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같은 방 수감, 출소 후 집 비번 공유 등 각별…돈 문제로 갈등 중 사기범이 마약범 투약 혐의 제보
10월 말 이선균 측은 공갈 혐의로 유흥업소 실장 A 씨(여·29)와 성명불상자 1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당시 이선균 측은 A 씨에게 3억 원, 성명불상자에게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선균 측은 성명불상자를 B 씨(여·28)로 특정해 A 씨와 B 씨, 그리고 성명불상자 1명을 상대로 한 공갈혐의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추가 고소장에서 이선균 측은 A 씨와 B 씨가 공모해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2023년 10월 18일 마약 불법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사흘 뒤 구속됐고 B 씨도 12월 28일 구속됐다. 애초 B 씨는 12월 26일 인천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불출석했다. 이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구인장을 집행해 27일 B 씨를 강제 구인했고 2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B 씨는 만 1세 아동을 안고 출두했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선균 측의 추가 고소장 내용처럼 A 씨와 B 씨가 공모해 범행을 벌인 것일까. 현재까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내용으로 볼 때 공모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들의 분열이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A 씨와 B 씨는 모두 전과자로 두 사람의 만남도 교도소에서 이뤄졌다. A 씨는 마약 투약 전과 6범으로 알려졌는데 B 씨 역시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렇게 A 씨와 B 씨는 마약과 사기 혐의로 각각 수감돼 교도소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같은 방에 수감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후 상당히 가깝게 지내게 된 A 씨와 B 씨는 출소 이후 오피스텔 위아래 층에 살았다. 서로의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하며 수시로 상대방의 집을 드나들었을 정도였다고 전해졌다.
그렇게 이들의 이선균을 상대로 한 공갈 협박 범행이 시작됐다. B 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사설탐정 겸 유튜버 카라큘라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이 사건을 유명인들이 연루된 마약 스캔들로 오해할 수 있지만, 본질은 마약이 아니라 공갈 협박이며 공갈 협박을 최초로 설계하고 실행한 자는 B 씨”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 A 씨와 B 씨의 공모로 이뤄진 공갈 사건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을 상대로 한 첫 공갈 사건은 2023년 9월에 벌어졌다. A 씨가 이선균에게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고 말했고, 이선균은 A 씨에게 3억 원을 건넸다.
그리고 10월에는 이선균이 B 씨의 연락을 받게 된다. 그 전까지 이선균과 B 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선균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한 B 씨는 “A 씨를 (마약 불법 투약으로) 구속시킬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며 “A 씨에게 준 돈을 모두 회수하고 2억 원으로 마무리하자”고 협박했다. 이선균은 B 씨에게 5000만 원을 건넸다. 이런 이유로 이선균 측이 추가 고소장에서 A 씨와 B 씨가 공모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가 마약 불법 투약 혐의로 구속돼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이 시작된 계기가 바로 B 씨이기 때문이다.
B 씨는 2023년 10월 경찰에 A 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보했다. 단순 제보가 아니었다. B 씨는 직접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을 찾아 관련 제보를 하며 A 씨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도 함께 제공했다. B 씨가 이선균에게 A 씨 구속을 운운하며 2억 원을 요구한 것과 비슷한 시기다. 그렇게 A 씨는 10월 18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B 씨가 이선균을 공갈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이 A 씨가 구속되면 묻힐 것으로 B 씨가 계산했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마약 혐의로 구속된 A 씨는 이선균은 물론이고 지드래곤(GD) 등을 언급해 오히려 사건이 더 커져 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이선균이 세상을 떠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
‘톱스타 L 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경기신문 단독 보도가 나온 것은 10월 19일이고 A 씨가 검거된 것은 18일이다. A 씨가 검거되자마자 경찰에 이선균 이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교도소에서 만난 두 여성의 우정은 그렇게 허망하게 엇갈렸다. 사설탐정 겸 유튜버 카라큘라는 “B 씨는 1995년생인데, 1994년생인 A 씨한테 자신이 1991년생이라고 하며 오랜 기간 언니·동생으로 지냈다”고 밝혔다. 나이까지 속인, 시작부터 위태로웠던 우정이 아니었나 싶은 대목이다.
A 씨가 이선균에 대한 공갈 사건은 물론이고 이번에도 마약 불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듯 B 씨는 공갈 사건 외에 사기 혐의로도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B 씨가 동호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남성들을 상대로도 사기를 친 정황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B 씨는 영장실질심사 당시 만 1세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2023년 1월에 출산한 아이인데 국민일보는 B 씨가 20~30대 직장인들 위주의 ‘동호회 앱’에서 알게 된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임신 중절 수술비용이 필요하다” “아이 안전을 위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이 사실을 통보하겠다” 등등의 이유로 돈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는 최소 5명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B 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 친자 확인 검사를 진행해 B 씨 아이가 친자가 아님을 확인한 한 피해자가 현재 사기 혐의 고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B 씨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만 1세의 친자를 데리고 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한 행위가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학대라는 게 고발 이유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