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수익·옥외광고 포기, 3년간 850만 방문객 유치…베일 속 새로운 소니파크 올여름 완공 예정
#소니가 긴자 빌딩을 허문 까닭
땅값이 비싼 긴자 거리에 공원을 만드는 소니의 도전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통상의 재건축과 달리, 부수고 새로 짓기까지의 과정을 ‘소통의 장’으로 바꿨다”는 평가다. 요컨대 ‘소니빌딩을 허문다→소니파크(Sony Park)로 개장한다→새로운 소니파크를 짓는다’는 3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특히 두 번째 단계인 소니파크는 2018년 8월부터 2021년 9월 말까지 진행됐는데, 독특한 이벤트와 공연 개최로 뜨거운 호응이 쏟아졌다.
소니파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를테면 ‘도심 속 쉼터’다. 지상에는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식물과 원목을 이용한 테라스, 벤치를 마련했고 4층짜리 지하에는 카페와 수제맥주 전문점, 잡화점 같은 상점들이 자리했다. 그렇다고 소니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다든지, 회사 광고 이벤트 등을 실시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소니는 왜 이런 공원을 만들었을까.
소니빌딩은 소니의 전성기였던 1966년 탄생했다. 완공 당시 벽면에 무려 2300개의 TV 브라운관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콘셉트는 ‘거리에 열린 시설’로 소니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고객이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쇼룸(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일본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에 의하면 “소니빌딩의 재건축 논의는 2013년 소니의 구조개혁과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소니그룹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회생을 위해 히라이 가즈오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소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창이었다. 누군가는 소니빌딩을 두고 ‘변화하지 못하는 소니의 상징’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워크맨과 가전으로 한때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소니였기에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소니 사내에서는 “소니빌딩을 ‘차세대 소니의 상징’이 될 만한 새로운 건물로 만들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초 어떻게 재건축할지를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하는 재건축을 할 바에는 굳이 짓지 말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뻔한 재건축은 소니답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안 짓는’ 재건축 프로젝트
소니의 창업정신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일단 건물의 지하층만 남기는 감축(減築)을 택했다. 근처에 휴식할 장소가 적으니 도심 속 쉼터로 재건하자는 데로 의견이 모였다. 이렇게 소니빌딩은 2018년 도시와 사람이 소통하는 공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낮은 채산성을 우려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다. 새 건물을 짓는다면 임대수익은 물론 옥외광고를 노리는 것도 가능한데, 이를 포기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빌딩으로는 고객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전해줄 수 없다. 공원으로 재건하는 편이 훨씬 설레는 일이다. 소니파크의 디자인과 운영을 주도해 온 나가노 다이스케 소니기업(주) 대표이사는 “소니의 창업정신에 힘입어 반대하는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700m² 정도의 땅이기 때문에 애초 큰 공원을 조성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시 속 실험적인 공원’을 콘셉트로 지상은 공원이라는 공공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하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했다. 2018년 8월부터 2021년 9월 말까지 약 850만 명의 방문객이 소니파크를 찾았다. 미국 굿디자인어워드에서 금상을,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는 골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른 시설과는 다른 유니크함이 있다” “소니답다”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그사이 적자에 시달리던 소니는 환골탈태했다. 더 이상 전자회사가 아니었다. 소니가 저작권을 가진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일본 역대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고, 소니의 콘솔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는 품귀 현상이 일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음악 사업도 소니의 영업 이익을 끌어올렸다. 2022년 소니의 매출은 11조 5398억 엔, 순이익은 1조 2080억 엔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물 간 가전기업인 줄 알았던 소니는 콘텐츠기업으로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올여름 등장할 새로운 소니파크
소니빌딩도 모습을 확 바꿨다. 소니그룹의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옛 소니빌딩처럼 단순히 상품을 전시하는 ‘쇼룸’보다는 기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게 됐다. 재건축 프로젝트는 이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나가노 대표이사는 “소니답고 독특하며 장난기 있는 공간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드디어 2024년 새로운 소니파크가 문을 연다. 빠르면 올여름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비밀이지만, 높이 34m의 지상 5층과 지하 4층 규모라 전해진다. 프로젝트 2단계와 마찬가지로 ‘도심 속 공원’이라는 콘셉트를 계승하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놀라움’을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나가노 대표이사는 “소니파크에서 보낸 시간이 좋은 경험으로 기억된다면 결국 소니 제품의 구매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니그룹의 핵심은 상식적으로 보지 않고 틀어서 보는 ‘유니크함’에 있다고들 한다. 예를 들어 워크맨은 집안에서만 듣던 음악을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플레이스테이션은 어린이 사양이었던 게임에서 벗어나 어른을 겨냥했다. 반려견 로봇 아이보(Aibo)는 일손 돕는 로봇을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로봇으로 만든 것이 출발점이다. 모두 세상의 상식을 재정의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과감히 빌딩을 허물고 ‘공공 공간’으로서 휴식처를 제공하려는 소니의 선택은 과연 성공적일지, 새롭게 선보일 소니파크는 어떤 모습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