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관련 고소·고발 172건, 의원들 수사·재판 102건…정치의 사법화 현상 문제 “각당 리더십 와해돼”
#180 vs 103
21대 총선 결과 7개 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다. 더불어민주당 163석, 위성정당 성격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각각 17석(비례대표)과 3석(비례), 정의당 6석(비례 5석) 등을 얻었다. 진보진영이 63%의 의석수를 차지했다. 보수진영은 미래통합당 84석, 위성정당 성격인 미래한국당 19석(비례), 국민의당 3석(비례)을 얻어 총 106석을 획득했다. 약 35%의 의석 점유율이다. 무소속으로는 5명이 당선됐다.
위성정당으로 지목됐던 정당들은 합당 절차를 밟았다. 2020년 2월 5일 창당했던 미래한국당은 114일 만인 5월 29일 미래통합당과 합당했다. 민주당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2020년 5월 12일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결의했다.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18일에는 열린민주당이 합류했다. 미래한국당 창당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위성정당은 616일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위성정당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을 주장하고 있다. 만일 준연동형이 채택된다면 21대 총선 때처럼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병립형으로 가자는 실리파와 준연동형을 지지하는 명분파가 대립하는 형국이다(관련기사 ‘연동형’ 명분이냐 ‘병립형’ 실리냐…민주당 ‘선거제 개편’ 뒤숭숭한 이유).
#8번의 비대위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비대위 카드를 꺼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선임됐다. 김종인 비대위는 2020년 9월 2일 지금의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국민의힘은 2022년 5월 3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합당했고, 2023년 11월 9일에는 조정훈 의원의 시대전환을 흡수했다.
민주당은 2021년 재보궐 선거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를 꾸렸다.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에 도종환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러다 2021년 4월 16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윤호중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넘겨받았다. 윤 비대위원장은 같은 해 5월 2일 임시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의 혼란은 끝나지 않았다. 20대 대선 패배로 송영길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2022년 3월 10일 윤호중-박지현 비대위가 출범했다. 민주당은 8회 지방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2022년 6월 10일 우상호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으로 올랐다. 우상호 비대위는 같은 해 8월 전당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 비대위가 끝나기 무섭게 국민의힘이 내홍에 빠졌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이준석 체제는 1년 2개월 만에 해체됐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며 맞섰다. 당시 법원은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하기도 했다. 이후 정진석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이 됐고, 법원은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2023년 3월 8일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이날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김 대표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2023년 12월 21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국민들은 3번째 여당 비대위 출범을 목격하게 됐다.
정의당은 두 차례 비대위를 꾸렸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1차 비대위는 10월 28일까지 업무를 수행했다. 2차 비대위는 11월 14일 출범했다. 22대 총선에서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민주당, 정의당 비대위를 모두 더하면 8번의 비대위가 21대 국회에서 출범한 셈이다.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리더십 공백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리더가 없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비대위가 꾸려진다는 것이다. 유 소장은 “근본적으로 정당 자체의 리더십이 약해졌다”며 “법안 심사나 당의 입장을 정할 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당의) 리더들이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 안팎에서) 리더십이 이전만큼 신뢰받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고소·고발 172건
유 소장은 21대 국회에서 나타난 정치의 사법화 현상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대개 고소 고발의 형태로 해결하려는 태도”라며 “최근 들어서 그 현상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유 소장은 “과거에는 정치권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 내에서 협의하는 등 국회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면 지금은 국회의원 개인에 대한 고소 고발 형태로 가버렸다”고 덧붙였다.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고소·고발로 얼룩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관련 고소·고발 건수는 전국 172건이다. 20대 총선 때는 152건이었다. 13.2%가 증가했다. 전국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1430명 중 12%가 고소인 또는 피고소인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국회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남국 코인 매매 파문’ 과정에서 있었던 고발 사건도 정치 사법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5월 11일 김남국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도중 200차례 넘게 코인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이후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 등 의원 11명의 코인 거래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는 의원 11명 가운데 적어도 5~6명은 거래 과정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자문위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자문위가 의원 가상자산 신고 내용을 공개한 행위가 국회법의 비밀엄수 의무와 형법의 비밀누설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익을 목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개한 일을 두고 정당이 국회 기관을 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당 안팎에서 일었다. 국민의힘은 고발 방침을 철회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21대 국회 기간 수사·재판 건수는 102건에 달한다. 최강욱 전 의원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재명 대표가 3건, 임종성 의원이 3건으로 뒤를 이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법적 대응이라는 것은 합의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고, 우리 편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기재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지지층을 설득할 수가 없거나 설득할 의지도 없는 (정치인이) 상대편의 주장은 우리 편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우리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대응하겠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각 당의 전통적인 리더십이 와해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처럼) 비주류에서 나온 리더십으로 교체되다 보니 단일대오를 형성 못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야끼리 고소·고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당 안에서도) 고소·고발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리더십의 교체가 일어나고 정치 세력의 재정렬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번 정권 안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