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불문 창당 반대 목소리 거세…이재명 대표가 포용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낙연 신당, 당내 반응은?
12월 13일 이낙연 전 대표는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2024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가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지 2주일 만이다. 11월부터 공개 행보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이재명 체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연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해 친명계뿐 아니라 비명계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12월 14일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숨 고르기 없이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 막 100m를 질주하는 것 같다”며 “많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왜 저렇게 서두르지?”라며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과거 NY(이낙연)계 의원들 중 좋게 말씀하시는 분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친이낙연계 인사들은 신당 창당 합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12월 14일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SNS에 “하나 된 민주당만이 이길 수 있다. 지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며 이 전 대표 창당 추진을 만류했다. 전날 13일 이병훈 민주당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신당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 탈당을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손발을 맞췄던 이들도 신당 창당을 만류하고 있다. 12월 22일 친문계 좌장격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현재 총선 승리를 위해서 통합과 단결이 필요하니까 신당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 적어도 신당 추진은 자제하시고 중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2월 14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12월 14일 초선 강득구 강준현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 서명을 주도했다. 18일 마감 결과, 117명의 의원이 호소문에 연명했다. 민주당 의원 167명 중 약 3분의 2가 신당 창당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친이낙연계 이개호 의원을 비롯해 비명계 송갑석 강병원 이용우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합류하겠다고 나선 현역 의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당내 압박으로 인해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고립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사실상 회동을 거부하자 ‘3총리 연대론’ 진화에까지 나섰다. 12월 20일 이재명 대표는 김부겸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가졌고, 28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난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김부겸 회동’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12월 18일 이 전 대표는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입장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 조건부 만남을 제시한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라며 이재명 대표 사퇴를 요구한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에도 힘을 실었다. 12월 21일 이 전 대표는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통합비대위 아이디어의 충정에 공감한다. 비대위라는 것은 대표직 사퇴를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요구가 연말까지 받아들여지면 탈당 및 신당 창당 중단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재명 ‘통합’ 행보 나설까
한국갤럽이 12월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에 대한 물음에 46%는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좋게 본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의석을 몰아줬던 호남에서도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호남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도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비판적인 상황이다.
12월 20일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사실상 신당 창당 동력이 와해됐다고 본다. 지금 호남의 지지도 거의 없고, ‘원칙과 상식’마저도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발언 했으면서)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점점 좀비 정치인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신당 창당이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관측을 하는 편”이라며 “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드리겠다’며 시한을 못 박았다는 것은 그 시한 이후에 다른 정치 일정에 대한 구상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친이낙연계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그렇게 신중한 이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말을 꺼내놨는데, 과연 안 갈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이 전 대표는) 한 번 갔다가 간 보고 돌아오는 스타일 못 된다. (이 전 대표를) 너무 잘 안다”고 말하며 이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을 높게 봤다(관련기사 [인터뷰] ‘원칙과 상식’ 윤영찬 민주당 의원 “신당 창당 막는 길은 통합비대위뿐”).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월 15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철회를 촉구하면서도 “당의 단결과 통합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며 “당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비롯한 각 의견그룹을 적극적으로 만나 소통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강조했다.
12월 18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SNS에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라. 분열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진력해 달라”며 “이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의 목소리를 분열로만 보지 말고, 총선 승리를 향한 걱정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 달라. ‘미운 놈 나가라, 싫은 놈 떠나라’ 식으로만 당이 나간다면, 그 종착지에는 혁신 없는 패배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22일 친명계 김영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두 전·현 당대표가 허심탄회하게 만났으면 좋겠다”며 “이재명 대표 사퇴 후 통합비대위를 전제로 한 만남은 만남이 아니라고 본다. 만나서 그 얘기를 포함한 모든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면서 그 속에서 활로를 개척하는 게 민주당 지도자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재명 대표가 김부겸 정세균 총리는 만나면서 이낙연 전 대표 안 만나는 것은 ‘작은 정치’가 아니냐”며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힘이 빠질 때까지, 백기 투항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빨리 만나서 회군의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 안 만나는) 이 대표가 아직 정치 9단은 아니고 정치 7단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라고 평가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