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슈퍼가 번 돈 ‘기타’ 사업부에서 새나가…‘원치 않는 CB 발행’ 요기요 가장 큰 골칫거리
반대로 백화점과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슈퍼마켓은 대형마트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GS리테일의 슈퍼마켓 GS더프레시다. GS더프레시는 2019년 정춘호 GS리테일 전무를 슈퍼사업부장으로 선임한 후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S더프레시 점포수는 2021년 341개에서 2023년 434개로 증가했다.
#롯데슈퍼 점포수 앞지른 GS더프레시
GS리테일은 2023년 11월 22~23일 NDR(Non Deal Roadshow·자금조달 계획이 없을 때 진행하는 기업설명회)을 진행했다. GS리테일은 이날 주요 안건으로 GS더프레시 출점 전략을 다뤘다. 그간 슈퍼마켓은 편의점의 곁다리 취급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증권가에서도 주목하는 분야가 된 것이다. GS리테일이 NDR에서 강조한 내용은 슈퍼마켓 사업부의 기존 점포 성장률이 2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점,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3%대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화됐다는 점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NDR에서 “1~2인 가구 증가로 근거리 쇼핑, 소용량 식료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있던 트렌드지만 최근 그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파악하기에는 국내 진출한 회원형 창고형 할인마트조차도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인데 슈퍼마켓이 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슈퍼마켓 채널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슈퍼마켓이 핵심 사업이 아니다 보니 GS리테일만큼 확장 정책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S더프레시의 점포수는 2021년 341개에서 2022년 378개, 최근 434개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유통업계 다른 권역보다도 성장이 가파르다. 반면 라이벌인 롯데슈퍼는 점포를 줄이고 있다. 롯데슈퍼의 점포수는 2020년 한때 500개에 달했지만 2022년 말 기준 371개까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이익률이 떨어지는 점포 통폐합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증권가에서는 GS리테일 슈퍼사업부의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 4790억 원, 270억 원으로 예상한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2%, 23% 증가한 수치다. GS리테일 슈퍼사업부의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2023년 예상치보다도 높은 1조 5780억 원, 340억 원이다.
주목할 점은 GS더프레시가 가맹점 위주로 출점 중이라는 것이다. GS더프레시는 교외가 아닌 인구 밀집지역, 특히 신규 아파트 단지 내 출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2~3개월이면 흑자전환이 가능해 가맹점주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과거 150~200평으로 출점했지만 최근에는 70~80평대로 축소하는 추세다. GS리테일은 여기에 MD(상품기획) 대부분을 신선식품으로 구성해 쿠팡 등 이커머스와의 경쟁을 최소화하고 있다.
GS더프레시는 온라인몰인 ‘프레시몰’ 사업은 아예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GS더프레시가 성장 전략을 포기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GS리테일은 매년 판매촉진비와 물류 투자 등으로 1000억 원가량을 소진하는 만큼 결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렸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2022년 프레시몰의 영업손실은 1100억 원 수준이었고, 이번 프레시몰 철수로 4분기 일회성 비용은 발생하지만 2024년 영업이익은 약 350억 원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M&A 효과'가 안 나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SSM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이었다. 접근성은 편의점에 밀리고, 가격 경쟁력은 대형마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도 받았다. 하지만 GS리테일은 적극적으로 슈퍼마켓 출점에 나섰다. 당시 편의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기업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편의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집중 전략은 주효했지만 앞날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인수합병(M&A)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몇 년간 배달 업체 요기요, 모빌리티 업체 카카오모빌리티,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 배송 업체 메쉬코리아,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 수산물 가공 업체 얌테이블, 라이프스타일 상품 판매 업체 텐바이텐, 홈쇼핑 메타 서비스 제공 업체 버즈니 등에 투자했다.
GS리테일은 글로벌 700여 개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총 누적 투자액이 99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보고서 상에 확인된 피투자기업만 약 20곳에 이른다.
하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다. GS리테일은 2023년 1~3분기 편의점과 슈퍼마켓, 호텔, 홈쇼핑을 제외한 ‘기타’ 사업부가 기록한 영업손실이 412억 원에 이른다. 지분법평가손실 등이 반영되는 순이익 부문을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GS리테일 기타사업부의 1~3분기 순손실은 930억 원에 달한다. 기존 사업부로 벌어들인 이익이 투자 손실로 새나가고 있는 셈이다.
GS리테일로서는 요기요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GS리테일은 2021년 10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이 요기요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에 3000억 원을 투자했다. GS리테일이 보유한 컨소시엄 지분은 30%로 적지 않다. 그럼에도 사모펀드들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요기요는 최근 주주배정 방식의 1000억 원 규모 주주 배정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했다. GS리테일은 “예기치 않았던 추가 투자를 하게 됐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기요는 흑자전환이 요원하지만 GS리테일은 요기요 지분가치를 2786억 원으로 잡아두고 있다.
일요신문은 GS리테일에 M&A 관련 대책 및 요기요 관련 입장을 문의했지만 GS리테일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