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 170억 퇴직금 등 지급 중단 요청…이사보수 승인 관련 ‘특별이해관계’ 여부 쟁점
#차파트너스의 홍원식 회장 보수 지급 중단 요청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월 2일 남양유업에 홍원식 회장을 포함한 이사들의 퇴직금 및 보수 지급 중단을 요청했다. 홍 회장의 예상 퇴직금은 170억 원에 달한다. 상법에 따르면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한 행위를 함에 따라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에게 해당 행위 유지(留止·멈추게 하는 것)를 청구할 수 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 지분 약 3%를 갖고 있다.
남양유업은 2023년 이사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의결했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홍원식 회장도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찬성했다. 남양유업의 이사 보수한도는 매년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승인함에 따라 홍 회장이 보수를 수령할 근거가 발생하게 된다.
상법에는 “주주총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차파트너스도 이를 근거 삼아 “남양유업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은 최대주주이자 특별관계인인 홍 회장의 위법한 의결권 행사에 따라 가결됐다”며 “홍 회장과 이사들이 적법하지 않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은 차파트너스의 지적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홍원식 회장과 같은 사례는 그간 재계나 법조계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또 상법에 명시된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도 그 대상이 모호해 실제 법 적용이 쉽지 않았다. 상법에서도 ‘특별한 이해관계’에 대한 구체적 개념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에서 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지난 1월 8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구명진 아워홈 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구 전 부회장은 “2023년 주주총회 당시 현장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며 “구지은 대표는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아워홈은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과 특별한 이해관계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워홈은 설명자료를 통해 “주주가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결의해왔다”며 “이전 경영진(구본성 전 부회장)이 회사를 운영할 때도 동일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분쟁 사례가 드물다보니 법조계에서도 결과를 선뜻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워홈이나 남양유업 판결이 향후 판례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사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에서 경영진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원식 회장의 그간 행보 살펴보니
이와 별개로 홍원식 회장이 고연봉에 걸맞은 성실한 경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회장은 2022~2023년 이사회에 대부분 불참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당시 한앤코와의 경영권 분쟁 소송 중 계약이행 가처분 상태여서 이사회 참석이 제한됐다”며 “2023년 이사회 결과를 보면 중요 결정 사항 또한 없었다”고 밝혔다.
홍원식 회장은 2021년 대유위니아그룹에 남양유업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과 먼저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남양유업-대유위니아그룹 협약이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22년 1월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따라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그룹에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이후 홍 회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이사회에 불참했다는 것이 남양유업 측 설명이다. 홍 회장이 경영 활동에 나서면 한앤코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앤코가 홍 회장의 이사회 불참을 강제할 수는 없다.
홍원식 회장이 모든 이사회에 불참한 것은 아니다. 홍 회장은 2022년 8번의 이사회 중 7차 이사회 단 한 번만 참여했다. 홍 회장은 7차 이사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에 찬성했다. 홍 회장은 2023년 이사회에는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설명대로라면 홍원식 회장은 이사회에 불참함으로써 경영 활동을 최소화했다. 반면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는 남양유업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상무는 2022년 8번의 이사회 중 7번 참여했고, 2023년 이사회에도 모두 참석했다. 홍진석 상무가 유일하게 불참한 이사회는 공교롭게도 홍원식 회장이 참석한 2022년 7차 이사회였다. 홍진석 상무가 홍원식 회장을 대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홍 회장의 보수는 △2019년 16억 1800만 원 △2020년 15억 원 △2021년 16억 1900만 원 △2022년 16억 1900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2023년 상반기 9억 21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 보수 8억 1100만 원에 비해 1억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앞서의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 보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팀장급 이상 직원의) 상여금 30% 수준을 반납했고, 회장의 급여에는 상여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임원급 직원의 상여 비율을 적용했다”며 “당시 급여 반납을 했던 임직원들에게 반납 금액을 소급해 지급했고, 홍 회장 또한 소급 지급된 사항으로 실제 급여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월 4일 한앤코가 홍원식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 양도 소송에서 한앤코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홍 회장은 한앤코에 남양유업 주식을 넘겨야 한다. 홍 회장으로서는 2023년 임금 및 배당이 남양유업에서 받는 마지막 보수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반납 금액 소급 지급 시기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남양유업은 2010년 이후 매년 주당 1000원을 배당했다. 남양유업은 2020~2022년 적자 당시에도 배당 방침에 변화가 없었다. 적자 기업이 배당을 진행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홍원식 회장과 그 일가는 남양유업 지분 53.08%를 갖고 있다. 홍 회장은 매년 배당으로만 3억 7210만 원을 수령했다. 2023년 배당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0년째 방치' 홍원식 아들들 보유 성북동 땅 정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2004년 두 아들인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와 홍범석 남양유업 상무에게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330-XXX에 위치한 자택을 증여했다. 홍진석·범석 형제는 성북동 자택 지분을 각각 50%씩 갖고 있었다. 그러나 홍진석·범석 형제 모두 실거주하지 않았고, 수십 년 동안 방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홍진석 상무는 강남구, 홍범석 상무는 용산구에 각각 거주 중이다.
해당 자택은 현재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22일 현재 해당 부지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었으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홍진석·범석 형제는 2021년 9월 해당 자택에 대한 멸실등기를 진행했다.
멸실등기를 진행한 지 2년이 넘도록 새로운 자택 건설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등기부상 홍진석·범석 형제는 현재도 성북동 330-XXX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홍진석·범석 형제가 성북동 330-XXX 토지를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2022년에는 성북동 330-XXX 앞 펜스에 토지를 매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