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태 부장판사 “증인 50명인 사건을, 참 원”…공판 갱신 불가피해 총선 전 선고 어려워져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 등의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혐의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가장 많이 진행돼 빠르면 4월 총선 이전에 1심 선고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강규태 부장판사는 최근 서강대 법학과 90학번 동기 단체 대화방에 사직서 제출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담은 메시지를 올렸다. 1월 9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출연한 최진녕 변호사가 메시지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제 주요 일간지에 난 대로 2월 19일 자로 명예퇴직을 합니다. 일반적인 판사들의 퇴직 시점을 조금 넘겼지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 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합니다.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 하여간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자주 연락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새해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
메시지를 공개하며 최 변호사는 “본인의 고향(전남 해남)으로 오해받은 데 대한 서운함, 또 증인이 50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원님 재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지연 자체보다는 법원의 현재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면서 판사들이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사건을 처리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면서 “나인 투 식스로 일하는 문화가 법원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재판을 지연시켜도 불이익이 없고 신속하게 진행해도 별다른 이익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법원 인사 시스템을 지적했다.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내기 않았을지라도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공판 갱신 절차가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강 부장판사가 형사34부에서 2년 동안 근무해 오는 2월 인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주요 재판의 경우 재판부가 계속 근무하며 재판을 끝내도록 사무 분담을 유연하게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재판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통상 1~2년마다 변경되는 법관의 사무 분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