약은 국내 스포츠계 기록적인 수치로 남게 됐다. 계약금과 연봉을 더해 그는 1년 평균 약 1883만 달러(약 246억 원)를 받는다. 이정후는 현재 국내 스포츠스타 중 최고 연봉 선수다.
#또 다른 고연봉 스타는
이정후의 뒤를 잇는 고연봉 수령 선수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다. 김민재는 전북 현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 중국으로 진출하며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중국 이적 당시부터 베이징 궈안으로부터 40억 원 내외의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2년 반 동안 중국에서 뛴 김민재는 이후 1년마다 활동 무대를 옮겼다. 튀르키예(페네르바체)에서 유럽 무대를 처음 경험한 그는 가는 곳마다 가치를 증명하며 이탈리아 세리에A(나폴리), 독일 분데스리가(바이에른 뮌헨)로 한 단계씩 올라갔다. 현재 소속된 뮌헨은 세계 최고의 축구팀으로 꼽히는 곳이다. 뮌헨에서도 역시 핵심 수비수로 활약 중인 김민재의 연봉은 1200만 유로(약 171억 원)로 알려져 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도 고액 연봉자다. 독일 무대를 거쳐 2015년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한 그는 9시즌째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의 재계약을 맺으며 연봉을 상승시켰다. 현재 손흥민의 연봉은 988만 파운드(약 163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정후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경쟁을 이어갈 김하성은 한국인 선수 중 네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는 스포츠 스타다. KBO리그에서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에 나선 그는 4년간 보장금액 2800만 달러의 금액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연평균 700만 달러(약 91억 원)를 받고 있다. 2023시즌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한 김하성은 1년 뒤 FA 자격을 행사한다면 연봉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 다음으로는 또 다른 프리미어리거, 울버햄튼 원더러스 공격수 황희찬이 거론된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전성기에 다다른 듯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리그 17경기에서 8골을 기록, 팀 내 최고 득점자 자리에 오른 것은 물론, 리그 득점 순위 7위(21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최근 울버햄튼이 황희찬과 재계약을 맺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전까지 156만 파운드(약 26억 원)를 수령하던 황희찬은 이번 재계약으로 연봉이 468만 파운드(약 77억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팀 내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 울버햄튼에서 황희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같은 순위는 현실과 다를 수 있다. 선수들의 계약 규모는 물론 해마다 다르게 책정되는 연봉까지 낱낱이 공개되는 야구와 달리, 축구에선 선수들의 연봉은 비공개에 부친다. 언론 등을 통해 추정치가 나올 뿐이다. 축구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유럽의 경우 그 추정치의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통한다.
사정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으로 통하는 e스포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T1)은 다년간 국내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 중 연봉 1위로 통한다. 하지만 연봉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다. 국내외에서 50억 원, 70억 원 등 추정치만 나올 뿐이다. 일각에서는 100억 원이라는 예상이 나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연봉 순위, 변수는 있다
현재 이정후, 김민재, 손흥민, 김하성, 황희찬 순인 우리나라 스포츠스타들의 연봉 순위는 곧 변동될 여지가 있다. 변수는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2023시즌까지 수년간 연봉킹 자리를 지켜왔다.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그는 2020시즌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간 총액 8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연간 2000만 달러(약 260억 원)의 고연봉이었다. 4년의 시간차를 두고 체결한 이정후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추신수가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으며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694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으나 연봉은 류현진이 높았다.
2023시즌이 끝난 시점, 토론토와 계약기간이 마무리되며 류현진은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었다. 국내 복귀가 아닌 빅리그에서 도전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서는 류현진이 2년 1400만 달러(약 182억 원) 수준의 계약을 따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김하성과 연봉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손흥민의 재계약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9시즌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두 번(2018년, 2021년)의 재계약으로 연봉이 상승했고 또 한 번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부터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2025년 여름 만료되는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는 동시에 급여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시즌 전 23골로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 10골에 그치며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이번 시즌 16경기 만에 10골을 넣으며 건재를 알렸다. 주장까지 맡으며 팀 내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여름 토트넘 핵심 공격수였던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나며 손흥민은 팀 내 최고 연봉을 수령하는 선수가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케인이 받던 금액 이상의 금액도 고려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적 이전 케인은 토트넘에서 연봉 1040만 파운드(약 172억 원)를 받았다. 이적을 막아보려던 토트넘은 더 높은 주급을 제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시액의 추정치는 1560만 파운드(약 257억 원)에서 2080만 파운드(약 343억 원)까지 높아졌다. 손흥민이 비슷한 수준에서 재계약을 체결한다면 이정후의 연봉을 넘어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