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이병헌의 ‘다 이루어질지니’ 기대감…박보검+아이유의 시대극 ‘폭싹 속았수다’도 눈길
새해 공개하는 드라마 시리즈 가운데 자타공인 최대 기대작은 ‘오징어 게임 시즌2’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시간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이자, 국내 콘텐츠 가운데 영화와 드라마를 망라해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오징어 게임2’가 공격적인 출발을 알리지만 한편으로 그 아성에 도전하는 드라마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와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손잡은 ‘다 이루어질지니’부터 김수현과 박지은 작가가 재회한 ‘눈물의 여왕’, 전지현과 강동원이 뭉친 ‘북극성’, 공유와 서현진이 만난 ‘트렁크’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오징어 게임2’에 왕좌를 내줄 수 없다는 듯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판 키운 ‘오징어 게임2’ 신드롬은 계속될까
‘오징어 게임2’는 2023년 7월 촬영을 시작해 현재 대전의 한 세트장에서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연내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황동혁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가운데 이정재와 이병헌 등 1편의 주역에 더해 임시완 강하늘 이규영 이진욱 등이 새롭게 참여한다.
지금까지 ‘오징어 게임2’에 대해 공개된 내용은 출연진 정도에 불과하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각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등은 전부 비밀에 부치는 상황이다. 다만 황동혁 감독은 12월 대전 촬영 세트를 일부 공개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깨가 무겁지만 기다려주시는 만큼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며 “새로운 게임,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펼쳐질 더욱 깊어진 이야기와 메시지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징어 게임2’는 제작 과정 자체만으로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황동혁 감독과 주연 이정재가 한국 제작진으로는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영향도 크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구슬치기 등 게임을 구현한 리얼리티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작품과 관련한 세세한 사항이 공개될 때마다 외신을 통해 빠르게 중계되는 상황만 봐도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보인다. 실제로 시즌2에 합류한 그룹 빅뱅 출신의 탑(최승현)이 대마 등 마약류 흡입 전과로 인해 사실상 국내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연자 명단에 오르자 거센 비판이 일었고, 이런 국내 여론은 실시간으로 해외 주요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김은숙 작가와 이병헌 감독의 만남
20년 동안 K드라마의 막강한 경쟁력을 이끌어온 작가를 단 한 명만 꼽으라면 그 자리는 김은숙 작가의 차지다. ‘파리의 연인’으로 시작한 한류 드라마 열풍은 ‘태양의 후예’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고, 시대극 ‘미스터 션샤인’을 거쳐 학교폭력 피해자의 지독한 복수극 ‘더 글로리’를 통해 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런 김은숙 작가가 이번에는 영화 ‘극한직업’으로 1626만 흥행 성과를 거둔 이병헌 감독과 처음 손을 잡았다. 이들의 첫 합작은 ‘다 이루어질지니’. 서로의 생사여탈권을 쥔 감정 과잉의 남자(김우빈 분)와 감정 결여 여자(수지 분)가 행운인지 형벌인지 모를 세 가지 소원을 놓고 벌이는 이야기다. 여기에 최근 드라마 ‘연인’으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안은진까지 합류해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김은숙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다른 주인공 박지은 작가도 돌아온다. 김수현과 김지원을 내세운 ‘눈물의 여왕’은 재벌가 사위와 재벌 상속녀가 뒤늦게 진짜 사랑을 이뤄가는 이야기다. 김수현은 박지은 작가의 대표작인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을 함께 일군 주역으로 이번 드라마에서 다시 뭉쳐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한다.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가 나란히 신작을 내놓는 올해는 ‘로코의 부활’을 예고한 해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등으로 대표된 장르물이 2~3년 동안 방송가에 득세했던 상황에서 한발 벗어나 오랜만에 로코가 저력을 과시할지 주목된다.
#아이유·박보검, 전지현·강동원의 시대 넘나드는 대작들
사실 ‘오징어 게임2’가 새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그 관심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측면이 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 때문이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2’ 공개에 맞춰 글로벌 무대에서 전략적으로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배우들이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프로모션 장소도 한국이 아닌 미국 등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작 국내에서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따로 있다. 아이유와 박보검이 주연을 맡고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이 연출하는 ‘폭싹 속았수다’가 단연 눈길을 끈다. 1950년대 제주도에서 시작한 두 남녀의 일생을 풀어내는 이야기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방송가에서 가장 몸값 높은 인물로 떠오른 임상춘 작가의 차기작이란 사실이 경쟁력을 높인다. 현재 촬영이 한창인 ‘폭싹 속았수다’는 두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시대극인 만큼 제작 규모도 최상급이다. 총 제작비 500억 원을 투입해 거친 시대를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전지현과 강동원의 만남이 이뤄진 ‘북극성’은 현재 제작 준비로 분주하다. 영화 ‘헤어질 결심’부터 ‘아가씨’ 등 박찬욱 감독 연출작의 시나리오를 써온 정서경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로 남북 분단 등 소재를 녹여낸 첩보극이자 진한 멜로극이다.
이 밖에도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민호와 공효진의 로맨스 ‘별들에게 물어봐’, 김태리가 그리는 한국전쟁 직후 여성 국극단 이야기인 ‘정년이’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작이다. ‘시청률 보증수표’ 공유와 서현진이 처음 만나 계약 결혼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트렁크’는 드라마 ‘찐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2’가 나오는 2024년, 그 어느 해보다 드라마 시장의 전쟁은 뜨겁게 펼쳐진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