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영도구서 행정부 출신 박성근·조승환과 경쟁…윤석열-한동훈 경험 부족 지적,‘비판적 조언자’ 역할 주목
#무대가 돌아온 이유
1월 15일 김무성 전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부산 중구·영도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타락한 정치와 국회를 바로잡아 합의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공적인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대표는 70세 이후엔 선출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김 전 대표는 “오랫동안 결심을 망설였는데, 100세 시대로 가고 있고 중·영도구만 해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잘한다면 제가 이런 일을 벌이면 안 된다. 그런데 너무나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섰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부산 중·영도구는 김 전 대표가 19·20대 의원을 지낸 곳이다.
김 전 대표는 1월 3일 MBN 유튜브 방송 ‘나는 정치인이다’에서 “이 시간까지 결심을 못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지역에 좀 문제가 있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내게 출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출마 요청을 몇 번 사양하고 외면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1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 이런 타락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하겠다는 결심”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중구·영도구가 무주공산이 됐다는 점, 지지자들의 출마 요청, 명예 회복 등이 김 전 대표 출마 배경인 것으로 본다. 이 지역구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초선)이 2023년 5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사생활 논란 등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석이 됐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월 7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 “지역에서 요청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분이 와서는 여기가 정리가 안 될 것 같다. 국민의힘이 잘못하면 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많다. 김 전 대표를 비판하는 분도 많이 있다. 그래도 김무성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1월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부터 거의 6년 가까이 그냥 불명예스러운 상태로 계속 있었다”며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선 그 자체가 명예 회복인 상태가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21년경 이른바 ‘수산업자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2022년 11월 검찰은 김 전 대표를 무혐의 처리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역 의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지역 유권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안다”며 “영도구는 5선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6선인 김무성 전 대표 등 중진 의원들이 있었던 곳이다. 지역 주민들도 중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마를)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가 국회의장직을 위해 출마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자리 하려고 한다는 것은 협소한 생각인 것 같다. (김 전 대표는) 민주화 투쟁부터 30년 넘게 정치를 한 사람”이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뭘 할 것인지 보수가 다시금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 뭘 할 건지 그런 방법을 찾기 위해 출마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심’은 어디에
김 전 대표 출마로 중구·영도구 경선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검찰 출신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1월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역구에서는 김 전 대표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김 전 국회의장은 14~18대까지 영도구 터줏대감으로 있었다. 장성철 소장은 ‘정치인싸’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박성근 밀어줘야 한다, 이 사람 공천을 줘야 한다면서 (지역) 관계자들한테 전화하고 며칠 전에는 내려가서 박성근 밀어야 한다고 조직원들한테 말했다”고 전했다.
정가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셋 모두 윤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당초 여의도에서는 박성근 전 비서실장에게 윤심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2022년 6월 29일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박성근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대통령님이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인사를 하는 장제원 비서실장이 한 분 선택해 주시죠’라고 했다”며 “며칠 뒤에 우리 박성근 전직 검사님을 딱 (뽑으셨더라)”라고 말했다.
박 전 비서실장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윤심) 그런 것 없다. (정치권에서) 지어내는 말”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 조승환 전 장관 등 국민의힘 공천 신청이 예상되는 모든 예비 후보자들과 당이 정한 룰에 따라 정정당당한 경선을 치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 출마로 윤심은 오리무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표는 2018년 6월 15일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고, 2020년 6월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공동대표 김무성·강석호)’을 만들었다.
마포포럼에서 김 전 대표는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윤 대통령을 지원했다. 마포포럼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오전 9시 전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언론 모니터링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윤 대통령을 홍보하며 지지를 구했다. 본인이 후보인 것처럼 했다”며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사무실에) 있으면서 회의하고 본부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전파하고 그런 역할을 다했다”고 기억했다.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던 2021년 11월에는 마포포럼에서 “대선은 후보가 돋보이도록 모두 뒤에서 자신을 낮추거나 숨겨야 한다. 후보 이외의 다른 인사가 나서면 선거를 망친다”며 “제3자가 잘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겠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는 조용히 뒷전에서 화해와 통합과 단일화와 연대를 통한 윤석열 후보의 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끝난 후 김 전 대표는 여러 곳에서 하마평이 나돌았고, 윤 대통령이 중용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2022년 8월 김 전 대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내정됐다가 철회됐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전 대표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마포포럼, 민주화추진협의회(공동회장) 등의 활동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김 전 대표는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포포럼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대통령실과 교감한 다음 출마를 결정한 것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우리와 상의도 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한 것 같다”면서도 “(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교감을 나눈) 상황이었으면 김무성 대표가 안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연락한 적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 출마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중진 물갈이를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19대 총선 패배 원인을 제공한 사람 중 한 명인 김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좋다고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지역 언론인) 부산일보 같은 경우에도 (부정적인 기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국민들이 당에 요구하는 것은 편안하게 다선을 했던 사람들이 희생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정쟁의 정치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 과연 그분을 다시 우리 당의 주자로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후배들이 정치를 못 해 나서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그 원인을 만들어낸 것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월 7일 MBN ‘시사스페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옳은데 왜 지지해 주지 않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좀 오만하게 보였던 것 같다”며 “국민과의 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서 지난 대선 때 지지받았던 수준을 빠른 시간 내 회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 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선거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고 했다. 컷오프에 대해서는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수용할 것”이라며 “부당한 공천이 있어 거기에 저항하지 않으면 공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부산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대표를 컷오프시켜서 무소속으로 나오게 되면 우리는 한 석 잃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김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체제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각을 세운다기보다는) 원로로서 ‘경험이 많으니 당정 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조언하기 위해 (출마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대한 비판 시각이 많다”며 “당을 살리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비판적 조언자의 역할을 하고, 독주를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겠다는 게 (김 전 대표의) 본심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일요신문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선거는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제일 잘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1월 16일 발표한 공천룰도) 잘 만들었다. (중진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다소 감점이 많고 이런 것도 있지만은 시스템에 의한 공천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연락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