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6명 보유 정의당 넘어야, 거대양당 이탈 의원 확보 최대 과제…이준석·이낙연 세력 간 힘겨루기 전망
22대 총선 정당별 기호가 결정될 데드라인은 3월 22일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마감일 기준 현역 의원 수에 따라 기호를 배분한다. 1월 24일 기준 기호 1번은 300석 중 164석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 몫이다. 기호 2번은 113석을 가진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확실시 된다. 변수는 기호 3번부터다.
현역 의원 6명을 보유한 정의당이 현 시점 기준으로 기호 3번 포지션을 잡고 있다. 빅텐트 아래로 제3지대가 결집할 경우, 현역 의원을 7명 이상 확보해야 기호 3번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현역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자의로 탈당하면 의원직이 승계되는 까닭에 기호 3번 쟁탈전에선 큰 역할을 할 수 없다. 현역 지역구 의원을 최대한 흡수하는 게 제3지대 세력 과제다.
제3지대 세력은 크게 다섯 줄기로 뻗어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구심점 삼은 새로운미래 창당준비위원회, 민주당 비명 현역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이 탈당 후 결성한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양향자 의원이 만든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새로운선택이다. 제3지대 군웅할거 시대가 열린 형국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5개 세력이 각자 메시지를 제시한 뒤 향후 빅텐트로 모이는 과정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물밑 총력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제3지대 빅텐트에서 모인다고 당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가 5명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제3지대 내부에서도 서열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현역 의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쪽이 제3지대 지분 확보 경쟁에서 발언권이 강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5개 세력에 분포된 현역 지역구 의원은 총 4명이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미래대연합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지역구에 둥지를 튼 현역 의원이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제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비례대표 의원으로 재직했지만, 탈당 과정에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새로운선택으로 자리를 옮긴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은 1월 24일 기준 현역 의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월 15일 탈당 선언을 했지만, 아직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탈당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에 기호 3번 쟁탈전에서 류 의원은 ‘허수’로 분류된다.
이를 둘러싸고 제3지대 내부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월 20일 빅텐트 구상과 관련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면서도 “비빔밥 테두리를 넓히려 한다”고 했다.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는 ‘골든타임 발언’과 관련해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원욱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설 연휴에 (빅텐트 구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본다”고 했다.
미래대연합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1월 24일 의미 있는 연합전선이 구축됐다.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이 합당을 선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1월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전과 가치에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밝히며 합당을 전격 발표했다.
양 대표는 “개혁신당 미래 비전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라면서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회여야 한다는 개혁신당 비전은 제 초심과 같다”고 했다. 양 대표는 “개혁신당이 한국의 희망이다. 한국의희망이 개혁신당”이라면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합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호남 기반 전직 민주당 의원과 30~50대 보수 지지층 흡수를 노리는 전직 국민의힘 대표가 손을 잡으면서 제3지대 합종연횡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도 사실상 설 전까지 연합전선 구축에 합의한 상황이다. 두 세력은 2월 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뒤 통합할 예정이다. 제3지대 통합 구도가 구체화하면서 새로운선택도 빅텐트에 들어갈 로드맵 구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3지대 한 관계자는 “제3지대 빅텐트가 형성되려면 좌우합작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민주당 출신과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이 잡음 없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에게 제3지대 정당이 확실한 대안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빅텐트를 펼치는 과정은 진영정치 타파를 위해 모인 정치인들이 잡탕밥이 되느냐, 비빔밥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빅텐트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2월 4일 이후 ‘개혁신당+한국의희망’ 세력과 ‘미래대연합+새로운미래’ 세력 통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세력 통합이 빠르면 빠를수록 총선 국면에서 제3지대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총선 민심 주요 포인트가 될 ‘설 밥상’에 제3지대 이슈를 올리지 못하면 그만큼 제3지대 존재감이 희석될 것이란 전망도 뒤를 잇는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가 빅텐트를 빠르게 펼치는 게 중요한 이유는 향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양당 모두 적정 비율에 따른 현역 컷오프를 예고한 상황에서 현역 의원을 받아들일 새로운 둥지를 미리 터놓는 것이 지금 제3지대 세력들의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에서 이탈하는 현역의원이 더 많을지 여부가 제3지대 빅텐트 주도권 싸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특히 중진급들 같은 경우엔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나가도 당선 가능성이 있을 만큼 조직력을 갖춘 인사들이 더러 있다. 이들 중 컷오프 인사가 나온다면 제3지대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세를 확장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에선 ‘자객’들이 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명계로 꼽히는 비례대표 양이원영 의원은 경기 광명을에 출사표를 내면서 비명계 양기대 의원을 저격했다. 친명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은 ‘선당후사’를 외치며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철회한 이튿날에 성남 중원에 출사표를 던지며 ‘원칙과상식’ 소속이었던 비명계 현역 윤영찬 의원을 겨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영남 중진 컷오프 가능성이 제기됨과 동시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사천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스템 공천 과정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세 차례 총선에서 연속으로 패한 험지에서 공천을 우선 진행할 예정이다. 험지 공천 이후 공천 전쟁 본게임 서막이 오를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거대양당 공천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제3지대엔 훈풍이 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여야에서 공천에 탈락한 현역 의원이 범람할 경우엔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 빅텐트는 ‘이낙연 세력’과 ‘이준석 세력’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이는데, 거대양당 공천 경쟁이 격화할 경우 두 세력 모두가 기호 3번을 노릴 만큼 세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경우엔 빅텐트 구성을 둘러싼 수싸움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기호 3번 쟁탈전과 관련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아직은 결과에 대해서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결과가 나오기 전에 탈당하는 사람이 좀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제3지대 내부 주도권 싸움에 대해 신 교수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준석 대표와 양향자 대표가 합당을 선언한 것도 현역 의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 수순”이라고 바라봤다.
제3지대 빅텐트 향후 행보와 관련해 신 교수는 “지금으로선 미래대연합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여당보다는 야당에서 탈당하는 현역 의원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여당에서는 탈당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향후 제3지대 주도권 싸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