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 위해 외부기관에 맡겨” vs “개인정보보호법 지키지 않아” 공방…조사는 중단하지 않을 예정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일부 직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진행했다. 포렌식 조사를 받은 팀과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일부 직원에 대해 (포렌식 조사가) 진행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포렌식 조사를 진행한 까닭은 내부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감지돼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밝힌 정보 유출은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인수 사실상 불발 보도’ 건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해당 사안을 외부에 알린 인물을 찾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유럽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 투자를 위한 검토를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예비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말 프리나우 인수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수 안건을 검토하던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가격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인수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리나우와 협상하던 인수 제안가는 4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리나우 인수가 불발될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이 같은 결정에 지난해 12월 카카오 단독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대표가 관여했다는 일부 보도도 나왔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리나우 인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의 포렌식 절차에서 사측이 동의서에 명확한 조사 이유와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사전 공지도 없었다며 파장이 일어났다. 특히 크루유니언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2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크루유니언을 통해 받은 직원들 대상 ‘디지털자료 획득·분석 동의서’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유 기간에 대해 “본건 감사종료 시까지 기간으로 하며”라고 적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2항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 등을 정보 주체에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동의서에선 개인정보 보유 기간이 ‘본건 감사종료 시까지’라고 적혀 정확한 날짜 기재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이용목적 등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현경 법무법인 위온 변호사는 “알려야 할 사항이 포괄적·추상적으로 고지돼 있고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범위도 포괄적이어서 정보주체(근로자)의 선택권이 보장됐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통지서상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언급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정보주체가 근로자의 지위에 놓인 점을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했을지 논란이 될 순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자들의 동의 및 협조를 얻기 위한 절차를 충분히 거쳤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포렌식 조사를 중단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크루유니언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에 포렌식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크루유니언 측에 ‘(포렌식 조사를) 중단하긴 어렵다’는 답변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 정보보안과 관련한 감사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감사 절차와 징계 규정이 없어 법무법인을 통해 포렌식 조사까지 진행했다는 것이다. 김하나 변호사(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법무법인 두율)는 “공공기관은 ‘공공감사의 관한 법률’이 있어 감사가 필요한 부분은 해당 법률에 따라 처리하고 사기업은 내부 감사 규정이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가 (법무법인과 같은) 외부기관을 통해서 포렌식 조사까지 했다는 건 내부 감사 규정이 덜 마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기관도 아닌 사기업에서 포렌식 조사에 들어간 건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는 ‘정보보안의무사항’이 존재한다. △내부 정보 외부 발설 금지 △보안 유지 등이 담겼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정보보안의무사항이 있고 이를 어기면 징계조치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다만 내부 정보 유출시 이를 감사하는 과정에 대한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크루유니언 관계자는 “사측 내부에 감사팀이 최근에 생겨 감사 규정이 아직 정리 안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처신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걷어 포렌식을 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판단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직원들은 회사의 기밀을 잘 지켜야 하지만 회사도 직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프리나우 인수) 문제를 사내 직원 말고 외부에서 (이야기가 돌다가) 전해졌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은 사안을 가지고 포렌식 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내부에서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확실한 내용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 사안에 대해 크루유니언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크루유니언 관계자는 “사측의 정당한 감사 활동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는 감사가 진행됨에 따라 침해받을 수 있는 직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포렌식 절차가 중단되지 않을 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