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신성식·김상민 ‘중립 위반’ 내부 비판 속 출마 의지…사표 수리 여부보다 사의 시점 중요 판례 주목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이들의 정치적 중립 위반을 지적하고 감찰 등 조치에 나섰다. 징계가 진행되는 동안 사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2020년 대법원의 이른바 ‘황운하법’ 판례가 검사들의 출마를 가능토록 해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에이스’들의 출마 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승승장구했던 이성윤 검사장. 전북 고창 출신으로 전주고를 졸업한 이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내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하게 대립했다. 관련 수사 진행 과정에서 수사팀과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좌천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돼 2022년 4월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지만 법무부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라는 이유로 수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윤 검사장은 출마 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2023년 11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저서 ‘꽃은 무죄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고, 1월 8일에는 한 차례 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장은 자신의 SNS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뻔뻔게도 윤석열은 국민 70%가 찬성하는 특검법을 거부했다. 그래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기에 이제는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김건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윤석열 사단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고 적었다. 총선 출마 여부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올라온 이 글을 놓고 ‘총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승승장구하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좌천됐던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출마를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했던 그는 2020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등을 지냈다.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됐는데,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6∼7월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대화 녹취록 내용이라며 KBS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로 2023년 1월 기소됐다.
그런 신 검사장도 2023년 12월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저서 ‘진짜 검사’ 출간에 맞춰 저자와의 대화도 열었다. 1월 10일 순천대학교에서 북콘서트도 연다. 총선에서 전남 순천 출마에 마음을 굳혔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상민 검사, 감찰에도 출마 마이웨이
현직 부장검사의 출마 행보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부장검사였던 김상민 검사는 ‘정치 참여 의사’를 내비친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중립 논란과 함께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다. 지역 사회에 큰 목표와 희망을 드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였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검찰청의 감찰이 시작됐다. 비교적 수위가 낮은 ‘검사장 경고’를 받았는데 김 검사는 사의를 표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정은 쉬웠다”며 출판기념회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1월 6일 총선 출마 선언의 수순과도 같은 ‘출판 기념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거듭된 출마 의지 표현에 이원석 검찰총장이 추가 감찰까지 지시했지만, 그대로 출판기념회를 강행하며 출마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사표 반려에도 ‘강행’ 가능한 배경은…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의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도 감찰 및 징계, 형사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이들의 사표를 모두 반려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나온 2020년 판례가 현직 검사들의 출마를 허용한 셈이 됐다.
이른바 ‘황운하 판례’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황운하 의원은 2019년 11월 명예퇴직을, 2020년 1월에는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은 ‘수사 및 기소가 퇴직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불허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이후 당선된 황운하 의원에 대해 대법원은 당선무효 소송에서 황 의원의 출마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기간 내(선거일 90일 전)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결정했는데, 이 때문에 ‘사의를 표한 시점’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판례에 따르면 현직인 검사나 판사들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일 90일 전인 오는 11일까지만 사의를 표명하면 된다. 이성윤 검사장이 8일 한 차례 더 사의의 뜻을 SNS에 내비치고, 김상민 검사가 최근 사의와 함께 본격적인 행보를 하는 것도 ‘황운하 판례’ 덕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직 검사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수사를 하는 많은 검사들이 있는데, 몇몇 검사들의 정치적 행보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 자체가 의심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검찰을 떠나 변호사를 하면서 준비를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왜 현직에서 바로 국회를 가려고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관련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2020년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검사와 법관이 퇴직 후 1년 동안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직접 겨눴다는 비판이 나왔고, 판사와 검사만 특정할 경우 다른 공직자와 검사, 판사를 차별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후 6개월 등 구체적인 제한을 정해 판사나 검사, 공무원이 국회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조직의 중립성’을 보여주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이번 총선이 끝난 뒤 국회에서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