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이란 포용력이나, 공감 능력, 이해심 그리고 뚝심이나 돌파력 등등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정치력이 있는 인물은 장기간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정치력을 한 위원장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이제 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시간이다.
물론 위원장이 정치력이 있다고 해서 비대위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력 외에도 다른 중요한 성공 요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대위의 다른 성공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 비대위 사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야 모두 과거에 각각 10여 차례 비대위를 경험했다. 이 중에 성공 사례는,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 그리고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비대위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미래 권력으로 점쳐지는 정치인이 직접 등장하거나 뒤에서 비대위를 전폭 지원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총선의 성격은 ‘회고형 투표’인데, 미래 권력의 등장은 이런 총선의 성격을 미래 지향적 ‘전망형 투표’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즉, 총선은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든지 아니면 야당 심판론 즉, 정권 안정론으로 구도가 잡히든지 둘 중 하나인데, 미래 권력이 ‘선거의 중심’에 등장하면 총선의 심판론적 성격이 상당 부분 희석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비대위 구성 파격성에 있다. 예를 들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19대 총선 직전 비대위원으로 정치판에 등장했는데 이런 파격적인 위원 구성은 정당에 대한 여론 주목도를 높이고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세 번째 공통점으로 상대 진영의 논리를 ‘물타기’ 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김종인 전 장관을 비대위에 초빙해 진보적인 경제 아젠다를 선점했었다. 20대 총선에서의 김종인 위원장 역시 진보 진영의 전형적인 ‘이념 강박’을 넘어서 보수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행보를 보였다. 이는 중도층 지지 확보를 위해 그리고 상대방의 전략을 무력화시킨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네 번째로는 비대위가 만든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며 선거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물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중진들은 남기고 나머지 지역에서 파격적인 공천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 감각이 필요하다. 이런 공통점을 모두 갖춘 비대위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동훈 비대위는 어떨까. 일단 한동훈 위원장이 현재 시점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 즉 ‘미래 권력’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는 최소한 이 점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비대위 구성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신선하고 파격적인 인물을 등용할 수도 있다. 공천의 경우 아직은 시작도 안 했으니 판단할 수 없다.
문제는 세 번째 공통점, 즉 상대 진영의 논리를 먼저 선점해 상대 진영을 무력화시키는 이른바 ‘물타기’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이를 용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그토록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 비대위가 더 선제적으로 나가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즉, 민주당의 주장보다 더 적극적으로 특검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물타기 사례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정 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줄 수도 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중요하다. 여론에 순응하며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지 아니면 명분을 내세워 여론을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한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총선 승리를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물타기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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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