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과목 변경 따라 지자체 일상경비 ‘언론 광고비’로 사용 못해…행안부 “지자체도 정부광고법 따라야”
지난 7월 행정안전부는 ‘2024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행안부 훈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부터 광고비용 예산과목이 변경됐다. 기존에는 지자체의 언론홍보 예산은 일반운영비 내 ‘사무관리비’에 포함돼 있었다. 이에 지자체가 필요시 일상경비 절감액을 언론홍보비에 추가해 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언론 광고 예산은 사무관리비에서 분리, ‘공기관 등에 대한 경상적 위탁관리비’로 편성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일상경비 절감액을 언론 광고비로 사용할 수 없어, 유연한 집행이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안부는 이번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훈령 개정에 대해 “국세수입 저조 및 부동산 거래 정체 등에 따라 자체수입 여건이 어려운 환경이 예상된다. 지방세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정밀한 세입여건 분석을 바탕으로 객관적·합리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지자체의 자체적 홍보 및 예산집행에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장을 지낸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거두어들인 예산을 갖고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중앙정부에서 예산 세출과목을 변경해 유연한 대응을 못하게 묶어두는 것은 지방자치분권의 취지를 벗어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완화·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해주고, 무역적자 및 성장률 둔화 등 경제정책 실패로 세수가 줄어든 것”이라며 “왜 지자체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해 실패의 책임을 면피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행안부가 지자체의 언론홍보 예산을 유연하게 운영하지 못하게 묶어둠으로써 일종의 ‘언론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번 예산편성 운영기준은 윤석열 정부 행안부가 개정한 것이다. 언론홍보 예산을 한정적으로 해놓으면 언론사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진다. 그럼 언론사도 정부나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많아졌다. 예산이 넉넉하면 모를까, 빠듯하면 어떤 언론사에 광고 예산을 집행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한 지자체에서는 행안부의 이번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검토 의견을 통해 “광고비가 2023년 삭감에 이어 2024년 추가로 삭감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부서에서 예산 편성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광고법에 따라 지자체도 정부광고 형태를 따라야 한다”며 “정부광고법에 따르면 정부기관 등 장은 홍보매체에 정부광고를 하려는 경우 문체부 장관에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업무는 한국언론재단이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위탁사업비로 예산과목을 변경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2024년도 정부구독료 예산을 올해 279억여 원에서 82% 삭감한 5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경영진은 인건비 절감과 공적기능 축소 검토 방침을 세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12월 22일 성명을 통해 “공영언론만 보면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해 발작하는 윤석열 정부가 대책도 없이 또 대형 사고를 쳤다”고 반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