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관계 냉랭, 사법리스크도 연임 걸림돌…포스코홀딩스 “공정·투명한 선임 진행할 것”
재계에서는 이전부터 최정우 회장의 연임설이 흘러나왔다. 최 회장은 지난 12월 11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3억 710만 원에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최 회장이 연임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22일 현재까지 연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연임에 관한 질문을 받자 “오늘은 철의 날”이라고만 말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임 계획을 부정하지 않는 것은 곧 연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 후추위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 중 김성진 사외이사(전 해양수산부 장관)를 제외한 6명은 최 회장 재임 시절 선임된 인사들이다. 최정우 회장 입장에서는 유리한 대목이다.
포스코홀딩스 주주들도 대체로 최정우 회장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포스코(포스코홀딩스·포스코 분할 전 법인)의 시가총액은 30조 원대 초반이었지만 포스코홀딩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40조 원이 넘는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가 2022년 3월 분할된 직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20만 원대에 불과했다. 이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올해 7월 한때 7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외국인 주주들 사이에서 포스코 현 경영진을 우호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지난 12월 19일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다. 이전까지 현직 포스코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타 후보와의 경쟁 없이 곧바로 후추위의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우선 심사제가 폐지되면서 후추위는 현직 회장의 의사와 관계없이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최 회장으로서는 타 후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후추위에서 발굴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 제도를 도입한다고도 밝혔다. 후추위는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을 회장 후보들의 자격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후추위에 대한 최정우 회장의 영향력이 악화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대부분이 최 회장 시절 선임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외이사 중 보수 정권과 밀접한 인사도 적지 않다. 유영숙 사외이사와 권태균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각각 환경부 장관과 조달청장을 맡았다. 다만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기업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사외이사 간담회와 내부토론, 전문가 자문 과정 등을 거쳐 개선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와 최정우 회장의 관계는 냉랭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경제 사절단이나 해외 순방에 단 한 번도 합류하지 못했다. 심지어 최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태풍 ‘힌남노’ 상륙 직전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올해도 최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하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야당 측 인사라는 점이 극명히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그간 정권 교체 후 수장이 사퇴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여겨졌다. 이구택·정준양·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들은 모두 정권 교체 후 중도 사퇴했다. 이들은 모두 사정기관의 표적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구택 전 회장은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사퇴했고, 정준양 전 회장은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후 사의를 표명했다. 권오준 전 회장도 검찰이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확대 움직임이 보이자 사퇴했다. 당시 포스코가 이 전 대통령 자원외교 관련 비리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최정우 회장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회사차 사적 유용 혐의로 최 회장을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9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최 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2021년에는 참여연대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최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비슷한 전례를 보여준 바 있다. KT는 지난 3월 차기 대표이사로 윤경림 전 사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배임 혐의로 윤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이에 윤 전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최정우 회장의 대안으로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권 전 부회장은 지난 11월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 회장 취임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 전 부회장을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포스코 2차전지 사업 확장의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외부 출신 인사가 포스코 회장을 맡은 적은 없다. 이 때문에 포스코 내부에서 권 전 부회장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포스코홀딩스는 “향후에도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후보 추천 일정 및 주요 결과를 공개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회장 선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와 KT, 한경협에 힘 실어줄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옛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포스코와 KT에 재가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KT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경련 패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각종 행사에서 한경협을 배제했다. 재계에서도 전경련에 협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이름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점차 존재감을 되찾고 있다. 실제 류진 한경협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순방 대부분에 동행하고 있다. 탈퇴했던 기업들도 최근 하나둘 재가입하고 있다. 특히 4대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이 모두 재가입하면서 한경협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포스코와 KT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두 회사의 재가입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경협은 지난 12월 5일 국내 대표 기업 약 20곳이 참여하는 ‘글로벌 경제 현안 대응 임원 협의회’를 출범했다. 이 협의회에는 포스코와 KT도 위원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KT는 수장 공백기를 거쳤고, 포스코도 현 정부와 관계가 껄끄럽다 보니 외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포스코와 KT 모두 한경협 재가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