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 반송 놓고 검찰과 신경전…후임 처장 인선 난항 속 수사력·검찰과 관계 등 과제
#기소 3전 2패, 구속영장 5전 5패
지난 3년 동안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이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손준성 검사장 고발사주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기록 위조 의혹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사건과 전 부산지검 검사 수사기록 위조 의혹 사건은 모두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김진욱 처장의 임기 마지막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경찰 경무관에 대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손준성 검사장에게 두 차례, 감사원 간부에 대해 한 차례, 앞서 경무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며 ‘5전 5패’를 기록한 셈이다.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설 특검처럼 자리잡지 않겠냐는 전망이 초반에 힘을 받았지만 지금은 ‘없는 것과 다름없는 조직’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공수처 경험을 쌓는 게 로펌에 가는 데 도움이나 되겠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수처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년 정도 조직을 정비하는 시간은 예상했지만, 그 후 검사나 판사의 비위 사건을 1~2개만 잘 처리해도 ‘법조인 잡는 전문 수사기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는 공수처가 상설 특검처럼 운영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며 “이처럼 자리를 못 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판사 출신들이 수뇌부에 있다 보니 발생하는 역량 부족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김진욱 처장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사방향을 놓고 부장검사들과 의견 마찰을 빚었는데 이 과정에서 ‘설득’보다는 ‘결정’을 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공수처 소식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중요한 고비마다 서로 법리적인 부분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은 뒤, 윗선은 정확한 판단을 통해 수사가 가야 할 길과 가지 않을 길을 정리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치적 중립성 논란까지 터지면서 존재 이유가 흔들려 버렸다”고 토로했다.
#무너진 위상에 검찰과 또 충돌
그런 가운데 또 다시 공수처가 검찰과 사건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1월 12일 검찰이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내자 공수처가 사건 접수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 것. 이 과정에서 공수처와 검찰은 각각 두 차례씩, 총 네 차례 언론에 입장을 내며 공방을 벌였다.
문제가 된 사건은 공수처가 2023년 공소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3급 간부 김 아무개 씨의 뇌물 수수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에 대해 검토한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혐의 사건 서류와 증거물을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수사 지휘하듯 사건을 돌려보내자 공수처가 발끈했다.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에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전례 없는 사건 반송이라며 1시간 만에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맞선 것이다.
검찰도 반발했다. 같은 날 오후 입장을 내고 “공수처의 법적 지위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증거관계와 법리를 재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다시 사건을 이송한 것”이라며 “구속영장이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는데 공수처는 이후 별다른 보강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다시 “검찰이 사건 이송의 근거로 밝힌 수사 준칙은 검찰과 사법경찰관의 관계와 업무 처리에 관한 것으로 영장 청구권을 가진 검사가 수사를 맡는 공수처와의 관계 및 업무 처리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충분한 법리 검토를 한 뒤 공소제기를 요구한 것이고, 검찰의 사건 반송은 ‘경찰’에게나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입법 미비에 기인한 공수처와 검찰의 권한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출범 직후에는 공수처가 검찰에 재이첩한 사건의 공소권이 공수처에 있는지를 놓고 다퉜고, 그 후에는 검찰이 인지한 검사·고위공직자 비위를 어느 시점에 공수처에 알려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
이번 사건 역시 전례 없는 첫 케이스로, 결과적으로 양측의 신경전 속에 사건의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리로 다툰다는 게 법에 명시된 한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놓고 더 합리적인 설득을 해 나가는 과정인데, 문제는 이런 과정들을 두 조직의 수장들끼리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갈등을 다 노출해 가면서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경찰처럼 대우 받을 수 없다는 공수처와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하는 검찰 간 힘싸움”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도 아직 추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2기 공수처장이 ‘새로 만든다는 마음’으로 검찰과의 관계 정리 및 내부 시스템 정비부터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변협의 한 간부급 변호사는 “공수처가 3년 동안 많은 시도를 했지만 제대로 법조계 중요 조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상설 특검으로 갈지, 법조인과 고위 공직자의 비위만 잡는 소규모 특수부 검찰로 갈지 역할부터 설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