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에 대한 역사 왜곡에 원작자도 지적 “현종은 그런 사람 아니야”
1월 18일 한 네티즌은 "'고려거란전쟁' 드라마 전개를 원작 스토리로 가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원작 작가와 계약본 이후로 스토리가 엉망이다. 정말 오랜만에 나온 정통 대하사극인데 양규 장군 전사와 함께 드라마도 무덤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최근 방영분)은 2000년대 초반 퀄리티다. 넷플릭스에까지 올라와서 전세계가 다 볼텐데 너무나 창피하다"며 "대한민국 사극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원작 작가님과 계약을 추가해서 (원작 스토리대로) 종방까지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청원은 1월 21일 오후 기준 480명이 동의했다. 30일 간 1000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할 경우 KBS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원작인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도 최근의 전개를 두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방영한 19화에 대해 "재미있었다. 대하사극이 아니었으면 참 좋았다"며 "고위 관료들은 거란의 재침을 막기 위해 목숨 걸고 거란에 사신으로 갔다. 고위 관료가 목숨을 거는데 호장이 설칠 틈이 없다. 그 모든 지휘를 우리 현종이 했다"고 후기를 남겼다.
글과 함께 "대본 작가야! 나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편집한 현종(배우 김동준)의 사진을 올려 최근 방영 분량에서 드라마 작가가 왜곡하고 있는 현종의 모습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도 길 작가는 '고려거란전쟁'이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현종을 '현쪽이'(현종+금쪽이의 합성어, 현종의 행동이 군주가 아니라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하는 사연 아동과 같다고 시청자들이 비판하면서 나온 말)처럼 보이게 묘사한 것을 우려하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그는 "현종은 관용과 결단력을 같이 가지고 있던 인물" "현종의 캐릭터를 제작진에 잘 설명해줬는데 결국 대본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